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송신근]대학보다 취업 택하는 청년들을 도우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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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신근 기능한국인회 회장 ㈜디피코 대표·판금명장
송신근 기능한국인회 회장 ㈜디피코 대표·판금명장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일 년간 논과 밭을 일군 농민들이 풍성한 가을걷이를 끝내고 한숨 돌릴 시기이기도 하다. 40년간 기술인으로 살다 보니 땅을 다루는 방식을 터득하며 생산량을 늘리는 ‘기술인’으로서의 농부 모습에 매료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작황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무수히 많다. 풍작을 위해선 건강한 토양과 씨앗, 비료가 필요하다. 고부가가치를 지향하는 신(新)산업시대가 필요로 하는 수확물, 바로 숙련된 기술인을 키워내는 것도 농사와 비슷하다.

독일은 중세 길드에서부터 이어져 온 마이스터 제도를 바탕으로 기술을 높게 평가하는 인식의 토양이 마련돼 있었다. 여기에 정부가 능력 중심의 노동시장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씨앗으로 뿌렸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 세계 직업교육훈련의 롤모델로 꼽히는 듀얼 시스템이다. 학생들은 1∼2일은 학교에서 이론교육을, 3∼4일은 기업에서 실무교육을 받는다. 비료 역할을 한 것은 기업이다. 독일 중소기업의 대표들은 기술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현장에서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는 데 집중했다. 현재 독일 전체 기업의 30%가 듀얼 시스템에 참여하고 있고, 이 중 약 90%가 중소기업이다. 기업이 키운 인재들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독일의 중소기업을 지탱하는 힘이다.

국내에서도 능력을 중시하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예비 근로자들은 대학 간판보다는 취업이라는 실리적 선택을 하고 있다. 5년 전까지만 해도 특성화고 졸업생의 73%가 대학 진학을 선택했으나 최근 대학 진학률이 38%로 떨어졌다. 반면 취업률은 16%에서 44%로 급상승했다.

여기에 정부는 일학습병행제라는 씨앗을 뿌렸다. 이에 대한 청년들의 기대감도 높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15∼29세 청년 10명 중 7명 이상인 75%가 일학습병행제에 참여할 의지를 밝혔다. 젊은 층이 학벌보다 능력을 중시하는 실용적인 성향으로 옮겨가고 있는 증거가 아닐까 한다.

이제 기업인들이 나설 때다. 모든 것을 갖춘 지원자를 앉아서 기다리기보다는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직접 가르치고 키워내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필자 역시 대학 간판보다 현장 경험을 중시하고 있는 기업인으로서 올해 신입사원 15명을 한국판 듀얼 시스템인 일학습병행제 학습근로자로 선발했다. 앞으로 철저한 현장 중심의 실무교육과 이론교육을 거쳐 이들을 예비 판금명장으로 키우고자 한다.

능력 중심의 토양을 일구고 일학습병행제라는 옹골찬 씨앗을 뿌렸다면 이제는 중소기업의 책임감 있는 참여라는 유기농 비료가 필요하다. 그래야 인재들이 건강하게 싹트고 자랄 것이다. 정성을 기울일수록 애사심이라는 꽃도 피워낸다. 앞으로 더욱 많은 기업들이 훌륭한 인재라는 수확물을 거두고, 나아가 능력 중심의 비옥한 땅이 전국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해 본다.

송신근 기능한국인회 회장 ㈜디피코 대표·판금명장
#마이스터 제도#취업#일학습병행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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