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더 인터뷰] 박한이 “3차전 결승포, 나도 소름 돋았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1월 18일 06시 40분


삼성 박한이는 한국시리즈 선수다. 10번째 치른 한국시리즈에서 7번째 우승반지를 챙겼다. 한국시리즈 통산 최다안타(51), 타점(27), 득점(36), 볼넷(34), 4사구(39) 모두 1위다. 박한이가 올 한국시리즈 3차전 9회초 2사 1루서 극적인 역전 2점홈런을 날린 뒤 포효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삼성 박한이는 한국시리즈 선수다. 10번째 치른 한국시리즈에서 7번째 우승반지를 챙겼다. 한국시리즈 통산 최다안타(51), 타점(27), 득점(36), 볼넷(34), 4사구(39) 모두 1위다. 박한이가 올 한국시리즈 3차전 9회초 2사 1루서 극적인 역전 2점홈런을 날린 뒤 포효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풀카운트 승부, 한현희 고개 젓자 직구 확신
밴 헤켄 포크볼 춤춰…5차전 졌다면 준우승
10번의 KS, 7번의 우승…난 행복한 사나이

삼성 박한이(25)는 ‘꾸준함의 대명사’로 통한다. 데뷔 이후 14년 연속으로 세 자릿수 안타를 때린 그의 꾸준함 때문이다. 그는 한국시리즈의 선수로도 통한다. 통산 10차례 한국시리즈에 올라 7차례의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시리즈 통산 최다안타(51), 타점(27), 득점(36), 볼넷(34), 4사구(39) 모두 그가 1위다. 한국시리즈 10회 출전은 팀동료 배영수 진갑용과 함께 최다 기록이다. 또 7회 우승은 해태 시절 8차례 우승을 경험한 김정수(해태)에 이어 역대 2위다. 지난해에는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했고 올해도 3차전에서 결승 2점홈런을 때려 통합 4연패에 힘을 보탰다. 꾸준함의 대명사, 그리고 한국시리즈의 사나이, 거기에 덧붙이면 박한이는 ‘실망시키지 않는 선수’다. 화려하진 않지만 항상 그는 자신의 몫을 해왔다. 그래서 더욱 값진 선수다.

● 5차전 이긴 팀이 우승한다고 생각했어요

-축하한다. 벌써 7번째 우승이야!

“감사합니다. 이번 한국시리즈 우승은 꽤 힘들었습니다. 그만큼 통합 4연패가 쉽지 않았던 거였겠죠.”

-승부처를 다들 5차전이라고 이야기 한다.

“저희도 같은 생각을 했죠. 2승2패 되고 잠실에 갔을 때 (최)형우나 (채)태인이, (이)승엽이 형과 다들 그런 이야기 했어요. ‘5차전 이긴 팀이 우승한다’고. 그런데 정말 말도 안 되게 극적으로 우리가 이겼잖아요.”

-5차전 8회말 무사 만루 때는 점수를 못 냈다. 그때 분위기는 어땠나?

“졌다고 생각했어요. (박)석민이가 타격감이 안 좋았지만 ‘그래도 해결해주겠지’ 했는데 내야플라이 치고, (박)해민이는 제가 불러서 이야기 했어요. 무조건 몸쪽 직구만 노려라. 근데 1루수 앞 땅볼이더라고요. 1-0으로 뒤지고 있는데 무사 만루에서 점수를 한 점도 못 빼면 지는 것 아닙니까?”

-9회 1사후 강정호가 실책을 하면서 기회가 왔다.

“1사 1루인데 제 타석이에요. (손)승락이가 몸쪽에 컷패스트볼 던질 게 뻔하니까 그것만 노리고 있었죠. 바깥쪽에 던지면 삼진 당한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삼진을 당했다.

“예상한 대로 몸쪽인데 공이 배트에 맞지를 않더라고요. 제 자신에게 얼마나 화가 나던지…”

-곧이어 채태인의 안타와 최형우의 끝내기 2루타가 연거푸 나왔다.

“믿기지 않았죠.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라고 누가 말했는지…. 그 힘든 상황에서 안타 치고 2루타 친 태인이와 형우가 존경스러웠어요.

-최형우가 2루타 치기 전에 안타성 타구가 파울판정을 받았다.

“여기까지가 우리의 운인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보통 파울홈런 치고 나면 결과가 나쁘잖아요. 형우도 그 순간 진짜 마음이 복잡했을 텐데…. 정말 기적 같은 2루타를 쳤죠.”

-그래서 게임 끝나고 형우에게 ‘존경한다’는 말을 했나?

“어떻게 존경을 안 할 수가 있겠어요? 이번 한국시리즈는 5차전 형우의 끝내기 2루타로 끝난 거예요.”

박한이(오른쪽)가 지난 11일 팀의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확정한 뒤, 잠실구장에서 아내 조명진 씨와 딸 수영 양과 함께 밝게 웃으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박한이(오른쪽)가 지난 11일 팀의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확정한 뒤, 잠실구장에서 아내 조명진 씨와 딸 수영 양과 함께 밝게 웃으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7차전 가면 진다고 생각했죠

-물론 5차전이 중요하지만 지난해는 1승3패에서 우승했고, 5차전을 져도 6∼7차전을 다 이기면 우승이다.

