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목숨’ 용병? 나는야 장수만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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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퍼트 4년, 밴헤켄 3년째 뛰어
과거엔 한화 데이비스 7년 최장

매년 11월 25일은 국내 프로야구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에게 운명의 날이다. 야구 규약 ‘외국인 선수 고용 규정’에 따라 이날까지 구단이 재계약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선수는 원칙적으로 다년 계약을 못하게 돼 있다. 별도의 금지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공식 계약서 자체에 ‘20__년 2월부터 11월 사이의 기간’이라고 돼 있어 2년 이상을 명기할 수 없다. 이면 계약을 양산했던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 규정은 올해부터 없어졌다.

외국인 선수를 보통 ‘용병’이라 부른다. 사전적 의미로 용병은 ‘일정한 보수를 주고 고용한 병사’다. 이 단어를 주요 언론은 이제 많이 쓰지 않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있다. 입에 익기도 했거니와 그들의 운명이 짧은 기간의 성적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팀에 공헌을 했어도 다치거나 슬럼프에 빠지면 구단은 국내 선수들과 달리 기다려주지 않는다. 올해만 해도 LG 조쉬벨, SK 스캇, KIA 홀튼, 한화 클레이 등이 한 시즌도 채우지 못하고 떠났다.

많은 외국인 선수가 ‘용병’의 숙명대로 ‘파리 목숨’이었지만 오래 사랑받은 ‘장수 외국인 선수’도 있다. 한화에서 1999년부터 2차례에 걸쳐 7시즌 동안 뛰었던 외야수 데이비스가 대표적이다. 국내 프로스포츠를 통틀어 7시즌을 보낸 외국인 선수는 데이비스와 프로농구 현대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맥도웰 뿐이다.

데이비스의 뒤를 잇는 장수 외국인 선수로는 KIA와 두산에서 6년을 뛴 투수 리오스와 현대와 두산에서 각각 5년 동안 활약한 브룸바와 우즈가 있다. 2009년 삼성과 계약한 투수 나이트는 2011년 넥센으로 옮겨 나름대로 활약했지만 올 시즌 도중 퇴출돼 6시즌을 채우지 못했다.

올해로 4시즌을 꽉 채운 외국인 선수로는 두산의 니퍼트가 있다. 그는 역대 외국인 투수 최초로 한 팀에서 4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기록했다. 리오스도 6년 내내 두 자리 승수를 올렸지만 KIA에서 3년, 두산에서 3년이었다. 두산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니퍼트와는 재계약을 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내년 몸값을 놓고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넥센도 3시즌을 활약하며 올해 20승을 달성한 밴헤켄만큼은 꼭 잡겠다는 계획이다. 이들 가운데 데이비스를 뛰어넘는 ‘장수 외국인 선수’가 나올 수 있을까.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니퍼트#한화#밴헤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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