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4+4’든, 여야협의체든 예산 조정해 복지디폴트 막아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3일 03시 00분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어제 “의무 복지 예산 확보를 위한 4+4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새누리당에 제안했다. 두 정당의 정책위 의장과 국회 3개 상임위 간사들로 협의체를 만들어 내년도 복지 예산안을 조정하자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의 이 방안은 국가 재정에 심각한 위기를 부를 수 있는 무상복지 정책을 모두 시행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무상급식처럼 자신들이 공약한 복지 예산은 끝까지 양보하지 않겠다는 속셈도 엿보인다.

새누리당도 이런 의도를 의심해 당장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심재철 의원이 “지금의 위기를 벗어나려면 국민에게 솔직하게 말해서 양해를 얻고 복지제도 자체를 전면 재설계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등 당 내에서도 이대로 있을 순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상복지 관련 예산을 놓고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는 요즘이다. 무상보육 예산을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2∼3개월분만 편성했고, 무상급식을 놓고도 정부와 지자체, 좌파 교육감 간 갈등이 심해 자칫하면 내년 복지 디폴트(지급 불능) 사태가 현실화할 판이다. 새 국회법에 따라 12월 2일까지 새해 예산안이 자동 처리된다고 새누리당이 마음 놓고 있다간 큰코다칠 수 있다. 예산 관련 부수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예산을 집행할 수 없어 후폭풍이 심할 것이 분명하다. 4+4든, 5+5든 형식을 떠나 여야가 별도의 협의기구를 만들어 예산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우 원내대표는 부진한 사업 6조7000억 원, 예산 과다편성 25조 원, 불요불급 신규사업 5000억 원 등 정부 사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소 5조 원 이상 삭감과 조정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야당의 시각이어서 여당과 다를 순 있지만 꼭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예산이 책정됐는지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살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각자의 진영 논리를 떠나 무상복지를 전면 재검토하는 일이다. 우 원내대표는 “복지는 궤변과 억지로도 바뀔 수 없는 헌법 정신”이라고 했지만 이야말로 궤변이다. 여야의 무상복지 경쟁으로 2010년 이후 올해 11월까지 무상보육, 무상급식, 기초연금 확대, 희망사다리 장학금, 반값등록금 등 5대 무상복지에만 약 38조 원이 투입됐다. 여기에 공적연금 건강보험 등 법정 복지지출까지 합한 복지 의무지출은 2014년 167조2000억 원에서 2017년엔 205조1000억 원으로 급증해 총지출 대비 의무지출 비중이 50%를 넘어버린다. 복지도 국가 재정의 허용 범위 안에서 지속가능하게 할 일이지 ‘묻지마 복지’로 빚더미를 미래세대에 물려줄 순 없다.
#의무 복지#무상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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