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부 ‘여윳돈’ 잡아놓고 의원 지역구에 선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담합과 반칙의 예산심사]
정부-국회, 국가예산 ‘부당 거래’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놓고 진통을 겪으면서 정치권과 정부가 국회에 제출된 정부 예산안을 일부 삭감하는 대신에 의원들의 지역구 사업예산을 증액하는 정치적 거래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9일 동아일보가 국회 각 상임위원회의 내년도 예산안 예비심사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예산을 편성해놓고도 다 쓰지 못했던 공공자금 관리기금(공자기금) 관련 예산 등을 올해 정부가 더 늘려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자기금 예산 등은 매년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대폭 삭감되는 대표적 예산들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가 핵심사업 예산을 지키면서 정치권의 지역구 예산 증액 요구를 받아주기 위해 이런 부분에서 예산안을 늘려 잡아 국회에 제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해 나라살림 규모를 결정하는 예산안 심사는 국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가 주도하지만 정부 예산안을 편성하는 기획재정부도 깊숙이 개입한다. 이 과정에서 기재부는 국회가 예산을 줄여도 별 영향이 없는 기금 관련 예산, 핵심사업이 아닌 사업예산, 지역구에 영향이 덜한 비정치적 사업예산 등을 주로 삭감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 심사과정에 참여했던 정치권과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기금 관련 예산 등은 정부가 기준금리를 높여 잡는 등의 방식으로 ‘운용의 묘’를 살릴 수 있기 때문에 정부 예산안 편성 때부터 국회가 삭감할 것을 예상해 예산을 늘려 잡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기재부는 공자기금 내 국채 이자상환자금의 기준금리를 올해 4.0%에서 내년 4.5%로 높여 잡아 내년도 예산을 올해보다 1조7000억 원 늘려 짰다. 국회 예산정책처 등은 지난해 국채 조달금리가 3.14%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할 때 정부가 적용한 금리가 지나치게 높다고 보고 있다. 기재부는 2014, 2013년도 예산안에서 당초 국채 이자상환 기준금리를 4.8%로 적용했지만 국회는 심사과정에서 4.0%로 낮추고 예산을 각각 1조5000억 원, 1조4000억 원 삭감했다.

정부 예산을 줄여도 금융공기업의 보증 등을 통해 자금을 불릴 수 있는 무역보험기금, 에너지특별회계 등 각종 출연금 예산 등도 국회의 단골 삭감 대상이다. 부처 사업예산 중에서는 계약시기가 불투명한 경우가 많은 무기구입사업 등 국방예산이 매년 수천억 원씩 삭감된다.

이렇게 예산이 줄어들면서 마련된 재원은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사업예산이나 복지예산을 증액하는 쪽으로 주로 쓰인다. 실제로 올해 예산에서는 지역구와 관련성이 높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정부안에 비해 4274억 원 늘었으며 복지예산은 6000억 원 증액됐다.

지난해 예산 심사과정에 참여했던 한 의원 보좌관은 “의원들이 ‘관심 예산’을 증액할 수 있도록 정부도 보통 1조 원 안팎의 여유를 둔다”며 “이를 지역구의 인구 수 등을 감안해 정치권이 나눠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예산을 둘러싼 불투명한 정치적 거래가 재정건전성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영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예산을 심사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상임위원회로 바꾸고 지역구 의원들을 배제해야 예산편성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문병기 weappon@donga.com·김준일 기자
#부당거래#여윳돈#지역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