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학습장애… 길치… 뇌를 리셋하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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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성장하는 뇌/바바라 애로우스미스 영 지음/유윤한 옮김/408쪽·1만6000원·라이프맵

저자(63)는 기억력이 비상했다. 그런데 두 자릿수 덧셈을 할 땐 왼쪽 오른쪽 숫자를 아무거나 골라 더했다. ‘아빠의 남동생’과 ‘남동생의 아빠’가 왜 다른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성적표에 따르면 그는 “천재적”인 동시에 “학습능력이 부족한” 학생이었다.

타고난 기억력에 기대어 대학원까지 간 그는 자료를 뒤지다 자신이 좌뇌에 문제가 있어 보고 들은 것을 연결해 이해하지 못하는 학습장애를 겪고 있음을 알게 됐다. 그리고 뇌가 일정한 자극에 반응하다 보면 물리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쥐 실험 결과도 읽었다. 지금은 널리 알려진 ‘뇌가소성’이다. 가소성(plasticity)이란 외부에서 힘을 가하면 물체의 형태가 변하고, 주어진 힘을 제거하더라도 변형된 형태가 유지되는 성질을 말한다.

그는 26세에 스스로를 실험 쥐 삼아 문제의 뇌 기능을 활성화하는 훈련을 했고 27세에 읽거나 들은 것을 하나로 합쳐 ‘아하!’ 하고 이해하기 시작해 기적처럼 학습장애를 극복했다. 이를 바탕으로 인지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어 모국인 캐나다와 미국에서 애로우스미스 학교 35개를 운영하고 있다.

책에는 이 학교에서 학습장애를 치료한 이들의 ‘간증’이 줄줄이 이어진다. 똑똑한데도 말의 뉘앙스를 몰라 친구가 없는 유치원생부터 지독한 ‘길치’에다 연구 보고서 같은 구조적인 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던 보건 전문의, 상징이나 은유를 이해하지 못해 직장과 가정생활이 모두 엉망이 된 변호사까지 다양한 사례가 소개된다.

저자가 스스로를 치유한 훈련법은 시계의 시침과 분침 이해하기였다. 플래시카드에 적힌 시간을 보고 시곗바늘을 돌려 맞추는 훈련을 매일 12시간씩 했다. 시계를 볼 줄 모르는 이들에게는 너무나 힘든 훈련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시계를 볼 줄 알게 되고 글의 논리적 전개가 숨어있던 그림처럼 눈에 들어오더란다.

하지만 모든 환자를 일으켜 세우는 명약이 없듯 이 학교가 모든 학습장애를 고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단서를 달았다. 우리는 뇌에 대해 모르는 것이 더 많다. 원제는 ‘The woman who changed her brain(자기 뇌를 바꿔버린 여자)’.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매일매일 성장하는 뇌#기억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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