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메드] (여행) 문득, 그리운 지난날 “아날로그 추억여행을 떠나보자”

  • 입력 2014년 11월 14일 11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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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지나간 것이 그리운 날이 있다. 어린 시절 엄마가 사줬던 ‘들장미 소녀 캔디’가 그려진 빨간 책가방, 짧은 스커트와 단짝을 이루던 흰색 면으로 된 팬티스타킹하며, 학교 가는 길 작은 문방구에서 50원, 100원에 팔던 불량식품까지. 이러한 것들이 새록새록 선명하게 떠오르는 그런 날.

당신은 어쩌면 아득하고 정겨운 것에 목말라 있는지도 모른다. 하루쯤은 바삐 변해가는 세상에 속도를 맞춰야 했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뒤를 돌아보자. 생각보다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

EDITOR 김효정 PHOTOGRAPHER 권오경

“어린 시절에는 왜 그토록 어른이 되고 싶었을까. 그 시절에는 너무 시간이 더디게 간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른이 된 지금은 시간을 멈추고 싶고, 되돌리고 싶다. 이는 아마, 늙는다는 것의 두려움을 알아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아날로그 여행 주소

▪ 회현지하상가: 서울시 중구 충무로1가 52-41 회현지하쇼핑센터
▪ 청계천 판자촌(청계천문화관): 서울시 성동구 마장동 527-4, 02-2286-3410
▪ 청계천 책다방(서울문화재단): 서울시 동대문구 용두동 255-67, 02-3290-7000
▪ 청계천 청혼의벽: 서울시 성동구 마장동 540, 02-2290-6807
▪ 인사동 토토의 오래된 물건: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69-2, 02-725-1756
▪ 인사동 쌈지길: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38
▪ 인사동 별다방 미스리: 서울특별시 종로구 관훈동 144 2층, 02-739-0939


오래된 추억을 판매하는 '회현 지하상가'

아침에 출근해 점심을 먹고 문득 시계를 들여다보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싶을 정도로 하루는 빠르게 흐른다. 어디 하루뿐이겠는가. 일주일이 그렇고, 한 달이 그렇고, 일 년이 그렇다. 영원할 것 같던 젊음도 언젠가는 한낱 작은 추억거리가 되어버리는 것이 우리의 인생사.

그래서일까,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옛것이 그립고 가끔은 마음을 애잔하게 울리기도 한다. 내 젊은 날을 함께했던 추억의 물건이 그리운 날이면 에디터는 명동 한복판에 위치한 회현 지하상가를 찾는다.

1978년 처음 문을 연 회현 지하상가는 지난날 화려한 명성을 누리던 곳이었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갔다. 그러나 최근, 시간마저 비켜간 이곳은 ‘옛 추억을 찾을 수 있는 보물섬’ 같은 곳으로 재인식되고 있다.

오래된 시간을 그대로 담은 물건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회현 지하상가에는 오래된 LP를 취급하는 가게가 아홉 곳이나 된다. 음악이라면 어디 내놔도 빼놓지 않을 지식을 자랑하는 이들이 가게를 운영한다.

주소 : 서울시 중구 충무로1가 52-41 회현지하쇼핑센터


청계천에서 만난 60년대 우리네 삶

60년대 판자촌을 기억하는가? 60년대의 삶을 체험해보고 싶다면 청계천 두물다리를 찾아가자. 청계천 문화관 건너편에 위치한 판잣집 테마촌에는 우리의 지난 삶을 추억해 볼 수 있는 다양한 볼거리가 마련되어 있다.

그 시절 판자촌은 청계천변을 따라 두서너 평 남짓의 방들이 수상가옥처럼 다닥다닥 즐비해 있던 곳이다. 지금처럼 편리하고 풍족하고 화려하지 않았던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넉넉하고 따뜻했다.

