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쪽지·카톡 민원’ 봐주려 비공개로 예산 증액심사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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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새해 예산안 감액 수정 심사는 취재진에 공개해 진행했다. 오늘부터 시작하는 예산 증액 수정 심사는 완전 비공개다. 회의 장소까지 비밀에 부친 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 위원장과 여야 간사, 기획재정부 관계자끼리 결정한다. 회의록도 공개하지 않아 어떤 과정으로 예산이 덧붙여지고 늘어나는지 알 수 없다.

의원들은 “증액 과정이 공개되면 이해당사자의 압력행사가 심해질 수 있고, 여야가 협상할 여지가 줄어들기 때문”이라지만 믿기 어렵다.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들은 기를 쓰고 자기 지역구 예산을 늘리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상대 당 의원의 지역구 예산을 증액해주는 대가로 자기 당 의원의 지역구 예산을 늘려주는 로그롤링(logrolling·주고받기)도 성행한다. 쪽지나 카톡으로 막판에 들어오는 예산 민원을 국민들 모르게 봐주려는 게 비공개로 심사하는 진짜 이유일 것이다.

증액 심사 비공개가 관행이었다고 하지만 잘못된 관행은 없애는 것이 ‘비(非)정상의 정상화’다. 학자에 따라서는 국회가 예산안을 감액할 수는 있어도 증액할 수 없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증액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국민에게 더 많은 세금 부담을 지우는 증액이 감액보다 중대한 수정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작년 증액 과정에서도 민원성 지역구 예산이 슬그머니 끼어들면서 5000억 원 이상 예산이 늘어나 일부 복지 예산은 물론이고 공공 예산이 삭감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국회선진화법으로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쟁점 법안의 처리가 불가능해지면서 여야가 법안까지 주고받는 실정이다. 국회는 국가안보 등의 불가피한 이유가 없는 한 의사 진행 과정을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예산안은 국민 세금을 어디에 쓸지를 정하는 것이다. 국민은 자기가 낸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알 권리가 있다. 예산 증액 심사가 공정하고 떳떳하다면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 못할 이유가 없다.
#카톡#예산 증액#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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