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홀로 노를 저어 태평양을 건넌 30代 여성, 1만2875km 망망대해 250일간 死鬪기록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로잉(Rowing)/로즈 새비지 지음·김경 옮김/400쪽·1만4800원/영혼의 날개 미디어

햇수로는 4년, 바다에선 250일에 걸쳐 250만 번의 노 젓기 끝에 태평양을 건넌 로즈 새비지.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운 모험의 삶을 찾아 나선 그는 대서양 인도양도 횡단해 노 젓는 배로 3대양을 횡단한 최초의 여성이 됐다. 영혼의 날개 제공
햇수로는 4년, 바다에선 250일에 걸쳐 250만 번의 노 젓기 끝에 태평양을 건넌 로즈 새비지.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운 모험의 삶을 찾아 나선 그는 대서양 인도양도 횡단해 노 젓는 배로 3대양을 횡단한 최초의 여성이 됐다. 영혼의 날개 제공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열리던 해. 서른다섯의 로즈 새비지는 영국 런던에서 기업회생 전문 컨설턴트로 잘나가고 있었다. 커다란 집, 붉은색 스포츠카, 성공한 남편, 해외에서의 휴가…. 누가 봐도 풍요롭고 편안한 삶이었다.

한데 새비지는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도대체 왜 그럴까. 어느 날 그는 자신이 죽었을 때를 가정하고 부고를 써봤다. 하나는 지금처럼 살다가 죽었을 때, 다른 하나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다가 죽었을 때.

전자는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하는 일’ ‘직장을 다니려면 해야만 하는 일’로 가득 찬 ‘월급 노예의 삶’이었다. 한마디로 끝없는 욕망을 채우기 위해 줄기차게 ‘돈 버는 삶’이었다.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들을 사기 위해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며 꾸역꾸역 살아가는 존재. 끔찍했다.

로즈 새비지
로즈 새비지
그날 이후 새비지는 모든 것을 정리했다. 남편(이혼), 집, 책, 옷, 장신구, 온갖 장식품 등. 그리고 직접 노를 저어 대양 횡단에 나섰다. 2005년 대서양(103일, 약 3854km)을 건너는 데 성공했고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년에 걸쳐 태평양 횡단(250일, 약 1만2875km)에도 성공했다. 그 이듬해엔 인도양도 무사히 건넜다.

지구 3대양을 노 젓는 보트로 홀로 횡단한 최초 여성이 된 것이다. 그는 8년 동안 약 2만4140km를 항해했으며 500일이 넘는 시간을 바다에서 홀로 보냈다. 이 책은 새비지의 파란만장했던 태평양 횡단 여정 기록.

그의 배는 길이 7m, 무게 907kg의 작은 보트. 그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하루에 12시간씩 배 뒤쪽을 바라보며 노를 저었고, 높이가 90cm밖에 되지 않는 선실에서 잠을 잤다. 밥은 말린 과일, 통곡물 크래커, 오트밀, 견과류, 호두버터, 코코넛밀크가루, 해바라기씨 등으로 해결했고 오줌은 요강에 누었다. 싱싱한 것은 매일 담수제조기로 만든 물을 주어 기르는 콩나물뿐이었다.

바다에서는 확실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때로는 담수제조기가 고장이 나고, 때로는 폭풍에 휘말려 하룻밤 새 3번이나 배가 전복(수초 후 자동 원상복귀)되기도 했다. 너무 더워 뇌가 통째로 삶아지는 것 같았고, 사금파리처럼 강하게 박히는 햇살로 온몸에 피부발진이 돋았다. 지독한 치통에 양쪽 엉덩이는 짓물러 터져 마치 원숭이의 빨간 엉덩이 같았다.

그는 마침내 뭍에 올랐다. 약 250만 번 노를 저어 태평양을 건넜다. 자동차들이 엄청 빨리 달렸다. 빌딩들은 하늘을 찌를 듯 터무니없이 높았다. 옷, 보석, 전자기기 등 온갖 상점들이 휘황찬란했다. 어지러웠다. 숨이 막혔다. 그는 빈손이었다. 그에겐 식량, 식수 그리고 방향감각이면 충분했다. 그것이면 차고도 넘쳤다.

김화성 전문기자 mars@donga.com
#로잉#Rowing#로즈 새비지#태평양 횡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