물론 어머니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세상 참 많이 각박해졌다”는 소리는 그냥 하신 말씀이 아니었다. 그 시절에는 모든 것이 부족했기 때문에 작은 것을 얻고도 행복했고, 작은 것도 나눌 줄 아는 미덕이 있었다. 좁은 방에서 오순도순 모여앉아 서로의 눈을 보았고, 손을 마주 잡았다.

그 시절을 떠올리며 발을 디딘 판잣집 테마촌은 시간이 멈춘 듯 평온하고 고요하다. 스르륵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간 ‘청계다방’은 행인들을 위한 작은 쉼터로 활용되고 있었다. 5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남성 두 명이 지난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나누는 듯했다.

따뜻한 차 한 잔을 손에 들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정겨워보였다. 다방은 옛날 방식 그대로 꾸며져 있어, 세련된 맛은 없지만, 추억을 회상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간이었다.

청계다방 옆문을 열면 60년대 교실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오랜만에 보는 오르간과 난로 위에 곱게 포갠 양철도시락이 정겹다.

교실바닥도 예전 모습 그대로 나무를 사용했다. 일 년에 한두 번 대청소가 있는 날이면 책상을 뒤로 밀어 놓고 왁스를 칠하고, 각자가 집에서 가져온 걸레로 바닥이 반짝반짝 빛날 때까지 윤을 냈었는데… 어느 날은 실내화를 신지 않고 교실을 뛰어다니다 나무 가시가 발바닥에 박혀 세상이 떠나갈 듯이 울었던 적도 있었다.

어린 시절에는 왜 그토록 어른이 되고 싶었을까. 그 시절에는 너무 시간이 더디게 간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른이 된 지금은 시간을 멈추고 싶고, 되돌리고 싶다. 이는 아마, 늙는다는 것의 두려움을 알아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반대쪽 문을 열면 광명상회로 연결된다. 작은 공간에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물건이 진열돼 있다. 종이인형, 팔각성냥과 못난이 삼형제, 어린 시절 단돈 50원, 100원이 없어서 못 먹었던 불량식품 달고나, 쫄쫄이가 눈앞에 보인다. 하나하나 바라보며 지난날의 추억을 끄집어낸다.

그리고 그려지는 입가의 미소. 왜 지나간 것들은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걸까.

이곳에서는 그 시절의 오래된 교복과 교련복을 만나볼 수 있는데, 이것들을 입고서 사진촬영도 가능하다. 가능하다면 곱게 차려입고 열여섯 꽃다운 나이로 돌아가 보길. 이와 함께 지난날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연탄가게 살림집은 최소한의 갖출 것만 갖춘 좁은 방으로 어려운 살림살이의 느낌을 자연스럽게 살려냈다.

주소 : 서울시 성동구 마장동 527-4 문의 : 02-2286-3410


특별한 프러포즈 ‘나와 결혼해 줄래?’

판자촌에서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두물다리’를 만날 수 있다. ‘두물다리’는 과거 청계천 지류가 합류되던 지점으로, 두 개의 물이 만나는 다리라는 의미에서 두물다리라 이름 지어졌다. 실제 다리의 형상도 서로 만나는 모양으로 되어있다.

청계천의 끝자락에 위치한 두물다리는 아기자기한 생김새 때문에 유니세프가 어린이 다리로 지정했다. 다리를 걷다가 조금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하트 조형물로 된 ‘love in seoul’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맞잡고 걷다 보면 인연의 끈이 그들을 더욱 강하게 연결해 줄 것 같은 이 문구는 실제로 이곳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프러포즈 장소임을 알려준다. 어느 날, 연인이 청계천 두물다리로 당신을 이끈다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바로 두물다리 바로 아래 위치한 ‘청혼의 벽’ 때문이다.

