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영준]한국의 교통카드가 세계에서 통하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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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준 한국교통연구원 교통기술연구그룹장
문영준 한국교통연구원 교통기술연구그룹장
최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회원국 간 경제 통합을 촉진하는 방안으로 ‘APEC 교통카드’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국토교통부는 내년 4월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APEC 교통실무회의에서 교통카드 전문가 부문을 추가해 논의를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국의 교통카드는 우리 정보통신기술(ICT)과 교통정책이 융합된 대표적인 기술기반 정책의 성공 사례다. 전국 버스와 지하철, 기차 등 대중교통을 카드 하나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전국 호환 교통카드(One Card All Pass) 개념으로 카드의 요금 지불과 정산에 관한 정보체계를 표준화했다. 올해 6월부터 정식 발매된 전국 호환 교통카드는 매달 판매량이 증가해 10월에는 42만 개로 늘었고 사용건수도 2000만 건에 육박한다고 한다. 이 표준체계를 적용해 APEC 회원국 어디에서든 하나의 카드로 대중교통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 제안의 배경이다.

우리나라의 전국 호환 교통카드를 APEC 국가들에 공동으로 적용할 수 있을까. 몇 가지 조건이 뒤따른다. 우선 지불 및 정산, 충전을 위한 합의 즉, 표준 시스템이 적용돼야 한다. 대중교통 운영 주체인 대상 도시, 대중교통 사업자 등 이해 당사자 간 합의로 국제 표준화를 제정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전국 호환 교통카드(One Card All Pass)’ 국내 표준을 ‘APEC 호환 교통카드(One Card All APEC)’ 국제 표준화로 만들기 위해 각국 이해 당사자들을 APEC 교통실무회의에 모이도록 해 작업팀을 구성하고 협의를 주도해야 한다. 물론 경제적인 이해가 충돌할 것이다.

이때 필요한 조건이 윈-윈 모델이다. 표준카드를 적용하면 여행자에게 어떤 이득이 있을지, 각국의 이해 당사자들에게는 어떤 경제적 이득이 있을지에 대한 해답이다. 예를 들어 APEC 국가 간 환승할인 혜택을 적용하면 이용자들에게는 이득이지만 사업자들에게는 부담이다. 이 경우 해당 국가나 도시가 이를 지원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정책적 판단이 뒤따라야 한다. 대안은 없을까. 표준카드 마일리지 제도의 도입을 고려해 볼 만하다. 항공 마일리지처럼 이용 거리와 요금에 따라 포인트를 부여하고 이를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교통카드 업계가 말레이시아 등에 진출하면서 서울시에 적용했던 대중교통 운영 정책과 요금체계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경험을 살리면 우리나라 주도의 APEC 교통카드 확산은 또 다른 창조경제의 한 가지 모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영준 한국교통연구원 교통기술연구그룹장
#교통카드#APEC#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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