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6층짜리 입시학원 건물서 화재… 비상 사다리가 참사 막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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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야” 원장 3층 강의실 달려가… 교사와 함께 고3 18명 비상구 안내
학생들 물티슈로 입막고 침착 탈출

서울의 한 입시학원 건물에서 불이 났지만 입주자들의 적절한 대처로 인명피해 없이 위기를 넘겼다. 사고 직후 비상대피시설을 이용해 발 빠르게 대피했고 소방당국이 신속히 구조에 나선 결과다.

17일 오후 3시 12분경 서울 성북소방서에 지상 6층 건물에 입주한 성북구 A 입시학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불이 난 곳은 지하 1층 봉제공장이었다. 건물 3층(약 257.9m²·78평)의 A 입시학원에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고3 학생 18명이 논술 강좌를 듣고 있다가 화재 소식에 대피를 하고 있는 상태였다. 학원의 박모 실장(41)은 현관문 너머로 자욱한 연기를 보자마자 “불이야!”라고 외쳤고, 안모 원장(48·여)과 함께 강의실로 뛰어가 학생들을 비상구로 인도했다.

건물 3층 뒤편에 베란다 형식으로 마련된 5m² 면적의 비상구에는 1층까지 내려갈 수 있는 6m 가량의 비상 사다리가 준비돼 있었다. 원장과 실장, 교사 3명이 아래로 사다리를 던지자 인근 주민 2명이 달려와 사다리를 잡아주며 대피를 도왔다. 학생들은 물티슈로 입을 막고 침착하게 대피했다. 여학생에게 “먼저 내려가라”며 양보하는 학생도 있었다.

소방차는 신고 접수 3분 뒤인 3시 15분에 도착했다. 소방관들은 자체 사다리를 3층 비상구에 연결해 구조에 나섰다. 원장과 교사들은 학생들이 먼저 내려갈 수 있도록 도왔고, 박모 교사(44)가 맨 마지막으로 탈출했다. 성북소방서 이재호 소방위는 “원장과 교사들이 학생들의 대피를 도와준 덕에 크게 다친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건물 4, 5층 입주자 일부는 창밖으로 손을 흔들며 발을 동동 구르다가 구조됐다. 3명은 멈춰버린 엘리베이터에 갇혀 있다가 구조됐다. 화재는 3시 38분에 완전히 진압됐고 총 33명이 무사히 구조됐다. 이 중 11명은 단순 연기 흡입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안 원장은 “비상구와 간이 사다리를 사전에 준비해 놓았고 서로가 배려하며 침착하게 대피해 대형사고를 막았다”라고 말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서울#학원#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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