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조된 이정훈호의 선전, 한국야구 자존심 지켰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1월 18일 06시 40분


이정훈 감독. 스포츠동아DB
이정훈 감독. 스포츠동아DB
■ 한국, U-21 세계야구선수권 ‘값진 3위’

편파판정·홈 텃세 극복…유망주 발견 성과

이정훈 감독이 지휘한 한국 야구대표팀이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21세 이하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서 3위를 달성했다. 비록 대만에 1-7, 일본에 0-1로 패해 결승행은 실패했으나 약체 전력으로 심판들의 은근한 편파판정, 주최 측의 들쭉날쭉한 경기시간 배정 등 텃세를 극복하고 세계대회 3위라는 값진 성과를 이뤄냈다.

이 감독이 대한야구협회에서 대표팀 감독 제의를 받은 것은 10월 초다. 이후 코치진 조각과 선수 구성을 진행했는데 포스트시즌, 마무리훈련 기간과 맞물려 프로선수들의 차출이 쉽지 않았다. 이 감독의 휘하인 한화 2군 선수들이 유독 많이 포함된 것은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계였다. 대만으로 넘어오기 전, kt 삼성2군 등과 연습경기를 치렀는데 결과와 내용이 아주 안 좋았다. 한 대표팀 코치는 “정말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었다”고 털어놨다. 소집이 늦어지며 훈련량도 절대 부족했다. 투수 보직 배정과 타순 짜기조차 쉽지 않았다.

불안하게 대만으로 들어온 대표팀은 조별 예선에서 대만에 패했을 뿐 체코, 이탈리아, 멕시코, 뉴질랜드를 꺾었다. 최종점수와 관계없이 매 경기가 격전이었는데 선수들은 그 고비를 넘기며 저력을 확인했다. 슈퍼라운드에서도 니카라과와 호주를 접전 끝에 꺾었고, 객관적 전력에서 한참 위로 여겨졌던 일본과 대등한 경기(0-1 패)를 펼쳤다. 그리고 16일 3-4위전에서 니카라과를 10-4로 대파하고, 세계대회 입상권 진입이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이번 대회 가장 큰 소득은 어린 선수들이 국제대회 경험을 익히며 잠재력을 발견한 대목이다. 좌완 에이스 임기준은 대만전(6.2이닝 133구), 일본전(7이닝 114구) 역투로 대표팀 품격을 지켜냈다. 4번타자 김도현은 홈런과 타점 2관왕에 베스트 11(지명타자)까지 들었다. 3번타자 구자욱은 도루 1위에 빛났다. 또 대학생 사이드암 최동현은 불펜에서 3승을 거둬 다승 1위를 차지했다. 우완 정통파 장현식의 강속구도 빛났다. 사실상 홀로 포수를 맡은 안중열의 헌신도 값졌다.

그러나 프로2군과 대학생의 혼성팀이다 보니 전력밸런스가 맞지 않는 구조적 문제점을 노출했다. 특히 타선 쪽에서 편차가 심각했다. 대한야구협회가 대표선수 선발을 할 때,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 국제대회는 선수안배보다 성적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1회 대회는 이 감독과 선수들이 똘똘 뭉쳐 전력 이상의 성과(3위)를 냈지만 2년 후 이 성적 이상을 올리려면 최강의 대표팀을 만들 수 있는 교섭력이 절실하다. 최소 포스트시즌 탈락 구단의 선수들은 뽑아올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타이중(대만)|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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