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벽 앞에… 여야 혁신안 후퇴 조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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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의원 세비 무노동무임금 적용… 김무성 “수정” 김문수는 “못 고쳐”
野 출판기념회 금지 등 10개案… 비대위 “급할것 없다” 추인 제동

여야가 경쟁하고 있는 혁신안이 줄줄이 후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에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기득권’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김무성, ‘의원 무노동·무임금’ 수정 요구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세비 관련 혁신안은 조금 수정을 해보라”고 보수혁신위원회에 지시했다. 혁신위 부위원장인 나경원 의원도 이날 라디오에서 “좀 더 보완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혁신위가 의원들에게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안을 내놓자 의원들은 ‘자존심이 상한다’ ‘의정활동의 범위를 너무 좁게 해석한다’며 불만을 표출해왔다.

출판기념회 전면 금지 방안에 대해서도 ‘위헌 소지가 있다’ ‘정치 신인에게 불리하다’는 이유로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민식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출판기념회를 전면 금지할 경우 실제로 피해를 보는 사람은 정치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당 안팎에서는 의원들이 ‘특권 내려놓기’에 반발하는 것에 대한 비판과 함께 혁신위의 ‘전략 실패’를 지적하는 의견이 많다. 의원들에게 미리 설명하고 동의를 받는 사전 정지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반발을 키웠다는 것. 한 중진 의원은 “먼저 당의 정체성 개혁에 관한 큰 그림을 제시하고 의원들과 관련된 사안은 마지막에 했어야 했는데 순서가 거꾸로 됐다”고 말했다.

혁신위는 이날 회의에서 지금까지 내놓은 9개 혁신안을 수정하지 않기로 했다. 김문수 혁신위원장은 통화에서 “우리 스스로 자꾸 손을 대서는 안 될 것 같고 필요하면 의원총회나 당 차원에서 고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혁신위는 24일 회의에 당 의원들을 초청해 의견을 듣기로 했다.

○ 새정치연합 비대위, 혁신안 추인 보류

새정치민주연합 정치혁신실천위원회 간사인 김기식 의원은 이날 비공개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정치혁신 10개안’을 보고했다. 혁신안에는 ‘출판기념회 금지’를 결의하고 선거구 획정위원회를 ‘제3의 독립기구’로 구성하는 한편 선거구 획정안은 상임위원회 의결 없이 국회 본회의에 곧바로 상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의원 세비산정위원회 구성, 의원의 지역위원장 캠프 참여 금지 등도 포함됐다.

하지만 문희상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일부 비대위원이 “급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느냐”며 추인에 제동을 건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출판기념회 금지 결의는 ‘강제’가 아니라 ‘권고’ 사항임에도 비대위원의 반발이 컸다고 한다.

선거구 획정에 의원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한 ‘선거구 획정안 본회의 상정’안에 대해서도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 비대위원은 “선거구 획정 문제는 지역구 조정 당사자에게 정치적 사활이 걸린 문제”라며 “해당 의원에게 먼저 견해를 물어야 하는 사안”이라고 비판했다고 한다.

혁신안을 두고 반발이 거세지자 문 위원장은 “혁신안에 대한 정식 처리는 19일에 하자. 필요하다면 18일 의원총회를 소집해 당내 의견을 수렴하자”고 정리한 뒤 회의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정치혁신실천위는 비대위의 추인을 거친 뒤 의총 결의를 이끌어내려 했지만 비대위가 의원들에게 공을 떠넘긴 셈이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조차 “당 지도부에 정치혁신의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핵심 당직자는 “‘특권 내려놓기’를 둘러싼 비대위원들의 복잡한 심리가 반영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배혜림·홍정수 기자
#김무성#혁신안#기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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