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 주민증, 1분만에 뚝딱 제작… 휴대전화 6000대 불법 개통-판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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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수사단, 일당 40명 기소

검찰이 압수 장비로 1분 만에 주민등록증 위조를 시연해 보이고 있다.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 제공
검찰이 압수 장비로 1분 만에 주민등록증 위조를 시연해 보이고 있다.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 제공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대구광역시 북구청’을 선택하자 북구청장의 직인과 홀로그램이 배경에 인쇄된 주민등록증 양식이 PC 화면에 나타났다. 미리 준비한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를 입력하고 ‘인쇄’ 버튼을 누르니 진짜와 분간하기 어려운 위조 주민등록증이 플라스틱 카드에 출력돼 나왔다. 검찰이 신분증 위조범으로부터 장비를 압수해 21일 시연해 보인 주민등록증 위조 과정이다. 뒷면까지 인쇄하는 데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른바 ‘휴대전화 개통 사기’ 조직들이 신분증을 손쉽게 위조해 범행해 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부동산과 금융 등 다른 분야에서도 위조 신분증을 이용한 범죄가 등장할 우려도 제기된다.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장)은 2011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위조 신분증 3000여 장으로 휴대전화 6000여 대(54억 원 상당)를 불법 개통해 팔아넘긴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문서 위조 등)로 40명을 적발해 김모 씨(40) 등 25명을 구속 기소하고 15명은 불구속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합수단에 따르면 신분증 위조 조직은 온라인에서 헐값에 사들인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등 개인정보로 위조한 가짜 신분증 3000여 장을 휴대전화 개통책에게 장당 40만 원에 팔아넘겼다. 범행 대상은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는 장애인과 양로원 환자 등 ‘무회선자’들. 이동통신사들이 추가 개통 때만 본인에게 통보할 뿐 처음 휴대전화를 개통한 사람에겐 개통 사실을 통보하지 않아 발각될 우려가 적다는 점을 악용했다. 신분증 위조범들이 사용한 위조 프로그램과 카드 인쇄기는 각각 암시장과 전자상가에서 100만∼200만 원이면 살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개통책들은 위조 신분증으로 대당 80만∼100만 원인 고가 스마트폰 6000여 대를 개통해 장물업자에게 넘겼다. 스마트폰은 대당 50만∼60만 원, 유심(USIM)칩은 20만 원가량에 거래됐다. 장물업자들은 휴대전화를 중국 등 해외에 팔아 넘기다가 적발됐다. 이동통신사 대리점주들은 이들의 불법행위를 돕는 대신 통신사로부터 개통수수료(대당 20만∼40만 원)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 개통된 유심칩과 휴대전화는 게임 아이템 거래 등에도 사용돼 피해자들은 수십만∼수백만 원에서 최대 1000만 원까지 ‘통신요금 폭탄’을 맞았다. 다만 도용된 명의로 결제된 통신요금은 피해자들의 신고에 따라 실제로 부과되지는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위조 신분증으로 인한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행정자치부의 주민등록증 위조 확인 전화 서비스(1382) 등을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변종국 기자
#위조 주민등록증#휴대전화 불법 개통#휴대전화 개통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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