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방불케 하는 전투신… 피트의 존재감이 가장 큰 무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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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영화 ‘퓨리’ 20일 개봉 앞두고 브래드 피트 - 로건 러먼 내한

영화 ‘퓨리’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벌어진 탱크 관련 전투를 소재로 만든 작품. 미국 영화 전문 웹진 ‘데드라인 할리우드’는 “1998년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이후 최고의 전쟁 영화”라고 평하기도 했다. 확실히 전투 장면은 실감나긴 하나 다소 질척이는 전개가 몰입을 방해한다. 소니픽쳐스 제공
영화 ‘퓨리’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벌어진 탱크 관련 전투를 소재로 만든 작품. 미국 영화 전문 웹진 ‘데드라인 할리우드’는 “1998년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이후 최고의 전쟁 영화”라고 평하기도 했다. 확실히 전투 장면은 실감나긴 하나 다소 질척이는 전개가 몰입을 방해한다. 소니픽쳐스 제공
“영화 ‘퓨리’는 전쟁이 지닌 끔찍함과 흉측함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이로 인해 인간의 내면 또한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도 알 수 있죠.”

쉰 넘은 아저씨가 어찌 이리 태(態)가 나는지. 13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영화 ‘퓨리’ 기자회견에 나선 브래드 피트(51)는 아들 또래의 로건 러먼(22)과 함께 서도 밀리지 않았다. 물론 2011년과 지난해에 이어 세 번째 방한해 옆집 아저씨처럼 친숙해지긴 했지만. 퓨리에서 드러낸 상체를 보면 ‘델마와 루이스’(1991년) 시절 ‘간고등어’ 근육도 여전했다.

20일 개봉하는 영화는 피트의 말마따나 꽤나 참혹한 작품이다. 때는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 워 대디(war daddy·전쟁 아빠)라 불리는 콜리어 부사관(브래드 피트)은 독일 전선에서 ‘퓨리(fury·분노)’란 별명이 붙은 미국 탱크를 이끄는 지휘관. 보이드 스완(샤이아 러버프)을 비롯해 개성 넘치는 부하들과 생사를 넘나든 그에게 입대한 지 8주 된 햇병아리 신병 노먼 앨리슨(로건 러먼)이 배치된다. 곧장 전장에 투입된 앨리슨이 정체성 혼란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퓨리는 사단 전체의 명운이 걸린 전투에 나서게 되는데….

소니픽쳐스 제공
소니픽쳐스 제공
“워 대디는 많은 걸 짊어진 존재입니다. 그가 실수하면 소대가 몰살당하죠. 하루는 줄곧 싸우고 죽이다가 다음엔 웃고 떠들며 함께 밥 먹는 게 전쟁이잖아요. 부하들을 옥죄고 풀어주는 걸 잘해야 하다 보니, 책임감과 스트레스도 엄청납니다. 파탄 난 가정을 이끄는 가장과 흡사한 위치랄까. (아이 여섯을 둔) 아버지로서의 경험이 연기에 도움이 됐어요.”

영화는 실전을 방불케 하는 전투신도 볼만하지만, 부대원의 미묘한 감정을 따라가는 데도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특히 미국 병사라고 해서 정의롭지만은 않다는 걸 여러 대목에서 부각시켜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와 결을 달리한다. 하지만 전쟁터라기엔 지나치게 굼뜬 흐름이나 첨부터 대충 결말이 짐작되는 단선적 구조는 상당히 아쉽다.

어느 작품에서나 강한 인상을 남기는 피트의 존재감은 이 영화의 가장 강력한 무기. “너희 모두 살려서 고향에 보내는 게 내 일이야”라고 외치는 콜리어는 어느 순간 가족을 등 뒤로 숨기고 철컥 장총을 뽑아든 서부영화의 존 웨인과 겹쳐 보인다. 피트는 “지난 20여 년간 많은 훌륭한 영화인들과 함께 작업한 게 성공의 원동력이었다”며 “영화를 사랑했던 한 시골 청년이 영화를 통해 세상과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 이젠 내가 받은 것을 영화 안팎으로 돌려줄 때가 됐다”라고 했다.

피트와 함께 온 러먼은 2011년 영화 ‘삼총사 3D’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뒤 두 번째 방한이다. 그는 “퓨리를 통해 좋은 배우들이 카메라 바깥에서 얼마나 노력하는지를 깨달았다”며 “특히 근면 성실한 피트가 인상적이었다. 연기하며 상대를 얼마나 잘 때릴 수 있는지도 배웠다”고 농담했다. 소주와 불고기, 김치볶음밥을 사랑한다는 그는 “오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식당도 미리 알아봤다”며 기대를 드러냈다.

“최근에 한국에서 흥행한 영화 ‘명량’의 전투 장면이 대단하다고 들었어요. 우리 영화와 닮은 점도 있을 것 같은데 꼭 보고 싶습니다. 박찬욱, 봉준호 감독의 영화도 좋아합니다. 한국 영화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작품을 많이 배출해 관객으로서 기대가 큽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브래드 피트#로건 러먼#퓨리#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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