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찬의 SNS 민심]“인생이 걸린 시험… ” SNS 달군 수능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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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어제 2015학년도 대입수학능력시험이 전국 1257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수능 한파가 극성을 부렸다. 1993년 수능이 처음 시행된 이래 처음으로 기상청은 한파주의보를 발령했다. 한파주의보는 전날보다 10도 이상 떨어질 걸로 예상될 때 내려진다. 이를 반영하듯 ‘수능’과 함께 언급된 심리 연관어 4위에 1만470건을 기록한 ‘춥다’가 올랐다.

수험생들의 수능에 대한 압박감은 이미 한 달 전부터 트위터를 통해 표현돼 왔다. ‘수능 때까지 동결하는 체카’라는 닉네임을 가진 사용자의 트위터 트윗은 이런 압박감을 잘 드러낸다.

“인생이 걸린 한 달간 트위터를 최초로 동결합니다. 수능 끝난 뒤 돌아올 거구요. 만약 도중에 돌아오면 (그 벌로) 트친들과 주변분들 전부 (그림을) 그려드릴 겁니다. 받기 싫으셔도 무조건 그려 드립니다. 아듀!”

미대 입시생인 듯한 이 사용자의 트윗은 1200회가량 퍼져나갔다. 2000회가 넘는 리트윗을 기록한 “수능이 다가올수록 급식이 풍요로워지는 느낌”이라는 트윗은 모든 것을 수능 중심으로 생각하는 풍토를 재치 있게 표현하고 있다.

지난 한 달간(10월 13일∼11월 12일) 트위터와 블로그에서 ‘수능’ 또는 ‘수학능력시험’을 언급한 문서는 모두 57만589건이 검색됐다. 평소 하루 5000∼1만 건을 꾸준히 기록하던 수능 언급량은 마지막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11월 3일부터 1만5000∼2만 건으로 급증한 뒤 수능 전날인 12일에는 16만4449건까지 치솟았다.

‘수능’과 함께 언급된 전체 연관어 1, 2위는 ‘수험생’(5만381건)과 ‘고3’(4만5379건)으로 나타났다. 수능을 보는 주체에 대한 언급이 가장 많았다고 볼 수 있다. 3위는 4만3483건을 기록한 ‘시험’이 차지해 시험에 대한 압박감을 반영했다. 4위는 응원의 함성을 가득 담은 ‘화이팅’(4만1062건)이 올랐고 5위에는 시험 결과에 대한 궁금증을 나타낸 ‘결과’(2만2243건)가 올랐다.

전체 연관어 6위는 1만9530건을 기록한 ‘문제’가 올라 최근 20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의 출제 오류가 수험생들 마음에 많이 남아 있음을 반영했다. ‘오류’는 심리 연관어에서도 3272건을 기록하며 상위권에 올라 있다.

연관어 7위는 공부(1만9265건)가, 8위는 응원(1만9160건)이, 9위는 대학(1만8285건)이 차지했다. 그리고 10위에는 1만4882건을 기록한 ‘좋은 결과’가 올라 수능일이 가까워지면서 언급량이 폭증한 가운데 ‘화이팅’ ‘응원’ ‘좋은 결과’ 등 수험생들을 격려하는 글들이 쇄도했음을 보여주었다.

긍·부정 분류가 가능한 28만4033건을 분석해 보면 긍정어 분포가 57.3%(16만2849건)로 부정어 분포 25.9%(7만3607건)보다 두 배가량 많았다. 긍·부정 연관어 1위에는 4만1062건의 ‘화이팅’이 차지해 수험생들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많았음을 보여주었다. 2, 3위도 앞서 전체 연관어에서 언급한 ‘응원’과 ‘좋은 결과’가 차지했다. 4위는 앞에서 언급한 ‘춥다’, 5위는 1만339건을 기록한 ‘대박’이 차지해 수능 전날의 메시지가 전체 여론을 이끌었음을 보여 주었다.

‘춥다’와 함께 부정적으로 언급된 키워드는 5630건을 기록한 ‘부정행위’가 차지해 올해부터 더욱 엄격해진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에 대한 부정행위 단속방침을 광범위하게 퍼 나르기도 했다. 또 수능 문제 ‘오류’에 따른 ‘피해’ 학생을 언급한 문서도 각각 3272건과 3143건이 검색됐다.

‘수능’과 함께 언급된 상품 연관어 1위는 ‘쿠션’으로 7210건이 검색됐다. 공부하다 잠시 쉴 때, 장시간 앉아 공부하느라 아픈 허리를 받칠 때 사용하는 ‘쿠션’이 수험생 선물로 큰 인기를 끌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쿠션에 가고 싶은 대학 이니셜을 새겨 합격 기원 소망까지 담아 ‘수능 쿠션’이라 불리기도 한다. 새로운 수능 풍속도라 할 수 있다. 2, 3위는 5176건의 ‘엿’과 5076건의 ‘초콜릿’이 차지해 예나 지금이나 합격을 기원하는 상품이 변함없음을 말해 주었다. ‘수능’이 포함된 최다 리트윗 문서는 대학생들의 ‘수능 놀이’를 묘사한 것인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참가자는 프레피룩(교복 스타일) 위에 패딩을 입고 온다. 2. 주머니에 초콜릿과 엿을 넣고 긴장한 표정으로 먹는다. 3. 지나가는 애한테 ‘수능 잘 보자’라고 말한다. 4. 보란 듯이 자신의 대학교로 들어간다.’

상품 연관어 4위는 ‘시계’(4740건)가 차지했는데 시험장에 스마트폰을 갖고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시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반영했다. 5위는 ‘패딩’(4452건), 6위는 ‘도시락’(3526건)이 차지했다. 7위는 수능일이 빼빼로데이 이틀 후다 보니 3054건을 기록한 ‘빼빼로’가 차지했고 8위에는 2809건을 기록한 ‘귤’이 올라왔는데 까먹기 편한 과일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9위는 ‘찹쌀떡’(2191건), 10위는 수능 당일 지급되는 ‘샤프(펜슬)’(2153건)가 차지했다.

수능과 관련해 2000여 건의 리트윗을 기록한 트윗이 있다. ‘어느 고3 담임선생님이 “수능도 끝났는데, 애들이 공부를 하겠습니까?”라고 교육청에 말했다. “아니, 그럼 고등학교 과정이 수능을 위해서 존재합니까?” 교육청의 반박에 선생님이 짧게 답했다. “네!”’

모든 수험생들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수능#sns#수험생#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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