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공화당과 ‘송유관 결투’… 1라운드선 판정승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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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상원서 1표차로 부결… 加앨버타~텍사스 잇는 초대형사업
공화, 일자리 앞세워 야심차게 추진… 오바마 “환경오염 우려 반대” 맞서
의회 장악 공화 “2015년 1월 재추진”

미국 중간선거 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이 첨예하게 대립한 이슈 중 하나인 키스톤 XL 송유관 건설 법안이 상원 문턱을 넘지 못했다.

미 연방 상원은 18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 법안을 토론 종결 투표에 부쳤으나 찬성 59표, 반대 41표로 가결 정족수(60표)에 미치지 못해 부결 처리했다. 공화당은 45명 전원이, 민주당은 14명이 찬성했지만 가결 정족수에 1표가 부족했다. 상원은 법안을 심의·표결하기 전에 토론 종결 투표를 실시하며 60명 이상이 찬성해야 반대자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무력화할 수 있다. 하원에서는 14일 이미 법안이 통과됐다.

캐나다 에너지업체 트랜스캐나다가 추진하는 키스톤 XL 송유관 사업은 캐나다 서부 앨버타 주에서 미 텍사스 주의 멕시코 만까지 2700km를 잇는 76억 달러(약 8조4000억 원) 규모의 초대형 사업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반대해 의회에서 6년간 계류돼 있었다. 캐나다산 원유를 하루 평균 83만 배럴 나를 수 있어 공화당이 일자리 창출과 에너지 자립도 제고 등을 명분으로 추진하는 핵심 사업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환경오염 등을 이유로 법안 처리에 소극적이었다.

이 법안이 상원을 통과해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한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일단 정치적 부담을 덜게 됐다. 이민개혁 행정명령 발동 문제를 놓고 공화당과 극한 대립하는 상황에서 이 법안을 놓고서는 공화당과 충돌을 피할 수 있게 됐기 때문.

그렇다고 이번 부결이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승리를 뜻하지는 않는다.

워싱턴 정가에선 공화당이 중간선거를 통해 상원 다수당(총 100석 중 53석)이 된 만큼 조만간 처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표결 뒤 “수천 개의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프로젝트를 민주당이 방해했다. 내년 1월 새 의회가 구성되는 대로 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초 이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면 오바마 대통령이 다시 거부권을 들고 나올 수 있어 온실가스 규제, 이민법 개혁 등과 함께 앞으로 워싱턴 정국의 흐름을 주도할 핵심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19일 “오바마 대통령은 온실가스 규제를 관철시키기 위한 협상용으로 키스톤 XL 법안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 고위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편 이날 표결을 계기로 공화당은 상원에서 한 석을 추가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루이지애나 주는 상원 중간선거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어 주 선거법에 따라 다음 달 6일 2차 투표를 치른다. 키스톤 XL 송유관이 바로 옆을 지나고 에너지 기업이 많아 이 사업에 지역 여론이 호의적이어서 그만큼 민주당의 승리 가능성은 희박해졌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8일 분석했다.

2차 투표에는 이 법안 소관 상임위원회인 에너지자원위 위원장이자 법안 공동 발의자로 중간선거 1위였던 민주당 메리 랜드루 상원의원이 2위였던 공화당 빌 캐시디 후보와 맞붙는다. 3위였던 공화당 롭 매니스 후보의 득표 중 상당수가 캐시디 후보에게 몰려 1, 2위 순위가 뒤집힐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 키스톤 XL 송유관 ::

캐나다 서부 앨버타 주에서 미국 네브래스카 주를 거쳐 남쪽 멕시코 만까지 2700km를 잇는 초대형 사업. 총 공사비는 76억 달러(약 8조4000억 원).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오바마#송유관#공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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