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의 면전 냉대에… 푸틴, 공동선언 불참하고 조기 귀국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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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즈번 G20 정상회의 폐막

15, 16일 호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이 폭발했다. 서방 정상들로부터 한목소리로 비난을 받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6일 “잠잘 시간이 필요하다”며 G20 폐막 전에 출국했다. 이번 회의는 당초 경제문제를 집중 논의하려 했으나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의 긴장감이 높아져 푸틴 대통령에게 초점이 맞춰졌다.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는 푸틴 대통령이 악수를 위해 다가오자 “악수는 하겠지만 당신에게 할 말은 한 가지뿐이오. 우크라이나에서 나가시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우크라이나를 계속 불안정하게 하면 추가 제재가 따를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은 자신이 갈림길에 서 있다는 점을 알 것”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다른 나라를 침공하거나 대리인에게 금융지원을 하거나 민주체제를 지닌 국가를 해체하도록 도와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토니 애벗 호주 총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7년 만에 3자 정상회담을 가진 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푸틴 대통령과 4시간의 회담을 마치고 “유럽연합(EU) 외교장관들이 17일 브뤼셀에서 모여 대러시아 추가 제재를 논의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독일과 러시아는 최근 스파이 혐의로 외교관을 맞추방하며 갈등이 악화되고 있다고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보도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의장인 애벗 총리가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기도 전에 호주를 떠났다. 그는 “모스크바에서 곧바로 일정이 있어 4, 5시간 잠을 자두기 위해 일찍 떠난다”며 “우크라이나 위기의 해법 도출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았고 전날 독일 언론 인터뷰에서는 “러시아 금융시장에 대한 서방의 제재는 부메랑이 돼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며 반발했다. 외신들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말레이시아 여객기 격추사건을 둘러싼 정상들의 맹비난이 그의 심기를 건드린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편 G20 정상들은 이날 폐막 때 ‘브리즈번 액션 플랜’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세계 경제 부양을 위해 향후 15년간 사회기반시설에 70조 달러(약 7경6720조 원)를 투입하며 이를 담당할 임시 국제기구를 호주 시드니에 설치하기로 했다. 또 앞으로 5년간 회원국들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현재보다 2.1% 이상 높이기로 했다.

또 유엔 녹색기후기금(GCF)에 자금을 투입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글로벌 탄소 감축협상에서 구속력 있는 협약을 채택하도록 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GCF에 30억 달러를, 일본은 15억 달러를 각각 내놓기로 했다. GCF는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인천 송도에 설립한 유엔 산하 국제기구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5일 G20 연설에서 “(국제무대에서) 신흥경제국과 개발도상국의 대표성과 발언권을 더욱 높여야 한다”며 “2016년 G20 정상회의를 베이징에서 개최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G20 정상회의#푸틴 조기 귀국#G20 정상회의 공동선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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