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재개발에 사라졌던 꽃돼지분식, 관광명소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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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근화동서 32년간 영업
2월 문닫은뒤 단골들이 모금운동
TV-인터넷에 알려지며 다시 열어

8개월 만에 다시 문을 연 강원 춘천시 근화동 꽃돼지분식의 이기홍 할머니. 도시 재개발에 밀려 가게 문을 닫았던 이 할머니는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지난달 재개업했다. 이인모 기 imlee@donga.com
8개월 만에 다시 문을 연 강원 춘천시 근화동 꽃돼지분식의 이기홍 할머니. 도시 재개발에 밀려 가게 문을 닫았던 이 할머니는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지난달 재개업했다. 이인모 기 imlee@donga.com
10일 오후 강원 춘천시 근화동 춘천중학교 인근 도로변의 ‘꽃돼지분식’에는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10m²(약 3평) 남짓한 공간에 놓인 의자 20여 개는 빌 틈이 없고 포장해 가는 손님도 적지 않다. 주인 이기홍 할머니(79)와 그의 딸, 손녀까지 3대 세 여성은 손님의 주문을 받아 떡볶이를 나르고 핫도그를 튀기느라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꽃돼지분식이 다시 문을 연 지 1개월이 지났다. 32년 전통을 자랑하는 꽃돼지분식은 도시 재개발에 밀려 올해 2월 문을 닫았다가 지난달 9일 재개업했다. 이 할머니는 폐업 후 주변에서 새로운 가게를 물색했지만 임차료가 만만치 않은 데다 건강도 좋지 않아 다시 문을 열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폐업 소식을 접한 단골손님들을 중심으로 ‘꽃돼지분식집 살리기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이 할머니는 가게를 다시 열 힘이 생겼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모금운동이 진행됐고 춘천 도심거리에서는 공연과 함께 모금운동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 같은 소식이 TV 프로그램에 소개된 이후 전국 곳곳에서 성금을 보내오기도 했다. 결국 수백만 원의 돈이 모아졌고 탁자와 의자 등 물품 기부와 간판 제작, 벽화 그리기, 가게 장식 등 재능 기부도 이어졌다. 이 할머니는 “국민들이 도와줬지. 너무 고마워. 일은 힘들지만 사람들 다시 만나니까 좋고 힘도 생기는 것 같아”라며 활짝 웃었다.

꽃돼지분식은 맛있는 떡볶이를 싸게 팔아 오랫동안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손님이 원하는 가격 이상으로 떡볶이를 듬뿍 담아줬다. 1000원어치를 시켜도 넉넉히 먹을 만큼 많이 줬다. 오히려 손님들이 “그만 담으라”고 요청할 정도였다.

다시 문 연 꽃돼지분식은 지금도 같은 방식의 영업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예전에 200원이던 핫도그는 크기를 키워 500원을 받는다. 가격이 싸다고 해서 절대 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 할머니는 단골 떡집에서 매일 아침 그날 만든 떡을 사 온다. 만두는 손이 많이 가 다른 곳에서 사 오지만 핫도그는 직접 만든다. 이 때문에 손님이 많아도 남는 게 별로 없다고 이 할머니는 말한다.

지난달 9일 개업일에는 좁은 가게가 미어터질 정도로 많은 손님이 찾아왔다. 준비한 재료가 4시간 만에 동날 정도였다. 주말에는 가게 밖으로 길게 줄이 늘어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인터넷을 통해 소문이 나면서 외지 관광객들도 상당히 많이 찾아온다.

김영환 씨(38)는 “학교 다닐 때부터 맛있는 떡볶이와 할머니의 후한 인심에 반해 꽃돼지분식을 자주 찾았는데 폐업했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웠다”며 “다시 문을 열게 돼 너무 기쁘고 영원한 꽃돼지분식의 단골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손님들이 많이 찾아주시니 고마울 뿐”이라며 “건강이 허락하는 대로 계속해서 저렴하고 푸짐한 음식을 대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꽃돼지분식#관광명소#춘천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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