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 김은중 “친정팀서 두번째 우승…난 행복한 선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1월 14일 06시 40분


‘18년의 프로인생, 친정과 함께한 2번의 우승!’ 대전 시티즌의 영광과 함께해온 레전드 김은중이 최근 대전 구단 클럽하우스에서 스포츠동아와 만나 또 다른 도전을 예고했다. 대전|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18년의 프로인생, 친정과 함께한 2번의 우승!’ 대전 시티즌의 영광과 함께해온 레전드 김은중이 최근 대전 구단 클럽하우스에서 스포츠동아와 만나 또 다른 도전을 예고했다. 대전|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 대전 승격 이끈 플레잉코치 김은중

1997년 창단 멤버로 프로 데뷔
타팀서 우승…올해에 비할수야
“존재만으로도 기뻐해주는 팬들
꿈을 잃지 않고 계속 도전할 것”

K리그는 요즘 베테랑 전성시대다. 이동국(35)-김남일(37) 콤비가 이끈 전북현대가 올 시즌 클래식(1부리그)을 평정했고, 차두리(34)의 FC서울은 FA컵 결승에 올랐다. 여기에 묵묵히 후배들과 땀을 흘리며 값진 결실을 맺은 이가 또 있다. 챌린지(2부리그)에서 우승해 내년 클래식으로 승격하는 대전 시티즌의 프로 18년차 ‘플레잉코치’ 김은중(35)이다. 17경기(3골 1도움) 출전에 그쳤지만, 그는 가장 빛나는 조연이었다. 스포츠동아는 “(내가) 가장 필요하고 적절한 시기에 있었을 뿐”이라던 김은중과 대전 구단 클럽하우스에서 만나 속 깊은 대화를 나눴다.

● 대전, 그리고 18번의 산증인

‘등번호 18번의 전사’가 11년 만에 복귀한 친정에서 큰일을 했다. 대전은 챌린지 우승과 더불어 클래식 컴백에 성공했다. 창단 멤버로 1997년 대전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김은중은 대전의 2차례 우승(2001년 FA컵) 현장에 모두 섰던 유일한 선수다. “정말 행복했다. 팀 통산 2번째 우승이 아닌가. 18년 프로인생에서 우승 때마다 친정팀과 함께한다는 건 정말 큰 의미가 있다.”

김은중은 여러 차례 우승을 경험했다. 2004년 FC서울로 이적한 뒤 5시즌을 뛰며 리그컵을 한 차례(2006년) 제패했고, 지난해 강원FC에서 포항 스틸러스로 임대돼서는 클래식과 FA컵 우승을 모두 경험했다. 그러나 감격은 올해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기업 구단도 경험해봤지만, 도시민구단의 환경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다. 워낙 열악해 고생스럽고 힘겹다. 하지만 마냥 순탄했다면 행복하지 않았을 것 같다. 여기서 축구의 참맛을 계속 느끼고 있다.”

그만큼 대전은 그에게 특별하다. 올해 초 그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진출로 마음이 거의 기울었다. 이 때 우연히 접한 한 팬의 이야기에 발길을 돌리게 됐다. ‘11년째 당신을 기다려요.’ 돈은 문제가 아니었다. 챌린지 무대라는 사실도 결심을 흔들지 못했다. 그의 마음은 대전을 향했다. “챌린지 강등 이전에 왔다면 좋았을 텐데, 그건 내 생각대로 될 일이 아니었다. 대전은 내 가족이고, 많은 추억을 공유한 곳이다.”

● 내일, 그리고 꿈

막상 결정은 했지만, 부담은 너무 컸다. 전성기를 훌쩍 지난 노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팬들은 과거의 김은중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그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했다. “문득 관중석을 봤다. 많은 분들이 18번 유니폼을 입고 있더라. 마음이 편해졌다. 역할에 충실할 수 있었다. 18년 노하우를 후배들과 공유하는 게 진짜 보탬이 되는 길이었다.”

다행히 그의 곁에는 항상 자극을 주는 친구가 있었다. 1979년생 동갑내기 이동국이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줄곧 함께한 20년 지기다. 그냥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 틈날 때면 핸드폰으로 수다를 떤다. 얼마 전에는 각자의 위치에서 우승한 뒤 축하인사를 나눴다. “나와 (이)동국이가 이렇게 길게 뛰는 건 선배들이 있어서다. 어린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싶다. 우리가 선배들을 보며 배웠듯, 배울 만한 선배로 기억됐으면 한다. 올해 진짜 챔피언이 전북이었으니, 우리도 꿈을 잃지 않고 계속 도전하고 싶다. 클래식 승격은 끝이 아닌, 또 하나의 시작이자 출발이다.”

그러고 보니 김은중은 팀을 언급할 때 거의 ‘우리 팀’, ‘내 팀’이란 표현을 썼다.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내년 거취는 결정했는가.’ 여전히 미지수다. “시즌 후 주변과 상의해 결정하겠다”는 말을 반복했지만, 힌트는 남겼다. “이곳에 올 때 플레잉코치를 요청했다. 만약 현역을 원했다면 ‘현역 김은중’이 필요한 곳에 안착했을 거다. 강원 시절에도 경험해봤지만, 내년에는 강등 경쟁이 훨씬 치열해질 것 같다. 우리로선 아주 재미있는 도전이 될 것 같다.”

김은중의 카카오톡 글귀는 비틀즈의 명곡 ‘Let it be’ 가사에서 딴 ‘There will be an answer. Let it be’다. 순리에 맡기라는 의미다. 대전은 김은중과 계약연장을 강하게 원하고 있다.

대전|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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