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엔 안보리, 北인권범죄 김정은 국제법정에 세우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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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인권 탄압을 반(反)인도적 범죄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도록 권고한 결의안이 어제 유엔 총회 제3위원회에서 압도적 다수로 채택됐다. 유럽연합(EU) 등 60개국이 공동 제안한 결의안은 “북한에서 수십 년간 최고위층의 정책에 따라 반인도적 범죄가 자행돼 왔다”고 지적하고 “가장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효과적인 맞춤형 제재를 가하는 문제를 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김정은’이라는 실명만 거론하지 않았을 뿐 유엔이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의 죄업을 주시하고, 북이 ‘최고 존엄’으로 칭하는 김정은을 국제 재판정에서 단죄해야 한다고 명시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ICC 회부’ 부분을 뺀 쿠바의 수정안이 부결된 반면 이번 결의안이 찬성 111표, 반대 19표, 기권 55표로 통과한 것은 국제사회가 북의 인권 상황에 우려하는 단계를 넘어 제재 행동에 들어섰다는 의미가 크다.

북한은 김정은의 ICC 회부를 막기 위해 전방위적 외교전을 펼쳤다. 결의안이 나오자 유엔의 북한 대표단은 “국제사회가 대결을 선택했다”며 “핵실험을 자제할 이유가 사라졌다”고까지 위협했다. 북이 4차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같은 도발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유엔은 2005년 이후 매년 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했지만 북이 이처럼 유별나게 대응한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인권문제가 아프다는 증거이다.

북은 최룡해 노동당 비서를 러시아로 보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면담하는 등 북-러 정상회담을 모색했다. 국제사회에서 왕따 신세인 두 사람이 만난들 북의 활로가 열릴 리 만무하다. 유엔이 다음 달 총회에서 이번 결의안을 공식 채택하면 안전보장이사회는 북 인권 문제를 처음으로 정식 논의할 것이다. 김정은을 국제 법정에 세우는 것은 중국 러시아가 반대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번 표결에서도 반대표를 던진 두 나라는 북을 감싸기에 앞서 인권의 보편적 가치와 북한 주민의 고통을 생각해야 한다. 인권은 결코 다른 나라가 간섭할 수 없는 한 나라의 내정 문제라고 볼 수 없다.

북은 국제사회의 우려와 의지가 반영된 이번 결의안을 신중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여야가 국회에 계류된 북한인권법을 10년째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부끄럽기 짝이 없다. 북한 인권운동의 새 지평이 열린 지금, 북의 반인도 범죄에 침묵한다면 그들과 공범이 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북한 인권#김정은#최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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