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간 도서 할인폭 ‘무제한→15%’로… 초등교재는 거품 빠질듯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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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부터 도서정가제… 책값 어떻게

19일 서울 종로구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출판계 유통계 인사들이 21일 가격 안정화를 위한 출판유통업계 자율협약서를 들어 보였다. 한국출판인회의 제공
19일 서울 종로구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출판계 유통계 인사들이 21일 가격 안정화를 위한 출판유통업계 자율협약서를 들어 보였다. 한국출판인회의 제공
“도서 가격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출판문화협회 4층 강당에서 출판과 유통업계의 자율협약식이 열렸다. 21일 시행을 앞둔 새 도서정가제가 ‘제2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될 것’이라는 논란이 일자 출판단체, 유통업체, 정부가 모여 “자율도서정가협의회를 구성해 가격안정화를 이뤄내겠다”고 선언한 것. 하지만 ‘안정화’란 구호만 있었을 뿐 구체적 방안은 없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책값, 정말 어떻게 될까?

○ 당장 21일 책 산다면…

지금까지 신간(新刊)은 최대 19%까지, 발행된 지 18개월이 넘은 구간(舊刊)과 신간 실용서, 초등학습 참고서는 무제한 할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21일부터는 신·구간 구분 없이 최대 15%만 할인된다. 1만5000원짜리 신간을 기준으로 하면 1만2150원(19% 할인)에 사던 것을 600원 비싼 1만2750원(15% 할인)에 구입해야 한다. 신간은 체감 금액 차가 크지 않다.

하지만 구간은 다르다. 1만5000원짜리 구간은 온라인서점이 대략 30∼40% 할인해 9000원∼1만500원에 구입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15%만 할인된 1만2750원에 사야 한다. 같은 책을 3000원가량 비싸게 사는 셈이다. 출판계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장기적으로는 새 도서정가제로 거품이 빠져 책값이 내려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 열악한 출판현실 대폭인하 어려워

책값 거품이 정말 빠질까? 결론부터 말하면 일부 분야의 책들만 가격이 소폭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단행본의 경우 1쇄(3000부)를 모두 팔아야 겨우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데, 10권 중 7권은 1쇄를 다 팔지 못하는 출판계 현실에서 책값이 떨어지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초등학생용 참고서와 실용서는 거품이 빠질 것으로 예측된다. 초등학생 참고서와 실용서는 신간도 할인제한이 없었기 때문에 30∼40%가량 할인된 가격에 판매됐다. 출판사들도 할인을 고려해 가격을 높게 책정했었다.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0∼2013년 중학교 참고서 가격은 연간 1.6∼4.9% 올랐고 고교 참고서는 0∼1.6% 오른 반면 초등 참고서는 1.3∼8.3%의 인상률을 보여 상대적으로 높았다. 한국출판인회의 윤철호 회장대행은 “내년 초 새 학기에 적용될 참고서 가격에 대해 업체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 인기구간 30~40% 할인 수준서 재조정 될 듯

새 도서정가제는 구간에 대해 가격을 다시 책정해 내년 2월부터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문체부가 시범적으로 이달 6일부터 11일까지 재정가 신청을 받아본 결과 약 146개 출판가들이 총 2993종의 가격 재조정을 신청했다. 75%가 어린이 책이었는데 원래 가격에서 평균 57%를 할인했다. 시범 재정가 도서는 21일부터 판매할 수도 있다. 문체부 김일환 출판인쇄과장은 “인기 있는 구간들은 정가의 30∼40%를 할인한 수준에서 가격이 재조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재정가를 지나치게 낮게 책정할 경우 정가제 취지가 무색해지기 때문에 제한을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출판사가 서점에 책을 넘길 때 공급률(정가 대비 납품가 비율)도 가격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현재 대형서점은 정가의 50∼60%, 동네 중소서점은 70∼75% 선에서 책을 받는다. 출판사들은 “새 정가제로 할인이 제한되면 그간 할인 경쟁을 했던 유통업체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만큼 공급률을 5%가량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교보문고, 예스24 등 유통업체는 “정가제 후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가 1만5000원 단행본, 평균원가는 8000원▼

물류비-인건비 지출 뒤 15% 할인… 소비자에겐 1만2750원에 판매


책 한 권의 원가가 얼마나 될까.

동아일보 취재팀이 국내 복수의 출판사를 취재해 단행본의 원가와 유통비 등 소비자에게 전달될 때까지의 총 비용을 분석했다.

정가 1만5000원인 단행본을 3000부(1쇄) 찍는다고 가정할 때 권당 평균 원가는 약 8000원. 출판사는 이 책을 교보문고, 예스24 등 대형유통업체에 정가의 60%인 9000원에 넘겨 평균 1000원을 남긴다. 유통업체들은 책 납품가 9000원에 물류비와 인건비, 택배비 등 총 1만2500원을 지출한다. 새 도서정가제 적용시 소비자에게 정가의 15%(2250원)를 깎아줘 1만2750원에 판매한다. 남는 액수는 약 250원.

출판사 관계자는 “1쇄를 팔아야 겨우 손익분기점에 도달한다”며 “1쇄까지는 권당 1000원 내외를 남겨도 추가 인건비, 출판사 유지비, 신간 개발비 등이 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예스24 관계자는 “회사 유지비, 마케팅 비용을 빼면 책 한 권에 100∼150원 정도 남는다”며 “책 판매보다는 출판사에서 받는 광고비 등으로 이익을 올리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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