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원화]실종 항공기를 신속하게 추적하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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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화 한국항공대 항공우주법 교수 국제우주분쟁 중재재판관
박원화 한국항공대 항공우주법 교수 국제우주분쟁 중재재판관
항공기 사고 비율은 100만 회 비행에 3, 4회 정도다. 어느 교통수단보다도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엔진을 포함한 항공기 제작기술, 정비, 운항, 부품, 인력 등에 대해 장기적인 투자를 한 결과다. 그러나 항공사고 발생 시 레이더에서 사라진 비행기의 신속한 위치 추적은 아직도 숙제로 남아 있다.

3월 8일 중국 베이징으로 향하던 말레이시아항공 보잉 777기가 출발한 지 1시간 반 만에 탑승객 239명과 함께 행방불명되었다. 지상좌표, 항공관제, 위치 추적용 및 군용 레이더, 위성 추적 장치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하였지만 수색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유사한 사례로는 2009년 6월 228명이 탑승한 에어프랑스 에어버스 330기가 대서양에 추락하여 2년간이나 블랙박스를 찾지 못한 사건이 있다.

항공기 운항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위성을 이용해 세계 어디에 있든 위치 파악이 가능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현실은 위성 추적 기술의 완성도 부족으로 완벽한 추적이 힘들다. 대서양에 추락한 에어프랑스 항공기의 경우 위성추적 장치가 작동하기는 했지만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지 못해 1만7000km²에 이르는 방대한 해저를 수색해야만 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2016년까지 전 세계 항공기의 추적 표준을 새롭게 채택했다. 유럽항공안전청(SAFA)은 관련 지침을 보완하여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이러한 추세에 부응하여 보잉과 에어버스 등 항공기 제조 회사들은 기능이 강화된 자동 위성 추적 장치를 항공기에 설치할 계획이다. 즉 블랙박스의 신호음 발신 기간이 현재의 30일에서 90일로 연장되는 전지(電池)와 별도의 신호음 발신기를 기체에 추가로 장착하는 것이다.

실종된 항공기의 위치를 추적하는 데 가장 중요한 점은 망망대해를 포함한 광범위한 지역의 어느 지점을 수색하느냐 하는 것이다. 앞서 말한 에어프랑스 항공기의 경우 해저 1만7000km²를 수색하는 데 2년여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새로운 표준은 위치 추적 장치가 10∼20초 단위로 가동되면서 항공기 수색 위치를 20km² 단위로 좁힌다는 것이다.

위성 추적 장치에 필요한 주파수 사용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소관 사항이다.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7일까지 부산에서 열린 ITU 전권회의(총회)는 상업 항공기의 위치 추적을 위한 위성기술 도입을 가속화한다는 결의를 채택하였다. 지금까지 난제로 남아있던 실종 항공기의 신속한 수색을 위한 노력에 힘을 실어주는 반가운 조치가 아닐 수 없다.

박원화 한국항공대 항공우주법 교수 국제우주분쟁 중재재판관
#실종 항공기#위성 추적#국제전기통신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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