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직사회 혁신한다더니 결국 공무원만 늘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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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국무회의에서 개정 정부조직법과 직제를 의결함에 따라 오늘부터 국민안전처 인사혁신처 행정자치부가 새로 출범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5월 대(對)국민 담화문에서 “우리 공직 사회는 폐쇄적인 조직문화와 무사안일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며 ‘공직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개혁’을 다짐한 지 6개월 만이다. 하지만 정부가 개혁을 하겠다며 내놓은 결정은 엉뚱하다. 고위공무원단 이상 직위 12개를 증설하고 공무원을 740명 늘리는 것이었다. 세월호 참사라는 국가적 위기에서 치밀한 검토 없이 ‘부처 쪼개기’ 식 개편을 하는 바람에 관료 사회의 몸집만 더 불려 놓았다.

박 대통령은 담화문에서 “국민 안전을 최종적으로 책임져야 할 안전행정부가 제 역할을 못했다”고 질책했다. 그러나 이번 정부 조직 개편으로 안행부에서 ‘안전’과 ‘인사’가 떨어져 나가면서 관련 간부들은 오히려 ‘승진 잔치’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국민안전처의 경우 최고책임자의 직급이 장관이 되면서 차관급만 세 자리 생겼고 673명의 신규 인력까지 포함해 1만45명의 공무원을 거느리는 거대 부처가 됐다.

국가 재난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소방구조본부 등 현장 인력을 늘린 것은 공감할 대목이 있다. 그러나 먼저 공직 구조조정을 통해 방만한 조직과 인력을 줄이고 재배치한 뒤 그래도 일손이 부족할 경우 증원하는 게 맞다. 인사혁신처를 신설한 것도 ‘철밥통’ 공직사회를 수술한다는 취지가 아니었는가.

공무원 수를 늘리면 공조직의 비대화와 비능률을 부를 소지가 크다. ‘공무원 수는 업무량과 관계없이 일정한 비율로 증가한다’는 파킨슨 법칙은 살아 있는 진리다. 공무원연금 적자를 메우기 위해 올해에만 2조5000억 원의 세금이 들어간다. 공무원이 늘어나면 국민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야당의 반대와 일선 공무원들의 강력한 저항으로 연내 실현은 쉽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고, 2016년 총선거가 가까워지면 아예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높다. 인사혁신처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완수할 때까지 공무원 수를 늘린다는 말을 꺼내지도 말아야 한다.

인사 혁신이 제대로 되면 공무원 수는 줄어들어야 한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4년간 등록 규제가 4210건 증가하는 사이에 공무원은 2만3185명 늘어났다. 공무원 5.5명당 규제가 1건씩 증가한 셈이다. 공무원 증원으로 불필요한 규제가 늘어나 오히려 기업의 경제 활동을 위축시키는 일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박근혜 정부는 행정의 효율성을 높여 공무원 수를 줄이면서 대국민 서비스를 강화하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고심하기 바란다.
#공직사회#공무원#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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