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부당거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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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376조원 중 1조 안팎 떼내… 정치권 요구 사업에 배분 계획
국회의 삭감 우려해 ‘선물’ 준비

여야 간 정쟁으로 국회의 내년 예산안 심사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정부가 당초 예정한 376조 원의 예산안에서 1조 원 안팎을 떼어내 정치권이 요구하는 증액사업에 배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사업의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사업 예산을 무차별적으로 깎으려 할 수 있다고 보고 ‘협상용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1953년 국회에 예산결산위원회가 설치된 뒤 계속돼 온 정부와 국회 간 ‘예산안 거래’가 올해에도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국회와 정부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인 12월 2일을 약 2주일 앞두고 예산안 중 개별 지역에 영향을 주지 않는 분야를 중심으로 ‘우선감액대상사업’을 추리고 있다. 이달 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시간에 쫓긴 의원들이 중요한 정부사업의 예산을 대폭 삭감할 것을 우려해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한 분야의 예산을 조정해 ‘정치적 선물’을 마련해두려는 것이다.

동아일보가 정부 당국자, 전 기재부 예산실 관계자, 예결특위와 관련된 정치인 등을 대상으로 우선감액대상 사업 규모를 추정한 결과 기재부가 정치적 타협을 염두에 두고 준비하고 있는 사업비는 1조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정부 예산안은 국회 심사 과정에서 통상 5조 원 정도 삭감되는데 정부가 정치적 거래를 위해 이 중 20% 정도를 스스로 감액하는 셈이다.

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관련 사업처럼 정권이 중점을 두는 사업을 제외한 주변부 사업 규모를 줄이거나 국채 이자상환 금리를 예정보다 낮추는 방식으로 증액자금을 확보한다. 정부 당국자는 “원안대로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심사 과정에서 정부가 의원들에게 ‘이런 사업 규모를 줄이면 된다’는 식으로 의견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홍수용 legman@donga.com·문병기 기자
#부당거래#국회#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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