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대담/불신의 정치권 해법은]새누리당 김재원, 새정치聯 민병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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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재원 “보수정권 7년 60점도 못줘 믿음줬는지 반성”
새정치聯 민병두 “집권때 내놓을 성장방법론 진보도 공부해야”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왼쪽)와 새정치민주연합 민주정책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민병두 의원이 12일 오후 국회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실에서 만나 대담을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왼쪽)와 새정치민주연합 민주정책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민병두 의원이 12일 오후 국회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실에서 만나 대담을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89%가 “국회를 불신한다”고 대답했다. 국회, 정치권을 향한 국민의 신뢰지수는 이미 바닥 수준임을 보여준 것이다. ‘이제 국회를 해산해야 한다’는 주장도 심심찮게 나온다. 동아일보는 12일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인 김재원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 원장인 민병두 의원을 통해 우리 정치와 정당이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를 들어봤다.

민 의원이 주도하는 민주정책연구원은 최근 ‘박근혜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자기성찰 보고서를 내고 있다.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원장은 공석이어서 민 의원은 ‘대화하고 싶은 상대’로 김 의원을 지목했다. 두 사람은 17대 국회 입문 동기다. 18대 총선 때 김 의원은 불출마했고, 민 의원은 낙선했으나 19대 총선을 통해 국회로 함께 돌아온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의 대담은 김 의원이 맡고 있는 국회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실에서 1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보수가 진보에게 무책임한 무상 공약 국민의 불신 자초 대의정치 복원위해 이념 걷어내야
보수가 진보에게 무책임한 무상 공약 국민의 불신 자초 대의정치 복원위해 이념 걷어내야
○ “이념 과잉 걷어내고 해법 경쟁해야”

▽민병두=정치는 신뢰가 자산이어야 하는데 현실에서 정치는 우리 사회와 국가 발전의 최대 지체 요소로 꼽힌다. 보수는 진보를 섬멸의 대상, 진보는 보수를 마지막 구악(舊惡)이라는 타도의 대상으로 본다. 야당은 더 이상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공격을 정치의 제1 미덕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여당도 야당을 누르는 걸 제1의 미덕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솔루션(해법)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

▽김재원=이번 세월호 특별법 협상 과정을 되짚어보면 (정치는)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했고 결정에도 권위가 없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정당정치의 수준을 저하시켰다. 정치가 신뢰받지 못하는 것은 이념과잉이 이유라고 본다. 팩트(사실)를 팩트대로 보지 않고 이념적 잣대로 보니 항상 대결구도가 된다. 정치가 본연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이념을 걷어내야 한다.

▽민=이번 예산심의가 끝나는 대로 여야와 전문가들이 모여서 복지 지출의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거기에 기초해 사회적 대타협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집주인이 차릴 수 있는 반찬을 다 꺼내 보자는 거다. 여야가 해법을 갖고 토론하고 접근하는 정치모델을 만들어 볼 때다.

▽김=생산성 있는 정치를 하자는 건 지극히 좋은 제안이다. 그러나 그것(사회적 대타협위)이 정치 선전의 장(場)이 돼선 안 된다. 이데올로기 현실화의 장으로 변질될 경우 새로운 갈등이 시작될 것이다. 냉정한 고민 없이 표를 얻기 위해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 나라의 복지정책을 휘둘러온 것 아니냐. 그러니 국민이 정치세력을 신뢰하겠나.

진보가 보수에게 복지재원 얼마인지 다 꺼내놓고 토론 사회적 대타협 새 정치모델 만들자
진보가 보수에게 복지재원 얼마인지 다 꺼내놓고 토론 사회적 대타협 새 정치모델 만들자
○ “진보는 ‘성장 방법론’ 제시해야” vs “보수 정권 위기 국면”

▽민=만사를 의심하고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으니 진전이 없는 거다.(하하하) 국가발전 속도를 보면 10년간 유능한 정부와 유능한 정치를 갖고 있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는 굉장히 차이 난다. 20년 전 우리는 중국을 하청공장으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중국이 우리를 그렇게 본다는 거 아니냐. 진보는 ‘성장 방법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정권을 잡았을 때 소득 주도 성장이 실현 가능한지, 복지가 성장이라고 주장했는데 지속 가능한 복지를 어떻게 할 건지 공부해야 한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재연기 문제를 놓고서도 많은 고민이 있다. 진보는 북한 핵이 만들어진 환경에서 어떻게 국방을 책임질지 당에 요구하고 주문해야 한다. 그래서 ‘박근혜 생각하지 말라’고 하는 거다. 박 대통령 비판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김=17대 국회 야당 초선 의원 시절 여당(열린우리당)의 모습과 자칭 진보정권을 비판했다. 그때 우리가 집권해서 안보와 경제에 대한 보수적 시각을 구현하고 실천하면 발전, 성장, 선진화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보수정권 7년째 접어드는데 과연 그런 실력과 믿음을 보여주고 있는지…. 국민 일상에 도움을 주고 있는지, 그래서 신뢰를 얻고 있느냐 묻는다면 난 60점도 못 준다고 본다. 남북문제만 해도 북한을 잘 끌고 가면서 갈등을 관리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일본 중국과의 관계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앞으로도 보수정권이 잘해 나갈 거다’라는 믿음을 줬는지 분발해야 한다. 엄청난 위기 국면이다.

