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더 꼬인 ‘후텐마기지 이전’… 반대파 지사 당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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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오키나와 지사 선거
당근책에도 아베가 밀던 후보 패배… 12월 조기총선-미일동맹에 악영향

16일 일본 오키나와(沖繩) 현 지사 선거에서 후텐마(普天間) 미군 공군기지의 현 내 이전을 반대하는 오나가 다케시(翁長雄志·64·전 나하 시장) 후보가 당선됐다.

이에 따라 후텐마 기지를 같은 현 내로 옮기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계획에 차질이 생겨 미일 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됐다. 다음 달 치러질 것으로 알려진 중의원 조기선거에서도 집권 자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의 핵심 쟁점은 오키나와 현 기노완(宜野彎) 시에 있는 후텐마 기지를 같은 현 나고(名護) 시 헤노코(邊野古)로 옮기는 문제였다. 오나가 후보는 당선을 확정 지은 뒤 “후텐마 기지의 현 외 이전, 헤노코에 새로운 기지 건설 반대를 제1의 목표로 해 왔다. 이를 실천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아베 정권과 자민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나카이마 히로카즈(仲井眞弘多·75) 현 지사는 2위에 그쳤다. 그는 지난해 말 후텐마 기지 이전을 염두에 두고 활주로 건설을 위한 헤노코 해안 매립을 승인했다. 그 덕분에 아베 정권은 올해 8월 헤노코 연안에 지질조사를 착수하며 매립 공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아베 정권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자민당 간사장 등을 총동원해 나카이마 현 지사를 지원했지만 오키나와 주민들은 ‘후텐마 기지의 현 외 이전’을 선택했다. 일본 전체의 미군기지 중 74%(면적 기준)가 오키나와에 몰려 있으면서 미군들이 각종 범죄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오키나와 현에 따르면 1972∼2010년 미군의 범죄 건수는 5705건으로 월평균 약 13건이다.

아베 정권은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헤노코 이전 작업을 강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설계 변경 등이 필요할 때 오키나와 지사가 반대하면 작업이 늦어질 수 있다. 게다가 오나가 후보는 당선 뒤 나카이마 지사 시절 매립 공사 승인에 문제점이 없었는지 변호인단을 꾸려 검증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이전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9월 개각에서 입각한 여성 각료 2명이 정치자금 문제로 잇따라 낙마하면서 2012년 12월 내각 출범 뒤 지지율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아베 정권은 미군기지 이전 문제에서도 발목이 잡히면서 대미 외교와 국내 정치 양면에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오키나와 지사#오나가 다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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