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4년치 등록금 좋은 일에…” 입학때 약속 지킨 기부천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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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교대 졸업반 강민주 씨

전주교대 강민주 씨(왼쪽에서 두 번째)가 4년 동안 한 차례도 빠짐없이 전액 장학금을 받아 학교에 기부했다. 전주교대 제공
전주교대 강민주 씨(왼쪽에서 두 번째)가 4년 동안 한 차례도 빠짐없이 전액 장학금을 받아 학교에 기부했다. 전주교대 제공
“대학 4년 동안 등록금은 장학금으로 해결하고 대신 그 액수만큼을 학교에 기부하겠다는 입학 때 결심을 지킬 수 있어 다행이에요.”

전주교대 졸업반인 강민주 씨(23·여)는 대학에 입학하면서 학교에 발전기금 1000만 원 기부를 약정했다. 강 씨는 학교 전체 수석으로 입학하면서 4년간 한국장학재단의 국가우수인문사회 장학금을 받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전 학기 평점 3.5 이상을 유지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조건이 있었다. 대학생활에서 자칫 느슨해지지 않도록 4년 동안 등록금 전액에 해당하는 기부금을 내겠다고 미리 약속한 것이다. 교대는 등록금이 학기당 160만∼180만 원으로 일반 대학에 비해 낮다. 그는 8학기 동안 전액 장학금을 받았고 4년 동안 등록금에 해당하는 1103만6000원을 학교에 내놓았다. 이 돈은 등록금으로 고통 받는 같은 학교 대학생들을 돕는 데 쓰였다.

강 씨가 이런 선행을 결심하게 된 배경에는 자신 또한 힘든 시기를 거치면서 주변으로부터 받은 도움을 기억했기 때문이다. 2008년 강 씨가 이리여고에 막 입학했을 때 아버지의 사업 부도로 학업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가정형편이 어려워졌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학교 선생님들은 강 씨를 전북도의 한 민간장학재단에 추천했고, 주변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로 전주교대 영어교육과에 수석으로 입학할 수 있었다. 강 씨는 고교 때 캄보디아 봉사활동을 다녀왔고 대학 때도 몽골 어린이 2명과 결연해 후원을 해오고 있다.

그는 “대학생이 된 뒤 학생 형편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얼까 고민하다 장학금을 타서 다른 학생들에게 돌려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기부 동기를 밝혔다.

강 씨의 선행은 부모로부터 대물림됐다.

어머니 김인숙 씨(55)는 2002년 만학으로 대학에 다니면서 동료 학생 2명에게 장학금을 지원했고 아버지도 20여 년 전 이웃에 사는 갓난아이의 심장기형 수술에 수술비를 대주기도 했다. 임용고시를 준비 중인 그가 좋아하는 말은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인생의 가장 끊임없고도 다급한 질문은 내가 남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라는 것이다.

그는 “경쟁이 만연한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더불어 사는 기쁨과 나눔을 가르쳐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며 “졸업한 뒤에도 교육 봉사와 봉사단체 활동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전주교대#졸업반#강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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