벼농사 1번지 전북 ‘미래산업의 쌀’ 곡창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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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탄소섬유산업 중심지로 육성… 대구-대전 이어 창조경제센터 출범

탄소섬유 3D 프린터와 우산 24일 효성 관계자가 전북 전주시 완산구 홍산로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 
탄소전시관에서 ‘탄소섬유 3차원(D) 프린터’로 만든 풍력발전기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왼쪽 사진). 전주대 전기전자공학과에 재학 
중인 황큰별 씨가 자신이 아이디어를 내서 효성이 제작한 ‘탄소 우산’을 소개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효성 제공
탄소섬유 3D 프린터와 우산 24일 효성 관계자가 전북 전주시 완산구 홍산로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 탄소전시관에서 ‘탄소섬유 3차원(D) 프린터’로 만든 풍력발전기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왼쪽 사진). 전주대 전기전자공학과에 재학 중인 황큰별 씨가 자신이 아이디어를 내서 효성이 제작한 ‘탄소 우산’을 소개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효성 제공
대구, 대전에 이어 전북 전주시에 세 번째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들어섰다. 효성과 전북도가 주관하는 전북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전북 지역을 ‘탄소 산업’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계획으로 24일 출범했다. 전주 완산구 홍산로에 본원이, 덕진구 반룡로에 분원이 각각 문을 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열린 출범식에서 “전북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전통산업과 미래산업이 조화를 이루는 창조경제 구현의 거점”이라며 “전통문화와 농생명, 탄소산업의 대도약을 이루기 위해 약한 부분을 보완하는 연결고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전북 지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1조2450억 원 투자해 ‘탄소 클러스터’로


박 대통령은 이날 “지난해 준공된 효성 공장에서 생산되는 탄소섬유는 수천 년간 제조업의 기본 소재였던 철을 대체할 ‘미래 산업의 쌀’로 주목받고 있다”며 대한민국 제1의 곡창지대 전북을 탄소산업 중심지로 육성한다는 의미를 강조했다.

탄소 소재, 특히 탄소 섬유는 무게가 철의 25%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10배, 탄성은 7배 강해 철을 대체할 미래 산업의 핵심소재로 꼽힌다. 탄소에 특화된 벤처기업과 효성 전주 공장을 연계해 ‘탄소 클러스터’를 만드는 것이 전북 창조경영센터의 목표이자 역할이다.

탄소 클러스터는 한국이 일본 독일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탄소 산업 ‘톱 3’ 국가로 도약할 밑거름이다. 전북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콘셉트를 ‘씽큐스페이스(C’incu Space)’로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탄소(Carbon)’, ‘문화(Culture)’, ‘창조(Creative)’의 머리글자인 C에 ‘싹을 틔우다(incubate)’라는 의미를 더했다.

전주에서 탄소 섬유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효성은 2020년까지 1조2000억 원을 투자해 현재 생산량(2000t)을 7배인 1만4000t으로 늘릴 계획이다. 효성은 이와 별도로 전북 지역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펀드와 창업보육센터 건립 등에 4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 안에는 200억 원 규모 탄소 소재 관련 창업 펀드인 ‘씽큐베이션(C+incubation) 펀드’와 100억 원 규모 ‘탄소 밸리 매칭펀드’가 포함돼 있다. 전북도도 50억 원을 별도 투자해 이 지역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해 모두 1조2450억 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창업보육센터에는 내년 7월부터 20개 기업을 입주시켜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

○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담은 탄소 소재


박 대통령은 “다른 나라 탄소 소재 기술을 배우기 위해 낚싯대를 사서 분해했던 효성의 역량이 총결집될 ‘탄소 특화 창업보육센터’가 탄소 소재 분야 ‘히든 챔피언’들을 배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출범한 전북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금융 지원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첫 번째 센터”라며 “앞으로 정부는 ‘전북 센터’에서 처음으로 구체화된 원스톱 금융 지원 서비스 모델을 전국의 모든 혁신센터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출범식 후 전북 센터 내 효성 제품 전시장에서 탄소섬유 소재 화병을 들어 본 뒤 “종이보다 가볍다”며 “앞으로 청와대가 선물을 할 때 탄소섬유로 만든 것을 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탄소섬유로 만든 기타를 들고 의자에 앉아 기타를 쳐 보기도 했다. 효성으로부터 탄소섬유로 만든 핸드백을 선물 받은 박 대통령은 “가볍고 좋다. 들고 다니면서 홍보를 좀 해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전시장에는 탄소 우산, 탄소 의족(義足), 탄소 섬유 제품을 뽑아내는 3D 프린터 등 다양한 탄소 아이디어 제품이 전시됐다.

탄소섬유는 단단하면서도 가벼운 특성 덕분에 비행기와 선박, 자동차 등에 널리 활용된다. 또 연료 보관통, 보호장구, 엘리베이터 케이블, 인공 뼈 소재로도 쓸 수 있어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세계 탄소섬유 생산량은 올해 14만 t에서 2020년 약 17만 t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탄소섬유 시장은 일본 기업인 도레이, 데이진, 미쓰바시레이온 등 3곳이 절반 이상(약 53%)을 차지하고 있다. 세계시장 점유율이 8%인 독일 SGL그룹과 미국 기업들이 뒤를 잇는다. 한국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아직 미미한 단계다.

○ 한지(韓紙)가 신소재로…지역 전통산업도 첨단화


전북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역 전통산업인 농업과 문화콘텐츠 산업을 키우는 역할도 맡는다. 14개 농업·생명과학 분야 기관과 연계 협의체를 구성해 연구개발(R&D)-창업-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목표다. 여기에는 농축산업 부산물을 산업 소재로 만드는 연구 등이 포함된다. 탄소섬유 소재를 전통 농가에 접목해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에 대한 R&D도 추진한다.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디자인랩’을 설치해 전북 지역에서 비교적 취약했던 디자인과 마케팅 분야에 특화된 지원도 강화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전주 한옥마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전통 한옥 소재인 한지를 현대적 감각과 실용성을 갖춘 신소재로 탈바꿈시켜 신용카드나 인테리어 소재로 쓰일 수 있도록 개발하는 것이다.

전통 문화를 정보기술(IT)과 접목한 게임, 영화 산업도 육성할 계획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출범식 이후 열린 산학연 오찬 간담회에서 “전통산업이라도 창의적 아이디어와 기술이 융·복합된다면 가장 새로운 산업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태호 taeho@donga.com·주성원·이재명 기자
#벼농사#전북#곡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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