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메트로 이슈]서울시민 인권헌장 ‘동성애’ 진통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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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위원들 ‘性소수자 차별 금지’ 조항 넣느냐 마느냐 놓고 이견

서울시가 추진 중인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이 난항을 겪고 있다. 주거, 교육, 환경 등 대부분의 사안에 대해서는 헌장을 제정하는 시민위원들이 합의했지만 ‘성(性) 소수자 차별 금지’ 조항을 넣을지를 놓고 의견이 극명히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20일 공청회를 거쳐 28일 시민위원회 최종회의에서 헌장을 확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최종안 투표를 할지, 전원합의를 도출할지 등 결정 방안조차 확정짓지 못한 상황이다.

서울시는 8월 시민이 참여한 ‘서울시민 인권헌장’을 제정, 선포한다며 시민위원 150명, 분야별 인권 전문가 30명 등 총 180명의 인권헌장제정 시민위원회를 발족했다. 이들은 그동안 5차례 전체회의를 비롯해 수차례 분과별 회의를 거쳐 헌장 내용을 마련했다. 하지만 내달 10일로 예정된 선포일을 20여 일 앞두고 성 소수자 차별 금지 조항을 놓고 시민위원들의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지난달 열린 4차 전체회의에서도 성 소수자 차별 금지 조항 포함을 놓고 격론이 오갔다. ‘회의 결과 문서’를 보면 “동성애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인권 헌장이 추진돼서는 안 된다” “헌장에 성 소수자 조항이 들어가면 교육적인 효과가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위험하다”는 부정론과 “동성애자도 시민으로서 똑같은 권리를 누려야 한다” “인권헌장에서 언급을 해줘야 더이상 차별받지 않을 것”이라는 긍정론이 팽팽히 맞섰다.

성 소수자 차별 금지를 다루는 문구는 크게 두 안으로 정리됐다. 성 소수자를 직접 언급하지 않고 ‘서울시민은 누구나 차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며 포괄적으로 다루는 것과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으로 인해 차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구체적으로 적시하는 것이다. 후자가 선택될 경우 ‘성적 지향’에 해당하는 동성애, 양성애자뿐만 아니라 ‘성별 정체성’에 속하는 ‘젠더퀴어’(남성, 여성 외 제3의 성으로 남성성과 여성성을 모두 가진 ‘안드로진’, 남성성과 여성성을 오가는 ‘바이젠더’ 등이 해당)들도 차별해서는 안 된다. 200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했다가 국회에서 폐기된 차별금지법안에는 ‘성적 지향’ 항목만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시민위원회가 성 소수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논의 중인 셈이다.

인권헌장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서울시 정책과 사업 등 행전 전반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일부 종교 및 시민단체는 “서울시가 동성애를 옹호하거나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한 시민위원회 전문위원은 “동성애를 합법화하자거나 동성 부부를 인정하라고 하는 게 아니다. 성적 소수자를 차별하지 말라는 것이 인권헌장의 취지인데 일부에서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20일 오후 2시 시청 별관 후생동 4층 강당에서 인권헌장 초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성 소수자 차별 금지 조항은 결론을 내지 않은 채로 두 안이 함께 공개된다. 공청회에서 나온 일반 시민의 의견을 수렴해 시민위원회는 28일 오후 7시 신청사 다목적홀에서 최종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합의안 도출 방법도 당일 결정해야 하는 데다 성 소수자 관련 이견이 워낙 팽팽해 인권헌장 제정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서울시 인권정책팀 관계자는 “인권헌장과 관련해서는 시민위원회에 전권을 맡긴 상황이라 시가 개입하기 어렵다. 시민위원회에서 예정된 선포일 내에 합의안을 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서울시민#인권헌장#동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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