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은퇴 앞둔 50대에 집중, 10년후엔 심각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0일 16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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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가계부채가 가장이 50대인 가구에 집중돼있어 이들이 대부분 은퇴하는 10년 후 심각한 가계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베이비붐(1955~1963년생) 세대인 50대가 은퇴하면서 소득이 줄어들면 빚을 갚지 못해 파산하는 가구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다.

19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낸 '가계부채의 연령별 구성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가구주 연령이 50대인 가구가 진 빚이 전체 가계부채의 35.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50대 가구의 평균 부채는 7959만 원으로 전 연령대 평균 가계부채(5858만 원)보다 35.9% 많았다. 30대 가구(4890만 원)와 비교하면 50대 가구는 1.6배 수준으로 부채가 많았다.

50대 가구 부채가 다른 연령대보다 많은 주요 원인은 집값 상승기였던 2000년대 초반에 당시 40대였던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내 집 마련'을 위해 은행 등에서 진 빚을 아직 상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KDI는 분석했다.

실제로 집값이 상승하던 2004년에는 가장이 40대인 가구의 부채가 전체 가계부채의 36.8%를 차지해 30대(20.4%)나 50대(29.8%)보다 높았다.

50대 가구의 부채 쏠림 현상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기 전 미국보다도 심각한 상황이다. 2004년 미국의 50대 가구가 진 빚은 전체 가계부채의 22.7%로 30대(24.7%)와 40대(31.8%) 가구보다 낮았다.

최근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앞으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퇴직연금 등이 잘 갖춰져 있지 않은 한국은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은퇴 이후 소득 감소 폭이 큰 만큼 다른 연령대보다 많은 빚을 지고 있는 50대 가구가 모두 은퇴하는 10년 뒤에는 가계 부실과 이로 인한 노후불안이 더욱 심각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KDI는 보고서에서 "현재는 50대의 소득이 높아 가계부채 비중이 높아도 가계의 재정건전성은 양호한 편"이라면서도 "이들의 소득이 급감하는 10~20년 뒤에는 고령층 부채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를 막기 위해 KDI는 임금피크제 도입 확산으로 은퇴 연령을 늦추고 중장년층에 대한 대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지섭 KDI 연구위원은 "단기 상환 방식의 대출구조를 장기분할상환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한 정책을 펴야한다"며 "주택담보대출을 내줄 때 현재 소득뿐만 아니라 미래 소득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 산정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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