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재호]새 도서정가제, 소비자-출판계 모두에 이익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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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
이재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
개정된 도서정가제법 시행(11월 21일)을 앞두고 우려의 소리가 높다. 출판사나 서점들은 할인 폭이 줄어든 만큼 책이 덜 팔릴까 걱정하고, 소비자들은 책값이 오를까 봐 걱정한다. 시행 전에 책 재고분을 정리하려는 출판사들의 ‘광폭 할인’ 행사까지 겹쳐 분위기는 더 어수선하다. 예견됐던 일이다. 공공재인 책을 시장에만 맡길 수 없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진통이다.

새 정가제는 신간(新刊)의 경우 할인 폭이 정가의 19%에서 15%로 줄어든다. 그만큼 가격이 오르는 건 사실이다.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잠정 분석에 따르면 1만4000원 내외의 신간은 권당 평균 220원 정도가 인상되는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18개월이 지난 책, 곧 구간(舊刊)은 다시 정가(할인된 정가)를 매긴 후 그 정가의 15% 내에서 할인해 팔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출판사들이 경쟁적으로 정가를 낮출 경우 책값은 더 떨어질 수도 있다.

책값이 너무 오르면 소비자가 힘들고, 너무 떨어지면 출판사와 서점이 힘들다. 결국 양자 사이에서 어떤 절충점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출판사 유통사 서점 소비자 대표들이 지난 1년 동안 한자리에 모여서 마련한 게 새 정가제다. 이해관계가 난마처럼 얽혀 누구도 못 풀 거라고 했지만 밤샘 논의를 거듭한 끝에 작은 기적을 일궈낸 셈이다.

물론 더 논의하고 보완해야 할 대목도 적지 않다. 변칙 할인 마케팅을 펼 태세가 돼 있는 일부 대형 출판사나 유통사를 계도 단속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학부모가 가장 우려하는 초등학교 학습참고서의 가격도 예의 주시해야 한다. 도서관이 구입하는 장서의 양이 새 정가제 때문에 줄어들지 않도록 예산도 늘려야 한다.

책이 제값을 못 받으면 출판사는 형편이 어려워져 좋은 책을 못 내고, 그 피해는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소비자인들 왜 그걸 모르겠는가. 다만 소비자의 이해와 관용과 희생을 구하려면 책을 만드는 사람부터 정직하고 투명하게 노력의 대가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점은 출판계가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새 정가제의 성패를 예단하는 것은 성급하다. 더욱이 단통법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가격을 조금 올려서라도 책을 살려보자는 자발적 합의의 정신을 훼손하는 행위다. 어떤 제도도 법도 완벽한 건 없다. 끊임없이 개선해 나갈 뿐이다.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의 말대로 새 정가제로 책의 가격 경쟁이 질(質)의 경쟁으로 바뀌기를 기대한다. 출판계든 소비자든 지금은 조금 참아줘야 할 때라고 믿는다.

이재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
#도서정가제#소비자#출판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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