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포격 도발 4주년]“11월만 되면 포탄 떨어지던 악몽 생생”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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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추모식 앞둔 연평도 가보니
이주민 늘고 생활 안정 찾아가지만, 주민들 일부 아직도 후유증 치료중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4주년을 앞둔 20일 연평도는 평화를 찾아가고 있었다. 포격 당시 사진이 걸린 골목길에서 아이들이 낙엽 위를 뛰어가고 있다. 연평도=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4주년을 앞둔 20일 연평도는 평화를 찾아가고 있었다. 포격 당시 사진이 걸린 골목길에서 아이들이 낙엽 위를 뛰어가고 있다. 연평도=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20일 인천 중구 연안부두에서 여객선을 타고 2시간여 만에 도착한 옹진군 연평도 당섬나루터는 활기가 흘러넘쳤다. 이날 조업을 마치고 돌아온 어선엔 꽃게가 가득했다. 어민들은 그물에 걸린 꽃게를 떼어내고 그물을 보수하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어민 박춘근 씨(54)는 “지난해보다 수협에 위탁 판매하는 꽃게의 단가가 많이 올라 열흘 정도 남은 조업기간에 꽃게를 더 잡기 위해 막바지 조업이 한창”이라며 미소 지었다. 올해 9월부터 이달 18일까지 연평도에선 어선 29척이 꽃게 586t을 잡아 46억여 원에 이르는 어획량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35억 원)에 비해 30%가 늘었다.

296가구가 모여 사는 나루터 인근 남부리 마을에 들어서니 집집마다 김장을 하느라 주부들이 삼삼오오 모여 환한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골목길에는 초등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무리를 지어 즐겁게 뛰놀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 지역은 아픔을 간직한 곳이다. 23일은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 도발한 지 4주년을 맞는 날이다. 당시 북한이 쏜 포탄 170여 발이 주택가와 군부대에 떨어져 해병대원 2명과 민간인 2명이 숨지고, 200여 채의 가옥이 불타거나 부서졌다.

다행히 4년 뒤 본보가 찾은 연평도는 평화를 되찾았다. 2010년 인구가 1700여 명이었지만 이주민이 꾸준히 늘어 현재는 2200여 명에 이르고 있다. 관광객은 지난달 말 현재 지난해보다 약 20% 줄어든 1만6887여 명이 찾았지만 4월 16일 세월호 참사의 여파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일부 주민은 여전히 북한의 도발이 재연될 것을 걱정했다. 북한 강령군 개머리 해안포 진지와 불과 12km 떨어진 지역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포격의 상처는 서서히 지워지고 있지만 포격 당시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한 것처럼 보였다.

최남식 할아버지(83)는 “매년 11월이 되면 당시 포탄이 머리 위로 떨어지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해병대가 두 달에 한 번꼴로 해상 사격훈련을 할 때마다 대피 훈련에 나서는 등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신성만 연평면장(53)은 “도발을 경험한 주민 25명은 불안감과 우울증에 시달리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고위험군 환자로 판명돼 여전히 치료를 받는다”고 말했다.

23일 오전 10시에는 4년 전 북한의 포탄에 순직한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의 흉상이 설치된 연평도 평화추모공원에서 추모식이 열린다.

연평도=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연평도 포격#연평도#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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