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성공한 CEO들이여, 당신의 독단 견제할 2인자 키워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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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과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정책적인 측면에서 임금의 의견을 보완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차원이 아니라 임금의 판단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임금의 결정을 비판하려면 말 그대로 목숨을 걸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조선 중종 시기의 재상 정광필은 1인자의 입장에서 껄끄럽지만 반드시 필요한 2인자였고, 조직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인물이었다. 그는 진정한 보수주의자이자 원칙주의자였고, 자신의 안위나 1인자(임금) 한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 전체를 위해 ‘극렬한 간쟁’, 이른바 ‘극간’을 서슴지 않았다.

기묘사화의 한복판에서 그는 ‘형벌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중종의 조광조 숙청 방침을 끝까지 반대했다. 결과적으로는 조광조가 숙청됐지만, 임금의 생각보다 훨씬 오래 걸리도록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논쟁을 유발시켜 ‘원칙과 절차의 중요성’에 대해 사람들이 다시 한 번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직언을 넘어선 ‘극간’은 1인자의 오판과 실수를 완벽하게 막아내지는 못했지만 ‘폭주’를 막았고 후대에 큰 교훈을 남겼다는 뜻이다.

별다른 견제장치가 없는 CEO, 특히 오너 경영자들은 자신의 결정에 과도한 확신을 갖곤 한다. 이제까지의 성공으로 인한 자신감 과잉이 그의 객관적인 판단력을 무디게 만든다. 기업의 장래를 위한 충언이라도 자신의 생각과 다를 경우 자신에게 도전하고 권위를 침범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결국 수십 년 쌓은 성공의 신화를 하루아침에 무너뜨리고 기업을 망하게 만든다.

따라서 자신감이 있고 성공신화를 써 온 경영자일수록 더더욱 자신의 독단을 견제할 ‘극간하는 2인자’를 곁에 둬야 한다. 그리고 어느 조직이든 2인자는 기업 자체와 구성원 모두를 위해 자신을 던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평소에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매끄럽게 1인자의 판단을 도와야 하고, 위급할 때는 자신의 안위 따위는 신경 쓰지 말고 기업을 위한 바른 대안을 1인자에게 제시해야 한다. 그게 바로 2인자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김준태 성균관대 동양철학문화연구소 연구원 akademie@skk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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