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가 24시간 간병… ‘보호자 없는 병동’ 웃음꽃 터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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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착한 병원]<19> 수원윌스기념병원

보호자 없이도 환자가 병원에 머물 수 있도록 ‘포괄간호서비스’를 제공하는 경기 수원시 수원윌스기념병원. 이 병원은 환자의 낙상 방지를 위해 환자 옷에 센서가 연결된 집게를 꽂아놓는다(작은 사진). 환자가 움직이면 센서를 자극해 병실 밖에 설치된 알림등에 불이 들어온다. 수원윌스기념병원 제공
보호자 없이도 환자가 병원에 머물 수 있도록 ‘포괄간호서비스’를 제공하는 경기 수원시 수원윌스기념병원. 이 병원은 환자의 낙상 방지를 위해 환자 옷에 센서가 연결된 집게를 꽂아놓는다(작은 사진). 환자가 움직이면 센서를 자극해 병실 밖에 설치된 알림등에 불이 들어온다. 수원윌스기념병원 제공
“환자 정보를 다 꿰뚫고 있는 간호사들이 24시간 돌봐주니 오히려 든든합니다.”

지난달 말 경기 수원시 수원윌스기념병원에서 척추 수술을 받은 김영록 씨(79)에게는 간병인이 따로 없다. 병원 내 포괄간호서비스가 이뤄지는 ‘보호자 없는 병동’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씨는 ‘불안하기는커녕 더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간호사가 콜벨(Call Bell)을 누르면 언제든 뛰어오고 몸이 불편할 땐 밥까지 떠먹여 준다”며 “간병비 부담도 안 들고 정말 좋다”고 말했다. 포괄간호서비스는 보건복지부가 환자의 간병 부담을 덜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시행 중인 국가 시범사업이다. 척추 전문인 이 병원은 시범사업을 운영하는 27곳 중 목동힘찬병원, 강진의료원과 함께 중소병원급 병원이다.

○ 병상의 90% 포괄간호서비스로 운영

수원윌스기념병원이 포괄간호서비스로 운영하는 병상 수는 전체 143병상 중 127병상. 이는 병상의 거의 90%에 해당하는 비율로 시범사업 운영 병원 중 가장 높다. 대학병원급을 포함한 대부분의 시범사업 병원은 포괄간호서비스 병동 가동률이 20∼30%대에 그친다.

사실 국가에서 시범사업 병원에 인력 및 시설 투자 비용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제대로 시행하려면 병원 측이 부담해야 하는 몫도 상당하다. 이 병원 박춘근 병원장은 “국가에서 70% 정도 지원해주고 30%는 병원 측이 자체적으로 부담한다”며 “그래도 정책 취지에 공감해 적극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 각종 안전사고 예방장치 고안

포괄간호서비스를 시작하며 박 병원장이 가장 염려했던 건 안전사고였다. 간호사 1명당 환자 8명 정도를 돌보고 있어 일대일로 동시에 보살피는 것은 사실상 힘들기 때문이다. 잠시 눈을 돌렸을 때 침대에서 떨어지거나 복도에서 미끄러지는 등 사고가 날 수 있어 매 순간 긴장의 연속이다.

응급사고를 막기 위해 병원은 복도 중간 중간에 환자의 동선을 체크할 수 있는 거울, 환자 진료 기록 등을 체크할 수 있는 모니터, 각종 응급처치 기구 등을 설치했다. 간호사들은 거울을 통해 복도에서 등지고 있는 쪽의 병실을 볼 수 있다. 이정희 수간호사는 “복도 천장 모서리에 달린 반사경과 함께 이 거울을 통해 환자들을 모니터링한다”고 말했다.

환자들이 움직이기 전 미리 위험을 감지하기 위한 장치도 고안했다. 침대마다 구비된 콜벨 외에도 낙상 방지를 위한 자동감지 낙상콜을 개발해 안전문제에 대비한 것. 알림 콜과 연결된 줄 끝에 집게를 매달아 환자 옷깃 등에 꽂아 놓는 방식이다. 환자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집게와 연결된 줄이 센서에 닿아 바로 병실 밖 카운터 쪽으로 알림 불이 들어온다. 서영주 간호부장은 “현재 병실 두 곳(16개 병상)에서 시험운영을 하고 있다”며 “벨이 울리는 동시에 간호사들이 곧장 환자에게 달려온다”고 말했다.

복도 메인 카운터 바로 옆쪽엔 중환자들이 모여 있는 병실로 이어지는 미닫이문도 설치했다. 수술을 막 끝낸 환자 등 손길이 많이 가는 환자들을 신속히 돌보기 위해서다. 창문이 뚫린 문을 통해 간호사들은 수시로 환자들을 점검한다. 또 주 3회씩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의 머리를 감겨주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

○ 인력난 등 극복할 점도 많아

포괄간호서비스 시행 이후 환자들의 만족도는 더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인력 및 시설 보충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수원윌스기념병원은 간호사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포괄간호서비스를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 간호인력을 1.5배가량 더 늘려야 했다. 박 병원장은 “우리나라 간호사 수급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인력 확충이 사실상 매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실제 간호인력 채용 문제 등으로 시범사업 기관으로 신청했다가 실행하지 못한 병원만도 7곳이나 된다.

당장 내년부터는 시범사업 병원들에 대한 정부 지원이 끊기고 건강보험이 적용돼 병원 경영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그래도 수원윌스기념병원은 포괄간호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선정위원 한마디 “감염관리 등 환자안전 최우선서비스 돋보여”

착한 병원 선정위원들은 중소병원이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보호자 없는 병동’ 시범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위원들은 “포괄간호서비스 사업을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수원윌스기념병원은 타 병원에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한병원협회 사업이사 유인상 위원(뉴고려병원 의료원장)은 “수원윌스기념병원은 포괄간호서비스는 물론이고 감염관리 체계도 철저히 이뤄지고 있는 병원”이라며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점 또한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포괄간호서비스에 대한 정부 지원이 늘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장동민 전 대한한의사협회 대변인은 “환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서비스인 만큼 국고 지원이 충분했으면 좋겠다”며 “특히 간호인력 확충이 어렵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서 지원해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원=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포괄간호서비스#안전사고#감염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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