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대학 탐방]잘 가르치고… 잘 취업시키고… 전북대, 융복합 교육 ‘명문 날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전북대는 학생들의 글로벌 마인드를 키우기 위해 해외 대학에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학생을 파견하고 있다. 전북대 국제학부 전광호 학부장과 학생들이 연구실에서 아프리카 지역 연구수업을 하고 있다. 전북대 제공
전북대는 학생들의 글로벌 마인드를 키우기 위해 해외 대학에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학생을 파견하고 있다. 전북대 국제학부 전광호 학부장과 학생들이 연구실에서 아프리카 지역 연구수업을 하고 있다. 전북대 제공
전북대(전북 전주시)는 10여 년 전만해도 평범한 지방 국립대의 하나였다. 호남·충청권 최초의 거점 국립대라는 점 말고는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교육 연구 취업 등 3개 분야에서 지역의 한계를 뛰어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잘 가르치는 대학평가 전국 1위와 학생들의 경력개발을 가장 잘해주는 대학 1위에 올랐고 대학 특성화 사업(CK사업)에서 가장 많은 지원금을 받는 대학으로 떠올랐다. 교수들의 연구실적은 국립대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많은 대학평가 담당자들은 최근 20년간 가장 발전한 지방대학으로 주저 없이 전북대를 꼽는다.

서거석 총장(60·법학)은 ‘끝없는 개혁의 결실’이라고 평가한다. “위기에 처한 전북대를 살리기 위해 교육·연구·취업지원 시스템을 매일, 매월, 매년 바꾼다는 생각으로 대학을 운영해왔다”는 게 서 총장의 설명이다. 고교 졸업생이 모두 대학에 진학해도 입학정원을 채울 수 없는 시기가 다가오면서 위기의 지방대학들이 전북대를 주목하는 이유다.

○ 새로운 지방대 시대 열어가는 전북대

전북대는 올해 6월 교육부가 향후 5년간 2조 원 이상을 투입하는 대학 특성화 사업에서 가장 많은 지원금을 받는 대학에 선정됐다. 학과 융·복합을 통해 지식경쟁력과 취업률을 높이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매년 70억 원씩 350억 원을 투입한다. 이 사업을 통해 매년 34개 학과 8500명의 학생이 혜택을 받는다.

특성화 융·복합 과정의 하나로 ‘신한류 창의인재 양성사업단’이 본격 운영된다. 문헌정보학과 사학과 건축공학과 소프트웨어공학과 통계학과 산업디자인과 한국음악학과 등 인문·공학·예술 분야 학과들이 참여해 신한류 문화콘텐츠를 발굴 개발하는 인재를 양성한다.

사회복지학과와 사회학과, 심리학과 등이 참여하는 ‘행복한 지역사회구축을 위한 창조적 인재양성사업단’은 지역 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지역사회 전문가를 키운다. 기계공학과와 기계시스템 공학부는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하는 친환경자동차 전문인력을 배출한다.

전북대는 2011년부터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 이른바 ‘잘 가르치는 대학’에 선정돼 기초교육을 강화하는 새로운 학부교육 모델을 만들었다. 국립대 최초로 신입생 4학기제를 도입해 영어 수학 등 모든 전공의 기초가 되는 과목을 수준별로 나눠 가르친다. 교육부가 선정한 전국 27개 ‘잘 가르치는 대학’으로 구성된 ACE대학협의회는 이 프로그램들을 학부교육 최우수 사례로 선정했다. 앞서 교육부 ACE대학 연차평가에서도 전국 1위에 올랐다.

학생들의 글로벌 마인드 향상을 위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학생을 해외에 보내고 있다. 이를 통해 매년 1500명 이상이 기업에서 현장실습을 하면서 실무능력도 익힌다.

학교는 물론이고 학생들의 최대 관심은 역시 취업. 아무리 잘 가르치고 잘 배워도 취업이 안 되면 대학의 평판은 나아지기가 어렵다. 전북대는 단계별 수준별로 취업 준비를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교수-학생 멘토링 시스템인 ‘평생지도교수제’, 학년별로 전문지식과 인성을 쌓을 수 있도록 돕는 경력관리 지원 프로그램인 ‘큰사람 프로젝트’ 등이다. 한국의 빌 게이츠를 키우기 위해 ‘창업교육센터’를 만들어 창업동아리와 창업기업 지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런 전북대의 노력은 2012년 한국표준협회가 실시한 재학생 대학만족도 평가에서 국립·사립대를 통틀어 전국 1위에 오르는 등 학생들의 만족도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 지난해 동아일보 평가에서 학생들의 경력개발을 가장 잘해주는 대학 1위에 올랐다.

