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정상회담]“주석님, 겁먹었어요?”… 기자회견서 체면 구긴 시진핑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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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한 질문에 답변 않고 넘어가자
美기자들 “겁쟁이” 트위터에 글 올려… 시, 회견 끝무렵에 마지못해 답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모처럼 외신기자들 앞에 섰다가 ‘불의의 일격’을 당해 체면이 깎였다. 시 주석은 12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에 나섰다. 미 의회 전문지 ‘더 힐(The Hill)’에 따르면 당초 시 주석은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으려 했으나 미국 측이 장시간 설득한 끝에 회견 시작 몇 시간 전에야 질의응답 시간이 확정됐다. 그 대신 미국과 중국 기자 한 명씩만 질문하는 조건이 붙었다.

첫 발언권을 얻은 뉴욕타임스(NYT) 마크 랜들러 기자의 질문은 날카로웠다.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미국이 중국의 굴기(굴起)를 억제하려 하는지를 물었고, 시 주석에게는 중국 내 미국 특파원들의 비자 갱신을 차단한 조치에 대해 질문했다. 답변하기가 거북했던지 시 주석은 아무 말도 없이 다음 질문자로 중국 기자를 지목했다.

미국 기자들이 발끈했다. 폭스뉴스의 에드 헨리 기자는 트위터에 “시 주석은 겁쟁이”라며 “주석님, 왜 겁먹었어요?”라고 썼다. 시 주석이 중국 기자의 질문에 미리 준비한 자료를 읽어 내려가는 식으로 답변해 질의응답을 미리 짜 맞췄다는 의혹도 나왔다.

시 주석은 결국 회견 말미에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가 문제를 풀어야 한다. (비자 문제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답변했다. AP통신은 중국에 비우호적인 외신 보도에 중국 당국이 적절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취지의 답변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2012년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 일가의 거액 축재설을 보도한 NYT를 포함해 블룸버그, 로이터 소속 일부 특파원의 비자 연장을 거부하고 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시진핑#외신기자#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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