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주교님들의 심부름꾼, 편하게 쓰시도록 노력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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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천주교주교회의 신임 의장으로 선출된 김희중 광주대교구장

13일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김희중 대주교. 그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과 학교, 사회 교육인데 불행하게도 모두 제대로 안 되고 있다”며 “사회 교육의 핵심은 언론인데, 언론도 편 가름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13일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김희중 대주교. 그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과 학교, 사회 교육인데 불행하게도 모두 제대로 안 되고 있다”며 “사회 교육의 핵심은 언론인데, 언론도 편 가름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 “올해 수능이 쉬웠다는데, 오늘 간담회도 쉬운 거죠?” 천주교 광주대교구장이자 최근 천주교주교회의 신임 의장으로 선출된 김희중 대주교(67)는 13일 취임 간담회에서 특유의 미소로 운을 뗐다. 2004년 이후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면서 몸에 밴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유머 감각은 여전했다.
키가 어떻게 되느냐는 뜻밖의 질문에도 “세월 흐르니까 키도 주는데 1m60 조금 못 되나? 측정기가 머리에 세게 떨어지면 더 준다”며 웃었다. 》

―오늘 끝난 한일주교교류모임의 성과는….

“유학 시절 스페인에서 페르시아(이란) 공주와 어머니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당시에는 이슬람교도 하면 겁이 덜컥 났는데 서로 알게 되니 그게 아니더라. 나중에는 어머니가 신부라고 했는데도 딸을 데려가라고 하더라(웃음). 이번 한일 간 모임은 역지사지로 양국 문제를 볼 기회가 됐다.”

―일본 주교들이 군 위안부 할머니도 만나고 안중근 기념관도 찾았는데….

“할머니들의 증언을 들으면서 더 현실감 있게 위안부 문제를 공감하게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신임 주교회의 의장으로서 포부는….

“주교님들을 위해 심부름하고 싶다. 이끌어가기에는 능력과 자격도 없다. 그냥 주교님들이 (저를) 편하게 쓰시도록 하겠다. 정치인들도 이런 자세가 필요하지 않겠나. 가톨릭신자 중 선출직으로 뽑힌 분들에게 선거 때 90도 각도로 허리를 굽힌 자세로 임기를 보내면 다음에는 선거운동이 필요 없다고 했다. 약속의 본질은 지키는 것이다.”

―선출 과정의 에피소드는….

“선출은 의장 적임자를 그냥 써내는, 이른바 콘클라베 방식으로 진행됐다. 나중에 축하한다고 해서 ‘십자가를 지는데 웬 축하냐. 위로주를 사 달라’고 했다.”

―주량은….

“기자 분들과 만나도 제가 먼저 나가떨어질 일은 없을 것 같다.”

―최근 정의구현사제단 행보를 둘러싸고 가톨릭교회의 분열 우려도 나왔다.

“추구하는 목적은 같은데 표현하는 방식이 다양한 것 아닌가 한다. 광주서 서울 가는데 비행기나 버스, 기차, 다양하게 갈 수 있다.”

―종교 간 대화 전문가다. 원칙은….

“존중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나의 신앙이 수용할 수 없을지라도 이웃 종교와 그 가치를 존중하는 마음은 있어야 한다. 존중과 인정은 다르지 않나.”

―최근 세월호 진상규명 촉구를 위한 13만 명 선언에 참여했는데….

“프란치스코 교황 말씀처럼 고통 앞에는 중립이 없다. 세월호 유가족의 가장 큰 고통은 진상이 안 밝혀진 것이다. 진상규명을 바탕으로 더이상 참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교황 방문 이후 주교회의 차원에서 할 일은….

“가난한 이들을 위해 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교회로 나가야 한다. 남북 관계가 지금처럼 교착 상태면 안 된다. 정부 차원에서는 지켜야 할 원칙이 있어 어렵지만 민간, 종교계에서는 좀 더 여유 있게 만날 수 있다. 배가 운하를 통과할 때는 수위가 어느 정도 맞아야 하지 않나. 그래도 우리가 힘이 조금 더 있으니까 나눔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퍼준다는 슬픈 표현보다는 투자로 보면 좋겠다.”

―일각에서는 가톨릭이 북한 인권문제에 침묵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우리는 북한의 인권이나 신앙 자유에 대해서는 어느 보수단체보다도 명확한 입장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구체적으로 지적하지 않는 이유는 다른 단체나 유엔 등에서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널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지켜보는 측면이 있다. 절대 방관은 아니다. 세계 어느 공산국가나 이슬람 국가에도 신부가 없는 곳이 없다. 북한에만 없다. 하느님을 닮게 창조된 인간들은 모두 평등하고 귀하다. 북한에서 그 부분이 짓밟히고 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천주교주교회의#김희중#한일주교교류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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