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청년실업 ‘이태백’ 포함하니… 사실상 실업률 10%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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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ILO 권고따라 첫 집계… 취업준비생-단기 알바생 등 반영
10월 기준 실업자 300만명 육박… 공식 실업률 3.2%의 3배 넘어

《 고시 준비생, 구직 단념자 등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는데도 공식 실업통계에서 빠져 있는 사람들을 포함한 한국의 ‘사실상 실업률’이 10.1%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식 실업률의 3.1배 수준이어서 숨겨진 실업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보여준다.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대학 졸업 후 공무원시험 등 각종 ‘고시’를 준비하는 사람, 정규직을 원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등을 포함한 사실상 실업률은 10월 기준 10.1%로 공식 실업률(3.2%)을 크게 웃돌았다. 지금까지 연구소 등이 체감실업률을 추정한 적은 있지만 정부가 고용보조지표로 ‘사실상 실업률’을 집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1. 강모 씨(27·대졸)는 요즘 취업 준비를 하면서 하루 3시간씩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스스로 실업자라고 여기지만 공식적으로 강 씨는 ‘취업자’다.

#2. 3년째 공무원시험 준비에 매달리고 있는 서모 씨(28·대졸)는 직장이 없지만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통계청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국제노동기구(ILO) 고용보조지표를 활용해 공식 통계에서 빠져 있던 이런 잠재적 실업자를 포함한 ‘사실상 실업률’을 12일 발표했다. 그 결과 한국의 사실상 실업률은 10.1%로 집계됐다. 또 ‘사실상 실업자’는 10월 기준 287만5000명으로 공식 실업자(85만8000명)를 크게 웃돌았다.

사실상 실업률과 공식 실업률의 차이가 큰 이유는 강 씨처럼 지금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추가 취업가능자’나 서 씨처럼 구직 활동은 하지 않지만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잠재적 경제활동인구’가 공식 통계에서 빠져 있기 때문이다. 대학 진학률은 높은데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대학생들의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졌고 출산, 육아 등으로 직장을 그만뒀지만 다시 일하기를 희망하는 경력단절여성이 많아 사실상 실업자가 공식 통계보다 훨씬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이에 따라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청년 실업과 여성 경력 단절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취업준비생 등을 감안한 고용보조지표, 즉 ‘사실상 실업률’은 지난해 10월에 ILO가 새롭게 기준을 제시했다. 기존 공식 실업률이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청년 구직난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이전부터 공식 실업률 집계와 별도로 ILO의 고용보조지표와 유사한 지표를 만들어 고용정책 수립 및 추진에 참고해 왔다.

일례로 미국은 1994년부터 비경제활동인구 중 1년 이내에 구직 활동을 한 사람과 경제적인 이유로 아르바이트를 한 사람 등을 실업자 범주에 넣어 발표해오고 있다. 유럽연합(EU)도 2011년부터 비슷한 고용보조지표를 발표해 여성 일자리 정책, 청년 고용 정책 등에 활용하고 있다.

정부가 이번에 고용보조지표를 공개한 것은 ‘임기 내 고용률 70% 달성’이라는 목표를 세워놓고도 고용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시간제 일자리 활성화를 통해 고용률 70%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했지만 10월 현재 고용률은 60.9%다. 이런 상황에서 사실상 실업률이 10% 수준으로, 국민이 체감하는 실업률이 공식 실업률보다 훨씬 높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정부가 더욱 적극적인 고용 창출 정책을 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남재량 한국노동연구원 노동정책분석실장은 “숨어 있는 실업률을 줄이려면 노동시장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경제를 더욱 활성화해 신규 고용을 창출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사실상 실업률 ::

실제 체감하는 실업률과 공식 실업률의 괴리가 크다는 비판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자 국제노동기구(ILO)가 지난해 10월 제시한 고용보조지표다. 공식 실업률에 주 36시간 미만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구직을 준비하는 ‘시간 관련 추가 취업자’와 공무원 준비생, 경력단절여성 등 잠재적 경제활동인구를 추가했다. 공식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 중 조사가 이뤄지는 4주간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고도 수입이 없는 사람의 비율이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청년실업#취업#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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