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중일 대화와 북-러 접근, ‘동북아 새판 짜기’ 시작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5일 03시 00분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시아에 새판 짜기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제 미얀마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머지않은 장래에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이 열리면 이를 토대로 한중일 3국 정상회담도 열리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김정은의 특사로 최룡해 노동당 비서를 러시아에 곧 파견한다. 일본의 역사 퇴행적 행태 때문에 꼬여 있던 한중일이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북한과 러시아가 서로 접근하는 양상이다.

한중일은 2008년부터 해마다 정상회담을 가졌으나 아베 신조 총리의 일본이 영토와 과거사 문제로 한중과 갈등을 빚으면서 2012년 5월 이후 정상회담을 중단한 상태다. 한중일은 2012년 마지막 정상회담에서 3국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준비하는 작업에 들어간다고 선언했다. 그해 11월 협상이 시작되어 5차례 진행됐지만 아직 FTA의 수준과 범위에 대한 합의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의장국인 한국 정부가 한중일 FTA의 조속한 체결을 제안하고 실현한다면 경제협력을 통해 3개국의 파이를 키우는 외교적 실리를 거둘 수 있다.

한중일의 협력은 북핵 문제를 풀고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도 절실하다. 최근 외교 공세를 강화한 북한은 이번에는 러시아를 상대로 활로 찾기에 나섰다. 최룡해의 러시아 방문은 북-러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일 수 있다. 핵 개발 때문에 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북한이 러시아에 바짝 다가서는 것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6자회담 참가국인 한중일 정상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모색하는 것 자체가 북한에 억제력으로 작용한다. 미국은 물론이고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러시아와도 심도 있게 대화를 나눠 북한을 설득하게 해야 한다.

일본은 한중일 정상회담에 대해 기대감을 나타냈으나 중국은 회담 성사가 일본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분명히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동북아 공동 번영의 미래를 여는 관건이다. 정부도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중재 노력을 하는 한편, 궁극적으로 한일관계도 진척시켜야 동북아 평화를 다질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상황을 주도하는 것이 이끌려가는 것보다 낫다.
#박근혜#동남아국가연합#한중일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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