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단풍…아오모리·아키타 청정 자연으로 떠나는 만추 여행

  • 동아닷컴
  • 입력 2014년 11월 13일 17시 44분


코멘트
서울특별시관광협회 국외여행업위원회(위원장 조태숙)에서는 11월 6일부터 9일까지 3박4일 일정으로 일본 도호쿠(東北) 지방의 아오모리현, 아키타현, 이와테현을 방문했다. 관광교류 및 여행상품의 개발조사를 목적으로 진행된 이 행사에 동행 취재했다.
아오모리의 마지막 밤을 보낸 미나미다호텔 애플랜드 앞에서 조태숙 서울특별시관광협회 국외여행업위원장(왼쪽 세번째), 신관순, 김승기, 정점순, 박윤정 위원,  편상오 서울특별시관광협회 국회여행업위원회 관계자들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아오모리의 마지막 밤을 보낸 미나미다호텔 애플랜드 앞에서 조태숙 서울특별시관광협회 국외여행업위원장(왼쪽 세번째), 신관순, 김승기, 정점순, 박윤정 위원, 편상오 서울특별시관광협회 국회여행업위원회 관계자들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첫 번째 방문지는 아키타현(秋田縣). 북한의 북청, 장진 등과 비슷한 북위 40도쯤에 위치한 곳이다. 아름다운 산과 울창한 숲이 많아서 만추(晩秋)의 정취를 만끽하기에는 더없이 좋았다.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에는 이미 적잖은 눈이 쌓여 아름다운 설경을 보여주기도 했다.
아키타현의 오래된 무사마을인 가쿠노다테의 만추 풍경
아키타현의 오래된 무사마을인 가쿠노다테의 만추 풍경
아키타공항을 출발한 버스는 45분가량을 달려 ‘작은 교토’라 불리는 가쿠노다테(角館)에 도착했다. 가쿠노다테는 17~19세기의 에도시대에 지어진 고택들이 밀집한 무사마을이다. 고풍스러운 마을 입구의 강변에는 수령 200년 이상의 아름드리 벚나무가 2km 가량 늘어서 있다. 벚꽃 만발한 봄날 풍경이 기대되는 곳이다. 근처의 무사주택 거리에는 가지를 죽죽 늘어뜨린 수양벚나무가 많다. 수양벚나무 가로수는 흔치 않아서 꽃피는 봄날이면 한꺼번에 찾아온 상춘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방문했을 때에는 이따금씩 손님을 태우고 달리는 인력거만 눈에 띌 뿐, 거리는 대체로 한적했다.
다자와호의 황금여인상 앞에서 기념촬영하는 관광객들
다자와호의 황금여인상 앞에서 기념촬영하는 관광객들
가쿠노다테를 뒤로하고 TV드라마 <아이리스>에서 주인공역의 이병헌과 김태희가 포옹하는 장면을 촬영했던 ‘다자와호’로 향했다. 일본에서 가장 깊다는 이 호수의 최대수심은 무려 423.4m에 이른다. 워낙 깊어서 한겨울에도 쉽게 얼지 않는다고 한다. 호숫가에는 다자와호의 상징인 황금여인상이 서 있다. ‘다츠코’라는 이름의 전설 속 소녀를 형상화한 것이다.
뉴토온천의 유백색 노천온천의 남녀혼탕
뉴토온천의 유백색 노천온천의 남녀혼탕
아키타현에는 유명한 온천마을이 14곳이나 된다. 그 가운데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뉴토 온천향’이다. 드라마 <아이리스>의 두 주인공이 온천욕을 즐기는 장면이 촬영된 곳이다. 온천이 많은 덕택인지는 몰라도, 아키타현은 ‘아키타 비진(美人)’이라는 말이 생겼을 만큼 미인이 많은 고장으로도 유명하다.
울긋불긋한 단풍숲에 둘러싸인 시즈쿠이시골프장
울긋불긋한 단풍숲에 둘러싸인 시즈쿠이시골프장
두 번째 방문지는 아키타현과 이와테현에 걸쳐 있는 시즈쿠이시골프장. 18홀을 도는 내내 ‘동북의 후지산’이라 불리는 이와테산이 정면에 바라보이는 골프장이다. 더군다나 페어웨이 양쪽에 단풍 숲이 울긋불긋하고, 오르내림이 적당한 구릉에 조성된 코스가 다양한 정취를 느끼게 하는 곳이다. 자연적인 요소를 최대한 살린 점과 리모콘식 카트를 이용해 굳이 캐디와 동행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이 골프장의 매력이다.

아키타, 이와테현과 인접한 아오모리(靑森)는 ‘사과의 고장’이다. 일본 사과의 절반 이상이 아오모리현에서 생산된다고 한다. 혼슈(本州)의 북쪽 끝에 위치한 아오모리현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가리비를 비롯한 각종 해산물도 풍부하다. 그러나 ‘푸른 숲’이라는 뜻의 지명에서도 짐작되듯이, 아오모리의 가장 큰 매력은 울창한 숲과 청정한 자연이다. 이곳의 단풍은 대체로 9월 하순에서 11월 초순까지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는 유난히 가을이 빨랐다고 한다. 우리가 찾은 11월 초순에는 이미 단풍은 지고 겨울 풍경이 시작되었다.

