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KDN “수주 제한 풀어달라” 의원 4명에 입법로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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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前사장 등 2명 영장 신청키로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전KDN이 ‘입법 로비’ 차원에서 여야 의원 4명에게 5000만 원이 넘는 불법 정치후원금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 4명에게 1인당 995만∼1816만 원의 정치후원금을 건네도록 지시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김모 전 한전KDN 사장(58)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은 이 중 입법 로비를 주도한 김 전 사장과 조모 처장(56) 등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19일 신청할 예정이다. 건네진 후원금은 전순옥 의원 1816만 원, A 의원 1164만 원, B 의원 1430만 원, C 의원 995만 원 등 총 5405만 원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한전KDN은 국가기관이 발주하는 소프트웨어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막는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 일부 개정안이 2012년 11월 15일 국회에 상정되자 나흘 뒤 김모 본부장(60·구속)을 팀장으로 한 내부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한전KDN은 발전과 송전, 변압 등 전력 공급에 필요한 정보기술(IT)을 공급하는 한전 자회사다. 한전KDN은 모기업인 한전이 대기업 기준인 상호출자제한집단에 속해 있어 대기업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매출의 50%에 이르는 한전 수주를 받을 수 없게 된다.

TF는 그해 12월 법안을 발의한 전 의원과 새정치연합 의원 1명, 새누리당 의원 2명 등 총 4명을 ‘로비 대상’에 포함시켰다. TF는 의원별로 회사 부서를 2, 3개씩 할당해 전 직원에게 후원금을 보내도록 공문으로 독려했다. 그해 말까지 직원 491명이 1인당 약 10만 원씩 총 4869만 원을 정치후원금으로 입금했다. 그 사이 김 전 사장 등은 의원실을 찾아 “대기업에 속하더라도 공공기관일 경우 소프트웨어 수주를 허용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한전KDN은 ‘국회의원 ○○○ 후원금 기탁자 명단(의원실 제출용)’이라는 제목의 회사 후원자 명단을 의원실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후 전 의원은 지난해 2월 국가기관 소프트웨어 수주에서 대기업을 배제하는 대신에 공공기관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 개정안을 제출했다. 한전KDN 직원들은 경찰에 “우리가 준비한 초안을 전 의원이 발의했다”고 진술했다.

또 한전KDN은 지난해 6월 전 의원이 출판기념회를 열자 책 300권(약 900만 원)을 사들였다. 경찰은 의원실이 100부 구매를 요청했지만 그 3배를 사들였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이 국회 상임위 소위원회를 통과한 지난해 8월에는 직원 77명이 전 의원에게 536만 원을 추가 후원했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치인을 후원한 한전KDN 직원들은 연말정산으로 후원금을 전액 돌려받았다”며 “국민 세금으로 입법 로비를 한 셈”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다음 주부터 여야 의원실 4곳 관계자들을 소환해 정치후원금을 대가로 입법 활동에 관여했는지를 수사할 방침이다. 전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법의 한도 내에서 정치후원금을 받았을 뿐 한전KDN의 입법 로비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법안 개정안 역시 의원실에서 내놓았고 책값은 모두 사회적 기업에 기부했다”고 반박했다. 다른 3명의 의원들 역시 “사실이 아니며 해당 법안에 관여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찰은 한전KDN 임직원들이 회사 자금을 빼돌린 정황도 파악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회사 임직원 358명은 2012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4160차례 출장을 간 것처럼 허위 서류를 올려 출장비 11억2000만 원을 받아 갔다. 회사 직원들은 이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거나 상급자에게 100만∼200만 원씩 상납했다. 경찰은 1000만 원 이상을 챙긴 김모 씨(41) 등 17명과 허위 출장을 승인해 준 문모 씨(53) 등 21명도 사기 혐의로 입건했다.

박재명 jmpark@donga.com·홍정수 기자
#한전KDN 입법로비#한전KDN#한국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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