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팀과의 경기는 의욕과 부담 사이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1월 18일 06시 40분


한국도로공사 이효희(3번)가 17일 성남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V리그 여자부 GS칼텍스와의 경기에서 도로공사가 점수를 올리자 동료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성남|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한국도로공사 이효희(3번)가 17일 성남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V리그 여자부 GS칼텍스와의 경기에서 도로공사가 점수를 올리자 동료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성남|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더 잘하는 모습 보여주려는 욕심 있어
장단점 파악 당해 실력발휘 못하기도

2013∼2014시즌 뒤 IBK기업은행의 이효희가 FA선수로 팀을 떠났다. 설마 했다. 창단멤버인데다 2012∼2013시즌 사상 첫 우승의 배려로 선수생활을 마치면 정식 은행직원으로 채용한다는 결정까지 나온 터였다. 이적이 알려진 날 가장 충격을 받은 선수들은 기업은행 선수들이었다. 엄마 같고 때로는 이모 같았던 큰 언니가 팀을 떠나면서 어린 선수들이 받은 충격은 컸다. 이효희는 도로공사로 옮긴 뒤에도 기업은행 선수들을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안부를 주고받는다. 그만큼 친정팀에 있을 때 친하게 지냈다는 증거다.

● 친정팀과의 경기가 부담스러운 여자 선수들

이번 시즌 FA선수로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은 이효희는 10일 친정팀 IBK기업은행 경기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상대는 라이벌 김사니였다. 1세트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지만 결국 팀은 역전패했다. 흥국생명의 곽유하도 13일 도로공사 경기에서 고전했다. 도로공사의 서브가 평소보다는 강했지만 이번 시즌 보여주던 안정된 리시브가 그날만큼은 사라졌다. 10월 28일 첫 경기 2세트 때 슈퍼 디그로 팀을 구한 것과는 전혀 달랐다.

위의 사례처럼 여자 선수들은 간혹 친정팀과의 경기에서 평소 이하의 기량을 보인다. 그 이유가 궁금했다. 누구는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욕심이 몸을 무겁게 한다”고 답했다. 또 다른 선수는 “그 팀을 떠나면서 버려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졌다”고 했다. 자신의 장단점을 동료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도 부담을 줄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선수들이 친정팀과의 경기를 부담스러워하고 또 의욕도 다진다.

● 정대영의 칼과 표승주의 서브

도로공사의 정대영은 5일 시즌 첫 번째 GS칼텍스와의 경기에서 12득점으로 활약했다. 블로킹도 3개나 했다. 범실은 단 2개였다. 그러나 팀은 패했다. 몇 년간 한솥밥을 먹었던 동료들을 상대로 한 경기라 의욕이 앞섰다. 정대영은 13일 GS전을 앞두고 “더욱 칼을 갈고 있다”고 도로공사 관계자가 귀띔했다. FA영입 뒤 “보고만 있어도 든든하다”며 큰 기대를 했던 서남원 감독에게 이번에야말로 존재가치를 확인하고픈 마음이 크다.

반면 서남원 감독은 GS에 보상선수로 넘겨준 표승주의 서브를 경계했다. 여자선수 가운데 가장 서브가 강한 표승주다. 친정 동료들을 향해 날리는 서브가 경기의 운명을 가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 감독은 “(표승주의)공의 흔들림이 심하고 묵직해서 어지간해서는 받기 힘들다”고 말했다.

● 도공 3-1로 GS 잡고 2연승…OK도 3-0 완승

17일 성남 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NH농협 2014∼2015 V리그 2라운드 도로공사-GS칼텍스 경기의 주인공은 왼손 공격수 문정원이었다. GS는 1세트 블로킹(5-1)과 서브(3-1)의 우위를 앞세워 25-20으로 이겼다. 2세트는 도로공사의 문정원이 빛났다. 58%의 성공률 높은 강타로 7득점한 덕분에 GS를 25-19로 제압했다. 3세트선 26-26에서 니콜이 2연속 백어택으로 팀에 귀한 세트를 안겼다. 니콜의 백어택이 나오도록 강한 서브로 GS의 리시브를 흔든 문정원이 숨은 공로자였다. 도로공사는 4세트에서 25-11로 쉽게 이겼다. 문정원은 19득점, 니콜은 28득점으로 활약했다. 2연승의 도로공사는 4승째(3패 승점11)를, GS는 6패째(1승 승점6)를 기록했다.

같은 날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남자부 OK저축은행은 세트스코어 3-0(25-22 33-31 25-19)으로 우리카드를 이겼다. OK저축은행의 송명근과 시몬이 39득점을 합작해 팀 승리를 이끌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629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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