○ “교수의 철밥통을 깬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깼다”

서 총장은 대학경쟁력의 핵심을 교수라고 보았다. 교수가 변해야 대학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첫 번째로 교수의 승진요건에 메스를 들이댄 이유다. 전북대는 조교수에서 부교수, 부교수에서 정교수로 승진할 때 각각 주저자 기준으로 두 편의 논문만 제출토록 한 요건을 총 14편 이상으로 강화했다. 당초 승진 기준보다 최대 3, 4배 높아진 것이다. 국립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년을 보장받은 교수들에게도 최소 2년에 1편 이상 논문을 쓰도록 의무화했다. 이를 지키지 못하면 안식년 실시 제한, 해외 연구교수 기회 박탈, 신임교수 채용 심사 참가 제한 등 불이익을 준다.

반면 세계 3대 과학저널에 논문 게재 때 최대 1억 원을 지급하는 등 우수한 논문을 쓰거나 질 높은 강의를 하는 교수들에게 파격적인 포상을 약속했다.

그 결과 2009년 세계 수준의 논문(SCI 논문) 증가율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주요 학술지에 게재된 교수 1인당 논문 수는 2013년도 국립대 최상위권에 올랐다.

서 총장은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종(種)은 강한 종이 아니라 변화하는 종이라는 찰스 다윈의 말처럼 앞으로 대학이 생존하려면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며 “전북대의 개혁정책은 국립대 교수의 철밥통을 깬 것이 아니라 ‘지방대는 안 된다’는 두려움을 깬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대 변화의 중심에 서거석 총장이 있다. 그는 “끝없는 변화만이 살길”이라고 강조했다. 전북대 제공
전북대 변화의 중심에 서거석 총장이 있다. 그는 “끝없는 변화만이 살길”이라고 강조했다. 전북대 제공
▼“타지 출신 학생 2배로… 높아진 위상 실감”▼

8년간 개혁 주도한 서거석 총장


전북대가 거둔 성과의 중심에는 서거석 총장이 있다. 그는 2006년 12월 총장이 돼 2010년 재선했다. 전북대 첫 번째 연임 총장이다. 12월 13일이면 8년의 임기를 마치고 평교수로 돌아간다. 서 총장은 취임 후 그 누구보다 먼저 출근해 밤까지 일했다. 서울 출장을 마치고 자정 무렵 전주로 돌아와서도 집이 아닌 학교로 향했다.

그가 주도한 변화에 대한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정년이 보장되는 1000명이 넘는 국립대 교수들에게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대학경쟁력 향상에 필요한 일이면 구성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설득해 반드시 관철했다.

전북대의 대외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 각종 평가지표를 꼼꼼히 살펴 대응했다. 초기에는 다른 대학들이 전북대의 위상 변화를 인정하려 하지 않았지만 일관된 상승지표를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특히 ‘전국 2% 경제’로 불릴 만큼 경제 사회적으로 열악한 전북의 현실에서 거둔 성과여서 더욱 빛이 난다.

그는 지난해부터 올 4월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을 지내 대학의 전반적인 현안에 대해서도 밝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8년의 소회는….

“8년 동안 한순간도 힘들지 않은 적이 없었다. 학교를 변화·발전시켜 보겠다는 일념으로 앞만 보고 달려왔다. 여러 한계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함께 뛰어준 구성원께 감사한다. 구성원이 함께하지 않았다면 지금 전북대의 도약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재임 기간 대표적인 성과를 꼽는다면….

“무엇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다. 연구경쟁력 강화 노력 이후 나타났던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논문 증가율 전국 1위에서부터 최근 가장 잘 가르치는 대학이라는 평가에 이르기까지 모두 구성원의 땀과 열정의 산물이다. 8년 전 타 지역 출신 학생이 20%가 채 안 됐지만 지금은 40%가 넘는다. 우리 대학의 노력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어필하고 있다고 본다.”

―어떤 철학을 가지고 대학을 운영했나.

“변화만이 살길이라 생각했다. 취임 직후부터 교육과 연구는 물론이고 학생 취업에 이르기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혁신했다. 변화의 필요성을 구성원 모두가 느낄 수 있도록 버스를 전세 내 다른 대학을 찾아가 선진제도를 배우기도 했다. 구성원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기 위해 어디든 달려갔다.”

―한국 대학의 위기가 눈앞의 현실이 되고 있는데….

“2018년 대입정원이 고교 졸업생보다 많아지고 2023년도에는 2000명 규모의 대학 100개 이상이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다. 대학의 구조조정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논리도 있지만 정부도 무책임하게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정원 감축에 비중을 두다 보니 경쟁력이 뛰어난 대학도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고, 경쟁력이 떨어져 퇴출될 대학도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 지원을 받는 것은 문제다. 차후에 엄격한 평가를 통하여 경쟁력이 뛰어난 대학에 대해서는 추가로 인센티브를 제공해 줄 필요가 있다.”

전주=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전북대#서거석 총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