▽민=여야가 편견과 선입견을 갖지 말고 대통령도 배타하지 말고 자주 만나는 게 답이다. 대통령과 여야 정치지도자가 정치문화를 어떻게 바꿀지 고민해봐야 한다. 국회 상임위의 법안심사소위원회를 복수로 구성해야 한다. 세분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로 메이커(law-maker·입법가)로 기능하게 하면 자신의 법에 대한 실현 욕구가 강해진다. 당론 갖고 싸울 때 끌려가지 않는다. 이것이 최고의 정치개혁이다.

▽김=상임위 차원에서 여야 합의를 이뤄놓고도 야당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특정 법안을 처리해주지 않으면 (다른 법안 심의를) 중단한다”며 발목을 잡았던 적이 있다. 법안소위를 복수화해도 결론은 별 차이 없을 것이다. 문제는 신뢰가 없다는 것이다.

○ “대화와 리더십으로 신뢰 구축해야”

▽민=국민은 견제 잘하고 강한 야당이 돼야 한다는 데 70% 동의한다. 다만 장외로 나가는 것에는 생각이 다양하다. 대안이 있는 야당이 가장 강한 야당이다. 또 원내에서 잘 싸우는 정당이다. 국민은 리더십과 포용력 있는 여당을 원한다고 생각한다.

▽김=여당이 야당을 포용하고 야당의 처지를 생각하며 가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국회선진화법’이 이해관계 갈등을 조정하고 결정하는 국회의원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문제(국회선진화법)를 해결하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해야 한다. 야당을 손가락질하자는 게 아니다.

▽민=언론은 조금씩이라도 매일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정치는 매일 세상을 바꾸진 않지만 세상을 크게는 바꿀 수 있다고 본다. 세상을 어떻게 크게 바꿀 것인지 문제의식을 갖고 정치가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

▽김=정치가 바로 되려면 여야 간 불신을 걷어내야 한다. 우리는 야당으로부터 신뢰를 쌓아야 하고 야당도 우리에게서 신뢰를 쌓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월호 참사로 빚어진 온갖 문제가 총체적 불신의 덩어리, ‘민낯’을 보여줬다. 그래서 대화가 필요하다. 총선 때마다 ‘물갈이’로 초선 의원이 50% 이상이 되는데, 이런 방식은 개편돼야 한다. 대화를 안 해본 의원이 전체 의원의 반이나 되고, 저 사람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신뢰가 쌓일 수 없다.

▽민=리더십이 서야 한다. 또 리더십 있는 집단끼리 잦은 교류가 있어야 한다. 지도자로 성장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기 당에서도 일정한 흐름과 생각을 같이할 수 있는 그룹을 만들어내고 다른 정당에도 신뢰가 있는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

▽김=그게 소통이다.
김재원-민병두 인연은

▼ ‘국정원 정국’ 수습 친분… 세월호 얘기땐 예민 ▼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12일 대담을 위해 자신의 방을 찾아온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민주정책연구원장에게 선물로 준비한 커프스를 셔츠에 채워줬다. 지난해 말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논란을 벌일 당시 김 수석부대표는 당 전략기획본부장, 민 의원은 당 전략홍보본부장으로 파행정국을 수습하는 4자 회담 합의문을 작성한 주역이었다.

민 의원은 이번 대담 상대로 김 수석부대표를 꼽으면서 당시 인연을 설명했다. 민 의원은 “지난해 3개월 동안 밤늦게 수시로 만나고 대화하다 보니 정작 마포의 한 호텔에서 마지막 합의문을 쓸 때는 2시간도 안 걸렸다”며 “신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라고 했다. 김 수석부대표도 “민 의원이 국정원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서로를 신뢰했기 때문에 소리 없이 많은 개혁을 할 수 있었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대담이 진행될수록 상대를 향한 논리적 공격의 예봉은 날카로워졌다. 김 수석부대표는 세월호 협상 당시 야당이 유가족을 포함한 ‘3자 협의체’를 주장했던 것을 언급하며 “야당은 이해당사자들을 끌고 와 세력화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민 의원도 “허구한 날 야당 탓만, 만사를 그렇게 의심하니까 진전이 없는 거 아니냐”고 맞받아쳤다.

그러나 대담이 끝날 무렵 두 사람은 농담 반 진담 반 “나중에 원내대표로 만났을 때는 나라를 크게 바꿔보자”고 덕담을 주고받았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이현수 기자 soo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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