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52시간으로 축소’ 싸고 갈등 계속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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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휴일근무 포함한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현행 근로기준법상 정규근로(주 40시간)에 연장근로(12시간)와 휴일근로(16시간)까지 합치면 주당 최대 68시간까지 근무를 할 수 있다. 여기에 야근과 휴일근로를 당연시하는 근로문화까지 겹쳐 많은 근로자들이 법정근로시간을 넘겨 일을 하고 있다.

정부와 재계, 노동계는 일자리 창출과 일·가정 양립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근로시간 단축이 필수라는 점에 공감하고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추가 연장근로 도입 여부와 휴일수당 산정 등을 두고 의견이 크게 엇갈리면서 국회 논의는 공전하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하면 주당 최대 12시간까지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여기에 토·일요일(16시간) 근로도 별도여서 주당 최대 68시간까지 일을 시켜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 이는 2000년 9월 당시 노동부가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행정해석을 내렸기 때문이다. 사용자와 근로자의 이해관계도 맞아떨어졌다. 기본급이 적고 수당이 많은 국내 임금체계 특성상 근로자들도 수당을 많이 받기 위해 연장근로를 자청했고, 사용자들 역시 장시간 일을 시켜 생산성을 높이려고 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제조업 생산직이나 서비스직 등은 현재도 사실상 주6일제 근무를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경기 성남시청 소속 환경미화원들이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된다는 점을 확인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1, 2심 모두 승소하고 대법원 판결만 앞두게 되면서 주당 68시간 근무가 불법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화원들의 주장대로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되면 정부의 행정해석은 무효가 되면서 휴일근로 역시 연장근로 한도(12시간) 내에서만 할 수 있다.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52시간(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줄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와 국회는 대법원 판결이 나기 전 법을 개정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 노사정 소위(환경노동위원회 산하)까지 마련해 입법을 서둘렀지만 노동계와의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무산됐다.

9월 정기국회에서는 환노위 여당 간사인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이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논의가 다시 불붙었다.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켜 52시간으로 근로시간을 줄이되 근로자 소득 감소와 중소기업 타격 등을 고려해 서면합의가 있으면 추가 연장근로 8시간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권 의원 안은 당정협의를 거친 것으로 사실상 정부안이다.

그러나 노동계와 야당이 수당 부분을 문제 삼으면서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현재는 휴일에 8시간을 넘겨 일한 초과분은 통상임금의 200%(통상임금 100%+연장근로 50%+휴일근로 50%)를 받지만, 권 의원은 통상임금의 150%(통상임금 100%+연장근로 50%)만 받도록 했다.

수당을 200%까지 지급하면 이른바 ‘풍선 효과’로 사용자들이 휴일근로 자체를 시키지 않아 총임금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고, 중소기업에 타격이 크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도 “휴일근로가 연장근로 한도에 포함되기 때문에 휴일에 8시간 이상 일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노동시간이 늘면서 임금이 적어지는 경우 역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와 야당은 권 의원 안에 대해 “오히려 근로시간을 늘리고, 임금은 줄이자는 법안”이라며 즉각 폐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추가 연장근로 8시간을 허용할 경우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60시간이 되기 때문에 근로시간 단축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또 수당이 줄면서 실질임금이 대폭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여당과 정부가 함께 개정안을 내놓는 과정에서 노동계 의견은 전혀 수렴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근로시간 단축안이 올해 국회를 통과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근무시간#휴일근무#연장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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