도와다호에서 유람선을 타는 것으로 아모리현 일정이 시작됐다. 하치만타이와 함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 호수는 해발 401m에 위치한다. 백두산 천지와 같이, 화산폭발로 형성된 분화구에 물이 고인 칼데라호이다. 둘레가 46.2㎞에 이르고, 가장 깊은 곳의 수심이 326.8m나 되는 이 호수는 일본에서 세 번째로 크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유람선을 타고 둘러본 호수는 바다처럼 크고 넓었다. 제주도의 주상절리 같은 바위와 동굴도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도와다호의 유람선 관광을 마친 뒤에 오이라세강(奧入瀨川)의 계류 트레킹이 시작되는 곳으로 이동했다. 오이라세의 물길을 따라서 14㎞나 이어지는 이 트레킹 코스는 크고 작은 폭포가 곳곳에 형성돼 있어 ‘폭포가도’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우리는 초입의 1km 가량만 걷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우리 일행을 태운 버스는 너도밤나무 군락지를 가로질러 쓰가유온천으로 향했다. 이 온천은 아키타현의 쓰루노유온천과 함께 일본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온천 중 하나로 손꼽힌다. 쓰가유온천 지역에는 지난 2일에 이미 첫눈이 내려 30cm쯤 쌓였다고 한다. 그때 내린 눈이 길가 여기저기에 남아 있었다. 우리는 온천이 많은 구로이시시를 거쳐 히로사키시의 사과농원에 도착했다. 수확이 한창인 ‘후지’(富士) 사과를 직접 따보기도 하고, 맛있는 사과를 고르는 법도 배우는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농원의 연구원은 ‘껍질이 골고루 빨갛고, 꼭지 반대편의 엉덩이 부분이 노르스름한 사과’가 맛있다며 사과 고르는 법을 알려줬다.
네부타마을의 전시관안에서 등롱을 만들고 있는 장인
네부타마을의 전시관안에서 등롱을 만들고 있는 장인
탐스런 사과가 가득한 농원을 떠나 ‘네부타무라’로 이동했다. ‘네부타’(ねぶた, Nebuta)는 대나무에 매단 여러 개의 등과 거대한 종이인형으로 꾸민 큰 수레를 말한다. ‘네부타 마츠리’라는 축제기간에는 온 마을의 어른들뿐 아니라, 아이들까지 모두 나와 축제를 즐긴다고 한다. 우리는 네부타 전시관에 들러 각양각색의 화려한 네부타도 감상하고, 일본 전통악기인 ‘츠가루 샤미센’(津輕 三味線) 공연도 관람했다.
미나미다호텔 애플랜드의 사과가 있는 노천온천탕
미나미다호텔 애플랜드의 사과가 있는 노천온천탕
어느덧 3박4일 일정의 마지막 밤을 맞이했다. 사과 노천탕이 있는 미나미다 온천호텔의 애플랜드 밤이 깊어간다. 이 날은 아침, 점심, 저녁에 걸쳐 하루 3번이나 온천욕을 즐겼다. 점심 무렵에는 강산성 온천에서, 저녁에는 50여 개의 사과가 둥둥 떠있는 약알칼리 온천탕에 몸을 담근 채 아오모리에서의 마지막 밤을 아쉬워했다.
아오키 준이 조몬시대의 유적지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했다는 아오모리현립미술관 건물
아오키 준이 조몬시대의 유적지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했다는 아오모리현립미술관 건물
다음날에는 이번 여정의 마지막 방문지인 아오모리현립미술관을 찾았다. 지하2층, 지상2층규모의 이 미술관은 착공된 지 10년 만인 2006년에 개관했다. 기하학적으로 굴착한 흙 도랑에 요철 모양의 흰 구조물이 덮여 있는 형태의 건물이 매우 독특하다. 건물 전체가 하얀 구조물이나 다름없다. 실내 벽면은 물론이고, 화장실까지도 모두 새하얗다. 일본의 유명 건축가인 아오키 준(靑木淳)의 작품이다. 건축가는 일본 조몬시대(신석기시대)의 유적인 바로 옆 산나이마루야마 유적발굴 현장에서 영감을 얻어 이 건물을 설계했다고 한다.
아오모리현립미술관의 명물인 '아오모리 개'
아오모리현립미술관의 명물인 '아오모리 개'
아오모리현립미술관의 상징적 공간은 지하 2층의 ‘알레코홀’이다. 이 상설전시장에는 마르크 샤갈이 1941년 나치의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해서 그린 작품 3점이 있다. 샤갈이 발레 ‘알레코’의 무대 배경으로 그렸던 대형 그림이다. 총 4막으로 구성된 알레코 무대의 배경 가운데 3막을 제외한 3점을 20여 년 전에 무려 15억 엔(약 142억 원)이나 들여서 구입했다고 한다. 3막의 배경 그림은 현재 미국 필라델피아미술관에 소장돼 있는데, 2006년 개관 당시에 잠시 동안 이 미술관에 전시된 적이 있었다. 아오모리현립미술관에는 이 고장 출신의 유명 아티스트인 나라 요시토모(奈良美智)의 설치형 미술작품인 ‘아오모리 개’와 피카소의 ‘후지산’ 채색판화도 전시돼 있다. 그중 높이가 8.5m나 되는 ‘아오모리 개’는 아오모리현립미술관의 명물로 유명하다.

강미례 동아닷컴 기자 novembe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