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고단한 일상 달래주는 ‘코스모스 우주’의 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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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나그네로 시작했으며 나그네로 남아 있다. 인류는 우주의 해안에서 충분한 시간을 꾸물대며 꿈을 키워 왔다. 이제야 비로소 별들을 향해 돛을 올릴 준비가 끝난 셈이다. ―‘코스모스’(칼 세이건·사이언스북스·2006) 》

최근 영화 ‘인터스텔라’의 인기에 힘입어 서점 구석에서 잠자고 있던 천체물리학 서적들이 화려하게 진열대에 등장했다. 우주를 담고 있는 수많은 책 중에서도 단연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눈에 띈다. 1980년대 전 세계 60개국에 방영돼 7억5000만 명이 시청한 우주과학 다큐멘터리 ‘코스모스’의 TV 시리즈 원고를 재구성한 책이다. 1980년 미국에서 출간된 이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힌 과학 서적이기도 하다. 7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에도 시적인 감수성과 유려한 문체로 금세 빠져들고 만다.

오늘날 과학계를 이끌고 있는 숱한 과학자들도 바로 이 책에서 꿈을 키웠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감독 크리스토퍼 놀런도 “우주에 대한 내 이해 수준은 어린 시절 읽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서 익힌 정도”라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책은 우리가 사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닌 변방이라는 사실에서 시작한다. 코스모스(cosmos)를 거대한 바다라고 한다면 지구의 표면은 바닷가다. 인류는 이제 겨우 바다에 발가락을 적셨을 뿐이다. 저자는 너무 작아 볼 수 없는 인간의 DNA와 너무 커서 볼 수 없는 광활한 우주 사이를 자유롭게 여행한다. 화성과 토성, 별들의 삶과 죽음 사이를 넘나들고 별을 보며 우주를 품어온 인류의 과거와 미래를 그린다.

아등바등 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마음의 여유를 갖기가 힘들다. 취재가 잘 안 되고, 내일 기사 뭐 쓰지 하며 걱정이 쌓여간다. 이럴 땐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코스모스에 빠져 본다. 세이건이 책을 쓴 1980년 토성을 지나던 보이저1호는 지금 태양계를 벗어나 성간 우주를 여행하고 있다. 나에게는 버겁기만 한 지구도 보이저1호엔 창백한 푸른 한 점에 지나지 않는다. 뼈에 저리도록 생활이 슬퍼도 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은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일과라고, 신석정 시인도 노래하지 않았던가.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코스모스#칼 세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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