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엔지니어링 합병 무산… 종합플랜트 회사 도약 꿈 ‘일단 정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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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반대 주주 매수청구 많아… 각각 이사회 열어 계약해지 결정
“육상-해상플랜트 시너지 청사진… 시장 상황 감안해 추후 재추진”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무산됐다. 12월 1일 합병법인을 출범시켜 육상과 해상을 아우르는 연간 매출 40조 원 규모(2020년)의 초일류 종합플랜트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꿈도 일단 브레이크가 걸렸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합병 계약상 예정된 한도를 초과해 합병 계약을 해제하기로 결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양사는 이날 오전 각각 이사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국민연금공단 등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청구한 주식매수 규모는 총 1조6299억 원으로 집계됐다. 양사는 “과도한 주식매수청구 부담을 안고 합병을 진행할 경우 합병 회사의 재무상황을 악화시켜 주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두 회사는 합병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매수대금 한도액을 정했다. 삼성중공업이 9500억 원, 삼성엔지니어링이 4100억 원이었다. 그러나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주식매수청구 금액이 7063억 원이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정한 주식매수청구 가격(6만5439원)보다 주가(17일 종가 6만800원)가 크게 떨어진 탓이다. 삼성중공업의 주가 역시 떨어졌지만 청구액(9236억 원)은 간신히 한도를 넘기진 않았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최근까지만 해도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한도를 조금 넘어도 합병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주주와 시장 평가가 예상외로 싸늘해서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합병 시너지 효과를 기업설명회, 투자자 미팅, 언론 보도 등으로 적극 설명했는데 주식시장 침체와 전반적인 업황 부진으로 소용없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은 삼성그룹이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이어왔던 사업 재편 작업을 마무리하는 한 축이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와 직결된 순환출자 고리에 들어가 있지 않은 데다 오너 일가의 지분도 없어 합병은 순수하게 사업성 강화라는 측면이 강했다.

합병을 통해 꾸준한 실적 악화를 해결해 보려던 두 회사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다. 두 회사 모두 수주업이라 고객사에 육상과 해상플랜트라는 ‘토털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중국 업체들의 가격경쟁력에 맞서려 했다. 삼성중공업은 장기적으로는 삼성엔지니어링의 플랜트 설계 인력을 활용해 해양플랜트의 공정 지연을 막는 등 해양플랜트에 대한 능력을 향상시킬 계획이었다. 합병회사는 통합구매로 연간 10조4000억 원의 원가도 절감할 수 있다고 봤다.

양사는 추후 합병을 재추진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두 회사는 “합병에 대한 필요성은 여전하다. 시장 상황과 주주 의견 등을 신중히 고려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너지 창출을 위한 협업도 계속할 방침이다. 삼성중공업은 14일 거제조선소와 서울 서초사옥에 나눠 근무하던 해양플랜트 설계 및 연구개발 인력을 경기 성남시 판교 R&D센터에 입주시켰다. 판교 R&D센터는 삼성엔지니어링 서울 상일동 본사와 차로 20분 거리라 협업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자동화 장비를 삼성엔지니어링의 육상플랜트 현장에 투입하는 계획도 예정대로 진행한다.

그러나 당분간 합병 재추진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주주들의 마음을 돌리려면 실적을 회복해야 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연말에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예나 yena@donga.com·김지현 기자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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