청혼의 벽에서는 청계천을 비추는 화려한 조명과 감동적인 동영상, 혹은 노래 등으로 근사한 프러포즈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프러포즈의 진행 방식은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청혼자가 청혼무대로 걸어와 버튼을 누르면 워터스크린 위로 영상이 흐르며 달콤한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고백을 들은 상대가 승낙 의사를 밝히면 아름다운 조명과 음악이 흐르며 분수가 가동된다. 2007년 12월 이후 수많은 커플이 청혼의 벽에서 프러포즈를 했고, 여전히 연인에게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은 신청자들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주소 : 서울시 성동구 마장동 540 문의 : 02-2290-6807


책多방에서 감성을 마시다


두물다리를 건너면 서울문화재단 청사가 보인다. 그곳 1층에 위치한 책多방은 서울 시민 누구라도 쉬어갈 수 있는 개방적인 공간이다. 에디터가 이끌었던 곳을 거쳐 찾아와도 되고, 2호선 용두역 5번 출구에서 나와 두물다리 방향으로 걷다 보면 쉽사리 만날 수 있다.

이곳은 이름 그대로 도서관이다. 무료한 일상, 오후 2시에 마시는 한 잔의 커피처럼 소박하지만, 기운을 주는 곳이다.

베이지톤으로 이뤄진 따뜻한 색깔의 목재와 부드러운 조명이 다정하고 포근하다. 조선시대 서가의 형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간으로 한 평 남짓의 정육면체 북 큐브 안에 들어가 글을 읽을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다.

볏짚으로 꽈서 모양을 낸 한국적인 느낌의 도톰한 방석에 앉아 책을 한 권 꺼내 드니 온통 내 세상이다. 조용한 공간 안에 살며시 들어오는 가을 햇살도 제법 평온한 분위기를 만든다. 책은 우리의 삶을 한 템포 느리게 해 준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인에게 책은 엄마의 품과 같은 휴식을 선물한다. ‘온고지신(옛것을 익혀 새것을 안다)’이라는 말처럼 지난 우리의 삶과 책에는 우리가 고민하는 모든 것이 들어 있다.

주소 : 서울시 동대문구 용두동 255-67 문의 : 02-3290-7000


인사동에서 만난 옛것

서울 종로에는 유난히 예스러운 것들이 많다. 특히 인사동 거리는 1988년 전통문화의 거리로 지정됐을 만큼 한국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 이 때문인지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의 필수 코스가 되어버린 인사동.

발길 닿는 곳 모두가 구경거리지만, 오래된 물건에 대한 향수를 느끼고 싶다면 ‘토토의 오래된 물건’을 찾는 것을 추천한다. 이곳은 1960년대부터 1970년까지의 물건들을 전시하고 판매한다. 못난이 삼형제, 불량식품, 딱지 등 어린 시절에 사용했거나 가지고 놀던 물건들이 한 가득이다.

“집에 쌀이 떨어져서 입장료 1,000원 받습니다”라고 카운터 앞에 쓰인 손 글씨에서 주인아저씨의 재치 또한 느껴진다.

이곳을 빠져나와 좀 더 세련된 한국을 즐기고 싶다면 ‘쌈지길’로 향하면 된다. ‘쌈지길’은 ‘ㅁ’자 마당을 둘러싸고 골목을 감아올린 듯한 구조로, 계단을 오르며 층마다 다른 콘셉트의 공간이 마련돼 있다.

전통가구, 먹거리, 화랑, 전통공예, 생활용품 등 물건을 감상하며 구매도 가능하다. 이렇게 발품을 팔며 구경하다가 허기지면 ‘별다방 미스리’에 들려 ‘추억의 도시락’을 주문해 보자.

철제 도시락에 흰 쌀밥과 계란프라이를 얹고, 분홍색 소시지 부침과 볶음김치, 김 정도가 반찬의 전부지만, 어린 시절 어머니가 싸주던 도시락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길 수 있다.

인사동 토토의 오래된 물건
주소 :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69-2
문의 : 02-725-1756

인사동 쌈지길
주소 :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38

인사동 별다방 미스리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관훈동 144 2층
문의 : 02-739-0939



기사제공 = 엠미디어(M MEDIA) 라메드 편집부(www.remede.net), 취재 김효정 기자(kss@egihu.com) 촬영 권오경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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