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고교 동시 입학… 한수원 동시 합격… 原電명장 꿈꾸는 쌍둥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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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신화 써가는 이창민-성민군

한국수력원자력에 나란히 합격한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 2학년에 재학 중인 쌍둥이 형제 이성민(왼쪽) 창민 군.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 제공
한국수력원자력에 나란히 합격한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 2학년에 재학 중인 쌍둥이 형제 이성민(왼쪽) 창민 군.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 제공
오직 ‘원자력을 공부하고 싶다’는 꿈 하나로 2년 전 개교하지도 않은 마이스터고에 나란히 지원했던 쌍둥이 형제가 이번엔 고등학교 재학 중에 한국수력원자력에 동시에 합격했다.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 2학년 이창민, 성민 군(17) 이야기다. 쌍둥이는 최근 한수원의 마이스터고 대상 공채시험에 나란히 합격했다. 2016년 2월 3학년을 마치고 입사한다.

쌍둥이는 2012년 10월 경북 울진군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에 지원했다. 이 학교는 국내 유일의 원자력 발전 설비 분야 마이스터고로 이듬해 3월 문을 열었다. 인천에 사는 쌍둥이의 집에서는 버스로 9시간이나 걸렸다. 아버지(이승규 씨)는 쌍둥이의 선택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중학교 성적도 최상위권인 두 아들이 대학에 안 가겠다니…. 집안에 그런 아이도 없을뿐더러 사회 통념상 고민도 됐다.

하지만 쌍둥이의 생각은 달랐다. 창민 군은 “초등학생 시절 과학관에 자주 갔는데 싼값에 많은 에너지를 만드는 원자력이 신기했다. 그 덕분에 줄곧 한수원을 생각했고 빨리 취업하려면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가 최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성민 군은 “내가 원하는 진로에 딱 맞는 학교라 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기숙사에서 공부하며 2주에 한 번씩 집에 가는 여정이 힘들어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다.

한수원에 합격하게 된 비결은 학교에서 실무 위주 교육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한수원 등 산업체의 강사들이 원자력의 기초부터 각종 이론을 가르쳤다. 백기흠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 교장은 “원자력은 실험이 어려운 분야라 현장 출신 강사의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이스터고의 취지가 ‘선취업 후진학’인 만큼 취업대비반도 집중 운영됐다. 아침이나 방과후에 토익 브리지, 적성검사, 면접 등에 대비할 수 있었다.

그래도 무엇보다 중요한 건 쌍둥이의 성실함이었다. 대학에 안 간다고 결코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매일 오전 1, 2시까지 공부하며 내신과 어학 성적, 자격증을 챙겼다. 성민 군은 “공부하는 이유는 결국 취업인데 마이스터고 학생은 일반고보다 그 목표를 4년 이상 먼저 이루는 만큼 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쌍둥이는 마이스터고 출신의 성공 신화를 꿈꾸고 있다. 창민 군은 “남들처럼 일반 대학에 안 가도 충분히 성공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려면 자기 계발은 필수다. 성민 군은 “꾸준히 나를 단련시키지 않으면 사원은 될 수 있어도 기술 장인은 될 수 없다”고 했다. 쌍둥이는 입사 뒤 사이버대학에서 원격으로 학위를 받고 대학원에도 다닐 계획이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한수원#쌍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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