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기획] FA제도 15년 ‘2149억 머니게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1월 21일 06시 40분


■ 21배 커진 파이…브레이크 없는 ‘황금시장’

올 FA 역대최다 19명…천문학적 돈잔치 예고

1999년 이강철 3년 8억원…첫 타구단 이적
김동수도 3년 8억…“야구 망한다”는 비판도
2004년 심정수 4년 60억원…대박시대 서막
지난해 강민호 사상 최고액 4년 75억원 잭팟

1999년 11월 29일 서울 서초구 삼성레포츠센터 삼성구단 사무실. 이강철은 3년간(2000∼2002년) 총액 8억원에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했다. 원소속구단 해태와의 협상이 결렬된 지 이틀 만이었다. 이강철은 사상 최초로 타 구단으로 이적하는 FA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그로부터 나흘 뒤인 12월 3일. 이번엔 LG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의 최고 포수 김동수가 삼성과 3년 총액 8억원에 FA 계약을 했다. 이들에 앞서 한화와 3년간 7억원에 계약한 송진우의 몸값을 뛰어넘었다.

야구계는 발칵 뒤집혔다. 팬들도 깜짝 놀랐다. FA 제도가 처음 시행되자마자 상상도 하지 못한 계약 규모가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당시엔 주전급도 1억원이 ‘꿈의 연봉’이던 시절이었다. 당장 여기저기서 “이러다 프로야구 망한다”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FA 첫해 이들 3명 외에 송유석은 LG와 1년간 7500만원, 김정수는 해태와 5000만원에 가까스로 계약했다. 김정수의 5000만원은 지금까지 FA 역사상 최저액 계약으로 남아있다.

● 8억원부터 75억원까지, 그래도 프로야구는 망하지 않았다!

그러나 프로야구는 망하지 않았다. 이듬해인 2000년 말에는 더 입이 벌어질 만한 계약소식이 날아들었다. 삼성이 김기태와 4년간(2001∼2004년) 18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고, LG는 삼성이 주도하던 FA 시장에 참전해 해태 홍현우를 18억원에 영입했다.

다시 “이러다 정말 프로야구가 공멸한다”는 걱정이 프로야구판을 뒤덮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FA 시장의 ‘쩐의 전쟁’은 해가 갈수록 달아올랐다. 2001시즌이 끝난 뒤 삼성은 양준혁을 4년간(2002∼2005년) 27억2000만원에 복귀시켰고, 2003년 말에는 롯데가 정수근을 6년간(2004∼2009년) 40억6000만원의 조건에 영입했다. 6년이라는 계약기간도, 40억원의 총액도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숫자였다. 팬들의 거품 논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래프는 더욱더 상승곡선을 그렸다. 삼성은 2004시즌 후 심정수와 4년간 60억원, 박진만과 4년간 39억원에 세트로 계약해 영입했다.

지난해 강민호는 FA 사상 최고액인 4년간 75억원의 조건에 롯데에 잔류했다. 정근우와 이용규는 한화와 각각 4년간 70억원과 67억원에 사인했다. 장원삼은 삼성과 60억원, 이종욱은 NC와 50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이제 주전급이라면 50억원이 기준이 되는 세상이 됐다. 이들에 비하면 박한이의 4년간 28억원은 그야말로 ‘박한 계약’이었고, 팬들은 이런 계약을 한 박한이를 두고 ‘착한이’라 불렀을 정도다.

● 15년 FA 역사, 131건 계약에 2149억원

한국프로야구에 FA 제도가 도입된 뒤 지난해까지 15년간 얼마나 많은 계약이 성사되고, 얼마나 많은 돈이 FA 시장으로 풀렸을까. 스포츠동아가 지난 15년간의 FA 계약을 집계해봤다. 15년간 FA 선언을 한 선수는 총 142명. 이 142라는 숫자 속에 갖가지 사연이 숨어 있다. 완전 FA 자격을 얻어 해외(미국, 일본) 무대에 진출한 선수는 총 7명이었다.

그리고 4명(2007년 차명주 노장진, 2011년 최영필 이도형)은 FA 선언을 한 뒤 계약할 팀이 없어 유니폼을 벗어야만 했다. 그 중 최영필은 야구를 포기하지 않고 올해 다시 KIA에 복귀해 현역 생활을 연장하고 있다. 결국 11명을 제외한 131명이 FA 계약에 성공한 선수들이다. 이들 131명의 계약에 필요했던 돈은 총 2149억8300만원으로 집계됐다(KBO 신고 기준). 이는 옵션을 포함한 계약 당시 최고액 조건(계약금+연봉+옵션)을 합친 금액이다.

물론 여기에는 2009년과 2010년 2년간(FA 계약 16건)은 야구규약상 FA 다년계약이 허용되지 않아 구단에서 실제 계약서와는 달리 1년짜리 계약서를 KBO에 제출하는 바람에 총액 규모에서 다소간의 왜곡현상이 발생한다. 2009년 손민한이 롯데와 1년간 15억원, 홍성흔이 롯데와 1년간 2억7900만원으로 신고했고, 2010년 박재홍이 SK와 1년간 10억원에 계약했다고 신고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감안하면 15년간 실제 FA 총액 규모는 100억∼200억원 정도 더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연도별로 보면 첫해 FA 5명에게 24억2500만원이 투자됐는데, 지난해엔 FA 15명 계약에 역대 최고액인 523억5000만원이 풀렸다. FA 인원 차이도 있지만, 약 21배나 커졌다. 1명 당 평균총액을 따지면 첫해 4억8500만원이었는데, 지난해엔 34억9000만원으로, 1명을 잡는 데 15년 만에 7배 이상의 금액이 필요해졌다는 결론이 나온다.

특히 15년간의 FA 전체 몸값 2149억원의 약 4분의 1이 지난해에 집중돼 눈길을 모은다. 올해는 FA 역사상 최다인 19명이 FA를 선언했다. 계약규모가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 FA 시장에 풀릴 총액은 얼마나 더 치솟을지 예측할 수 없다.

프로야구는 8억원 계약에 망하지 않았다. 18억원 계약에도, 27억2000만원 계약에도, 75억원 계약에도 망하지 않았다. 올해도 15년 전처럼 “이러다 프로야구 공멸한다”는 소리가 들리겠지만, 프로야구가 존속하는 한 FA 시장의 머니게임은 중단 없이, 더욱 뜨겁게 진행될 전망이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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