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청소년 훈계하다… 툭치면 입건? 불입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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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2014년 4월 ‘정당행위’ 도입후… ‘착한 사마리아인’ 166명 구제

지난해 5월 프로농구팀 인천 전자랜드의 이현호 선수(34)는 가족과 함께 서울 양천구 자택 인근을 지나다 남녀 중고교생 5명이 흡연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 씨는 “학생이 왜 담배를 피우느냐”며 나무랐고 학생들은 “아저씨가 왜 참견이에요”라고 대꾸했다. 이 씨는 학생 5명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쳤다. 현장에서 여중생 한 명이 신고하면서 이 씨는 불구속 입건됐다.

만약 이 씨가 지금 똑같은 행동을 하면 어떻게 될까. 경찰은 “입건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올해 4월 ‘폭력사건 수사지침’에 ‘정당행위’ 항목을 신설했다. 정당행위는 누군가 자신의 집에 침입하거나 먼저 공격할 때 대응 차원에서 나서는 ‘정당방위’와 다르다. 공익을 위해 먼저 가벼운 폭력을 행사했을 때 적극 구제한다는 취지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수사 관행이 공익이나 사회 정의를 위해 나선 사람도 일괄 처벌한 것을 반성하는 차원에서 신설한 규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이 지침을 한국의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라고도 부른다. 성경에서 유래한 ‘착한 사마리아인’은 어떤 사람이 강도를 만나 다친 것을 보고 다들 지나쳤지만 유대인들에게 멸시 당하던 사마리아인이 이를 구제한 이야기다.

12일 경찰청에 따르면 이달 5일까지 약 6개월 동안 이 규정이 적용돼 입건을 피한 사람은 166명. 대부분 잘못된 일을 바로잡기 위해 나선 사람들이다. 다만 모든 폭력에 정당행위가 적용되는 건 아니다. 경찰은 △교육이나 훈계, 공익 달성 등을 위한 것 △폭력 행위가 크지 않고 상대방의 피해도 경미할 것 등 6가지 요건을 두고 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흡연#정당행위#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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