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블로킹, LIG가 달라졌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1월 20일 06시 40분


LIG 김요한. 스포츠동아DB
LIG 김요한. 스포츠동아DB
현재 블로킹 102개…1R 최하위팀서 반전
김요한·손현종·에드가 등 ‘절대 높이의 힘’

우리 V리그가 외국인선수의 독무대가 된 이유는 높이의 절대 차이 때문이다. 키 2m가 넘는 거인들이 토종 블로커의 손 위에서 마음 놓고 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그 절대높이를 극복하지 않는 한 한국배구의 미래는 밝지 않다. 그동안 V리그에서 높이를 상징하는 팀은 현대캐피탈이었다. ‘스카이워커스’ 이름처럼 자유계약시절 장신의 선수를 모두 쓸어 모아서 상대 팀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탄탄한 블로킹 왕국을 만들었다.

● 블로킹으로 2라운드 반전의 계기를 잡은 LIG 손해보험

NH농협 2014∼2015 V리그에서 가장 블로킹이 탄탄한 팀은 LIG손해보험이다. 19일 현재 102개의 블로킹을 성공시켰다. 2위 우리카드가 83개인 것에 비교하면 LIG의 위력이 쉽게 드러난다. 1라운드 최하위를 기록했던 LIG는 블로킹을 앞세워 반전의 계기를 잡았다.

팀에 2연승을 안긴 주역은 2번 레프트 손현종이다. 18일 구미에서 벌어진 대한항공전에서 1세트 중반 투입돼 21-20에서 산체스를 2차례 연속 블로킹으로 잡아냈다. 팽팽하던 경기의 주도권을 빼앗아온 분수령이었다. 손현종은 이날 3개의 블로킹을 성공시켰다. LIG는 2세트에서도 하현용이 19-17, 20-18에서 산체스와 신영수를 블로킹으로 잡아내며 승패를 결정해버렸다. LIG는 대한항공을 상대로 13개의 블로킹을 성공시키며 세트스코어 3-1로 이겼다. 13일 우리카드와의 경기에서는 무려 19개의 블로킹을 성공하며 3-1로 압승했다. 손현종과 에드가는 각각 7개를 기록했다. 요즘 LIG는 되는 집안답게 한 두 명이 블로킹을 잘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잘한다.

● LIG의 블로킹이 무서운 이유는

상대 팀 공격수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떠오른 LIG 블로킹의 위력은 바로 절대높이에서 나온다. 1번 레프트 김요한(200cm) 2번 레프트 손현종(197cm) 라이트 에드가 (212cm) 등이 어느 팀과 견줘도 떨어지지 않는다. 최근 주전으로 뛰는 세터 양준식(192cm)도 다른 팀 세터보다 장신이다. 하현용과 정기혁도 7개 구단의 센터 가운데 수준급으로 평가받는 높이와 블로킹 기술을 자랑한다. 어느 포지션에서건 높이가 뒤쳐지지 않는다.

LIG는 그동안 서브리시브와 연결의 문제가 많은 팀으로 지적돼 왔다. 매 시즌마다 그 약점을 고치려고 많은 감독들이 노력을 했지만 단점이 쉽게 고쳐지지는 않았다. 대신 다른 곳에서 길이 나왔다. 수비와 연결은 여전히 덜컹거리지만 높이에서의 장점을 앞세운 블로킹으로 그 단점을 커버하고 있다.

특히 최근 손현종의 상승세가 무섭다. 그는 지난해 인하대학교 3학년의 신분으로 드래프트에 나왔다. 당시 인하대는 신인드래프트에 내보낼 졸업반이 한 명도 없었는데 팀 사정에 따라 손현종을 내보낼지 여부를 고민했다. 사전에 몇몇 팀과 의사타진을 한 끝에 손현종을 내보냈다. LIG는 조재영과 정지석(이상 대한항공 선택) 손현종 사이에서 고민을 하다 높이의 장점을 믿었다. 결국 그 선택 덕분에 지금 웃고 있다.

이제 대학 4학년인 손현종은 시즌을 앞두고 문용관 감독이 가장 기대를 거는 선수였다. 대학생 신분이라 수업도 빠지지 않아야 하고 여름 중요한 훈련기간에는 교생실습으로 빠져 감독을 애태웠지만 지금 공격과 블로킹으로 큰 보답을 하고 있다. 문용관 감독은 “아직 팀이 들쭉날쭉한 것이 문제지만 우리의 장점은 계속 살리는 방향으로 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이제 V리그에서 높이의 팀은 LIG손해보험이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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