“맞죠. 근데 넥센에 밴 헤켄이 있잖아요.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밴 헤켄은 정말 무섭더라고요.”

-밴 헤켄 공이 그렇게 좋던가?

“네. 타석에서 어떻게 쳐야할지 답이 안 나와요. 다른 공도 좋지만 포크볼이 춤을 춰요. (채)태인이가 저한테 물어보더라고요. ‘형한테도 포크볼이 커브처럼 떨어져요?’라고. 근데 문제는 포크볼이 두세 가지라는 거죠. 우리가 밴 헤켄한테 30연속타자 범타를 당했죠. 볼넷도 하나 못 얻었어요. 오죽하면 그랬겠습니까? 7차전에 밴 헤켄이 나오니까 우리는 무조건 6차전에서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밴 해켄에 대한 부담이 상당히 컸구나?

“5차전에서 우리가 졌다면 넥센이 우승했어요. 한국시리즈 10번 했는데 우승이 결정되지도 않은 경기에서 이번 5차전처럼 좋아했던 적은 아마 없었을 거예요.”

● 3차전 때는 홈런을 노리고 휘둘렀어요.

-3차전 결승 2점홈런도 굉장히 중요한 한방이었다.

“그 순간도 정말 짜릿했죠.”

-상대 투수가 한현희였다. 풀카운트였고.

“무조건 저랑 승부한다고 생각했죠. 2사 1루 상황인데 주자 2명 놓고 태인이랑 승부할 리 없잖아요. 마침 공을 던지기 전에 현희가 고개를 젓더라고요. 그 순간에 ‘이건 직구다’라고 생각했죠. 목동이고해서 처음부터 큰 스윙을 했어요. 홈런을 쳐야겠다는 그런 생각을 한 거죠. 우중간 담장 쪽으로 타구가 날아갈 때 막 소름이 돋더라고요.”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넥센은 실책 때문에 게임이 어렵게 풀렸다.

“한국시리즈는 화려한 무대지만 게임은 화려하게 되기 쉽지 않아요. 좋은 투수들도 많고 타자들이 좋은 감각을 유지하기가 힘들죠. 중요한 건 팽팽할 때, 때로는 다소 밀릴 때 버티는 힘이죠.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힘은 수비에서 나옵니다. 무너지지 않고 버티면 기회는 분명히 오죠. 그게 3차전과 5차전에서 역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 한번도 한국시리즈를 즐겨본 적은 없다.

-10번의 한국시리즈다. 어떤가? 나올 때마다 느낌이 다른가?

“항상 긴장되고 떨리죠. 어떤 팬이 ‘삼성은 한국시리즈를 즐기는 팀이다’라고 하셨어요. 근데 저는 단 한번도 한국시리즈를 즐기는 마음으로 뛰어보지 못했어요. 긴장하고 집중하고 그게 한국시리즈예요. 한국시리즈는 집중력의 싸움이죠.”

-페넌트레이스와는 가장 큰 차이는?

“내일이 없다는 거죠. 4승을 먼저 하는 게임인데…. 작은 실수 하나가 우승을 놓치는 발단이 될 수 있어요. 페넌트레이스는 즐기면서 할 수 있어요. 하지만 한국시리즈는 즐길 수가 없어요.”

-10번의 한국시리즈를 뛰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지금도 제 가슴 속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2002년 6차전입니다. 승엽이 형이 9회말 동점 3점홈런을 때릴 때 정말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곧바로 (마)해영이 형이 끝내기홈런 쳤잖아요. 삼성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에, 저도 프로에 와서 2년 만에 첫 우승을 했잖아요.”

-한국시리즈 10번 출전에 7번 우승이면 승률이 상당히 높다. 3번의 패배 가운데 아쉬웠던 순간은?

“2004년이죠. 9차전까지 가서 졌는데 무승부가 3차례나 있었죠. 경기 개시 후 4시간 넘어가면 새 이닝에 들어갈 수 없는 무승부 규정 때문에 좋은 흐름을 계속 놓쳤던 기억이 납니다.”

-내년에도 목표는 우승?

“네. 삼성이라는 팀에 와서 정말 행복하게 야구 하는 것 같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선수들이 뭉치고 있죠. 통합 4연패, 그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우리가 하고 있다는 사실이 삼성을 하나가 되게 합니다. 내년에 또 우승에 도전하고 또 한국시리즈에 나가야죠.”

-10구단이 되고 감독도 많이 바뀌었다. 내년 전망은?

“가장 중요한 건 우리 팀이 하나로 뭉치는 겁니다. 통합 5연패를 위해서 다시 시작 해야죠. 며칠 쉬었더니 벌써 몸이 근질근질 합니다. 내일은 배드민턴이라도 쳐야겠습니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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